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은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산으로 대도시에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고 산역이 넓어 산행코스가 다양하다. 금정산 길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를 엮어 만든 갈맷길에도 포함된 산길코스다.잘 다듬어진 공원산책로가 지겨워졌다면, 색다른 걷기코스로 금정산을 추천해본다.
금정산이라는 이름은 산마루에 우물이 있어 한 마리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 속에 놀았다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주봉인 고당봉(801.5m)을 중심으로 북으로 장군봉(727m)과 남으로 상계봉(638m)을 거쳐 성지곡 뒷산인 백양산(642m)까지 길게 이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원효봉, 의상봉, 미륵봉, 대륙봉, 파류봉, 동제봉 등의 준봉을 일구어 놓고 있다.
갈맷길로 추천된 금정산길은 범어사, 북문, 동문, 남문, 성지곡수원지 앞, 어린이대공원 앞으로 엮어진 코스지만, 이번산행코스는 금강공원에서 출발해 남문,동문, 북문을 거쳐 범어사를 지나 내려오는 코스다.
금정산은 경남 양산에서 부산 금정·동래·부산진·북·사상구 등넓은 지역에 산역을 펼치고 있어 어디에서든 출발이 가능하며 다양한 코스의 산행길을 선택할 수 있다.
산행의 출발점은 금강공원 케이블카 매표소 앞. 여름산행이라 초반부터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체력을 아끼려 산등성이까지 케이블카로 이동했다. 케이블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시가지 전경과 시원스레 펼쳐지는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에서부터 등산객들은 이미 마음을 빼앗겨버리게 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우거진 수림 속에 넓게 나있는 완만한 산길을 산책삼아 쉬엄쉬엄 걷다보니 제2망루대 주변으로 힘들게 걸어온 등산객들이 쉼터 삼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울창한 수목이 감싸는 신선한 공기와 짙은 녹음은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상쾌하고 편안하다. 가슴을 한껏 부풀려 몇 번이고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켜 봐도 여름산 공기 맛은 어떤 산해진미보다도 맛나다.
등산길이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의 완만한 길들이 이어지고 남문을 거쳐 동문으로 향하는 길에는 작은 개울물과 나무다리, 남문연못을 둘러싼 쉼터들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산림욕과 걷기를 함께 즐기고픈 웰빙족들은 이 곳 쉼터에서 하루를 보내도 충분한 피서가 되리라.
일부 시민들의 식수로도 활용되며 등산객들의 목을 축여줄 약수터도 산행 도중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남문, 동문고개로 이어지는 길은 등산이 힘들어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가볍게 나들이 삼아 다녀올 수 있는 코스로 제격이다.
동문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팔월의 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그늘로 걸음을 더욱 수월하게 해준다. 동문 고개로부터 남문을 향해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하는 이들이 남문에서 하산하는 등산객들과엇갈리게 산을 오르는 모습에서 무수히도 코스가 많다는 말을 실감한다.
어느 곳을 출발점으로 삼아도 다양한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금정산이다. 동문고개에서 이어진 성곽을 따라 동문에 다다르니 미국에서 왔다는 외국인 일행이 지도를 펼치고 등산코스를 물어온다. 범어사로 향하는 길은 같지만 초행길이기는 마찬가지.
좀 더 등산로를 잘 아는 이들의 도움을 기다리는 이방인 등산객을 뒤로 하고 울창한 숲이 만든 폭신한 이끼들을 밟아가며 반가운 약수터도 지나치고, 이제야 제대로 산을 타는 느낌이다. 본격적인 등산이 주는 고된 행보를 계속 하다보면 드디어 탁 트인 곳에 다다르게 된다.
너른 바위위에 걸터앉아 잠깐의휴식을 취하며 바라본 눈앞에는 저 멀리 낙동강의 푸른빛이 희뿌연 하늘과 대조된다. 하지만 그 장관은 본격적인 비경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했던 것. 몇 걸음을 옮기자 눈앞에 드러난 멋진 능선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그 길이만 해도 18.8km에 달한다는 금정산성은 능선을따라 끝없이 뻗어 나가있다. 정상을 오른 자만이 맛 볼 수 있는 쾌감과 함께 길게 뻗은 아름다운 능선과 중첩된 기암거석들은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금정산의 산세는 한마디로 웅장하고 헌걸차기 그지없다. 조금 흐린 날씨는 능선을 따라나 있는 그늘 없는 길을 걷는데 더 없이 안성맞춤.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은 계단으로 다듬은 능선을 오르느라 흘린땀을 말끔히 걷어낸다.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은 아쉽지만 다음 산행에서 기약하고 북문을 향해 가는 동안, 곳곳에 산재된 기암괴석들을 보는 재미는 산행의 고됨을 깡그리 잊게 한다.
북문을 지나 범어사로 향하는 계곡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녹음이 만들어준 서늘함뿐만 아니라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에 귀마저 시원스러워진다. 우거진 나무들이 만든 그늘과 계곡의 습기는 바위로 이어진 하산길 곳곳에 이끼와 물기를 머금게 하여 내딛는 발걸음을 조심스레 제어한다.
그렇게 한발한발 조심스레 내려 오다보니 어느새 곳곳에 자리를 잡은 피서객들로 계곡은 더 이상 새소리 물소리만 품을 수는 없게 된다. 흐르는 물소리의 유혹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끝내 바위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게 만들고 산행으로 지친 발은 얼음물 같은 계곡물이 만져주는 냉수마사지로 그 수고를 위로받았다.
지나치는 등산객외에도 방학과 휴가를 맞아 찾은 템플스테이 등 범어사가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지만, 천년고찰의 위엄은 사찰 곳곳에 서리어 배어난다. 장마가 지나가고 찾아온 본격적인 무더위를 피하려는 피서객들은 범어사 아래 계곡에도 어김없이 넘쳐난다.
금정산의 울창한 수림은 이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고 상쾌한 공기를 뿜어낸다. 사찰에서 빠져나온 후 지하철 범어사역과 범어사를 오가는 90번 버스로 산행을 마무리해도 좋겠지만, 산이 선물한 기운이 아직도 남아있다면 천연기념물제 176호인 등나무 군락지를 옆에 끼고 걸어서 내려 와도 좋다. 금강공원 케이블카 편도요금(대인)3,500원 T.(051)860-7880
유정은 기자
[2011년 8월 18일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