꽃길따라 떠나는 근교 봄나들이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면 눈부시게 화사한 벚꽃들이 봉우리를 터트릴 기세다. 부산·경남지역도 이달 말경 개화가 시작되어 다음 달 초경이면 지천으로 만개한 벚꽃들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봄꽃놀이를 즐기고는 싶었지만 번잡함이 두려워 쉬이 발길을 떼지 못했다면 올봄에는 꽃구경 한번 나서보자.
달맞이고개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아래를 걸어도 좋고, 온천천을 따라 늘어선 벚꽃구경을 해도 좋다. 꽃구경 삼아 산행을 하고 싶다면 황령산을 찾아도 좋고, 아파트단지 가로수에 활짝 핀 벚꽃도 멋있지만, 이번 봄만큼은 늘 봐오던 동네의 벚꽃은 일상으로 제쳐두자.
어쩌면 조금은 번잡할지 모르지만 과감하게 도심을 벗어나 벚꽃과 함께 추억될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쌍계사 화개십리 벚꽃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약 6km구간의 ‘화개 십리 벚꽃길’은 매년 4월 초순이면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수령 60년이 넘은 아름드리 벚나무가 구불구불한 계곡을 따라 활짝 피어있어 연인과 함께 걷거나 드라이브하기에 안성맞춤인 곳.
길 양쪽으로 늘어선 50년생 벚꽃나무가지들은 꽃터널을 이루며 하늘을 덮고 있다. 특히, 눈부시도록 화사한 십리벚꽃길은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 한다고 하여 일명 “혼례길”이라고도 하니 데이트코스로는 최고의 길.
벚꽃구경 후에는 화개장터에서 소박한 시골장터의 정겨움도 맛볼 수 있다. 인근에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민속마을도 둘러볼 수 있고, 아름다운 섬진강과 지리산 화개골의 수려한 경관이 운치를 더한다.
울산 작천정 벚꽃 - 울산 언양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장관이 둘째라면 서러운 울산의 작천정 벚꽃은 울산 언양읍 신불산 입구에서계곡에 이르는 2km이다.
신불산 공룡릉을 찾아가는 길목인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작수천변에 조성된 벚꽃길로서 자동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작은 오솔길 양옆으로 수령 150년 이상된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바람에 벚꽃이 떨어질때는 마치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듯 몽환적이다.
작천정은 벚꽃터널 끝에 있다. 작천정이란 이름은 수석이 청정, 기이하여 마치 술잔을 주렁주렁 걸어놓은 듯 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천정으로 들어서면, 계곡 좌우에 우람하고도 기괴한 암석들이 크고 작게 자리잡고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계곡에는 오랜 세월동안 계곡물줄기에 닳은 반석위로 수정같이 맑은 물이 비단을 펼쳐놓은 듯 미끄러져 흐른다. 정자에 앉아 계곡과 벚꽃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이 곳 벚꽃은 해마다 진해벚꽃보다 5일 정도 뒤에 만개한다. 5㎞거리에는 자수정 동굴도 볼거리도 풍성하다.
진해벚꽃&경주벚꽃
그밖에도 해마다 벚꽃이 만개할 때쯤 군항제가 함께 열리는 전국 제일의 벚꽃명소 ‘진해벚꽃’도 부산에선 멀지 않다. 진해 시내는 7만여 그루의 벚나무들이 꽃을 피우며, 시내 어디랄 것도 없이 곳곳에 벚꽃이 만발하여 명소가 따로 없다.
그 중 특히 제황산 공원의 벚꽃동산과 해군통제부 일원, 장복터널에서 여좌동까지 국도변 양편에 죽 늘어선 3,000여 그루의 벚꽃은 과연 벚꽃 일번지답다.
경주 벚꽃구경 또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유채꽃까지 볼 수 있어 일석이조.
봄이면 벚꽃으로 뒤덮이는 천년고도 경주의 벚꽃 길이 아름다운 곳으로는 시내에서 보문단지에 이르는 도로와 불국사를 연결하는 보불로, 김유신장군 묘가 있는 송화산 흥무로, 첨성대와 반월성 주변도로이다.
특히 2002년부터 문화유적지주변 유휴지에 꽃 단지조성사업을 착수, 꽃과 문화유적이 어우러지는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어, 샛노란 유채꽃도 만날 수 있다.
반월성·계림·첨성대가 있는 동부사적지 일대와 황룡사지 주변, 안압지, 쪽샘지구 등 주요사적지대 옆 공한지에 6만3천여 평에 달하는 대단위 유채꽃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대능원과 첨성대 안압지로 이어지는 주변 2만여 평에도 거대한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다.
유시윤 기자
【2012년 3월 19일 제29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