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2월 04일

레저/여행

‘우루과이 라운드’의 진원지 아름다운 푼타델에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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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라는 말만 들어도 우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1993년에 타결된 무역협정 우루과이 라운드때문이다. ‘우루과이 라운드라는 자라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조금 과장해 솥뚜껑만한 남미의 소국 우루과이로 가보자.

남미 지도를 펴놓고 보면 남미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 브라질과 두 번째로 큰 나라 아르헨티나 사이의 대서양 연안에 조그마한 나라 우루과이가 짓눌려 있다. 거대한 두 나라의 압력에 대서양으로 밀려나와 침몰되어 버릴 것만 같은 작은 나라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남북한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인구는 겨우 35십만 명에 불과하며, 제일 높은 산이 겨우 해발 51m. 온 국토가 평평한 대평원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가장 춥다는 7월의 평균기온이 11, 가장 더운 1월의 평균기온이 22도다.

금상첨화, 무역풍이 대서양의 구름을 몰아다줘 알맞게 비를 뿌리니 1년 내내 양떼가 이 나라를 덮어 토실한 알부자 나라가 되었다. 다른 남미국가와는 달리 인디오와 흑인이 거의 없는 백인들의 천국이며 일찍이 우루과이는 남미의 스위스로 불렸다. 하지만 부자 망하는 것 금방이라더니 우루과이도 아르헨티나와 함께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국제 양모값은 바닥을 헤매고 현대인의 육류소비 절제로 소값은 떨어져 나라꼴은 피폐해져만 갔다.

남미의 제네바몬테비데오는 이제 아름다움과 청결함과 낭만을 모두 잃어버렸다.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이 삭아 내려도 손볼 여유가 없고 쓰레기는 낙엽처럼 거리를 뒹굴고 잡상인들의 좌판이 인도를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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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허름한 식당에서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는데 청바지를 입은 새파란 아가씨 둘이 창 밖에서 서성대며 킬킬거리더니 이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서슴없이 식당으로 들어온다. 내 자리 빈 의자를 차고 앉더니 맥주 한잔을 달란다. 심심하던 차에 얼씨구 좋다 맥주잔을 주고 받으며 엉터리 영어로 얘기해 보니 그녀들은 시골에서 올라와 이곳 사무실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맥주병이 쌓이고 얼큰히 취하자 이 쾌활한 아가씨 두명이 자기들 집으로 초청하는 게 아닌가. 웬떡인가 하고 그 아가씨들을 따라 갔다. 골목을 돌아돌아 계단을 올라 그녀들이 기거하는 집으로 들어갔다. 어째 분위기가 좀 묘하다 했더니 술취한 두 아가씨가 서슴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는 것이 아닌가. 그녀들은 창녀였다.

몬테비데오에는 창녀들이 우글거린다. 그러나 우루과이 창녀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창녀들이다. 그녀들은 현직에서 물러난 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고 있으니 말이다. 우루과이 정부는 섹스 노동자들인 창녀들에게 모든 자영업자들과 동일한 연금혜택이 제공하고 에이즈나 성병에 감염되었을 경우에는 조기 은퇴할 수 있고 이때도 연금이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저분한 몬테비데오만 보고 우루과이를 싸잡아 말할 수는 없다. 몬테비데오에서 버스를 타고 푸른 초원에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두어 시간 달리면 이곳도 우루과이일까 싶은 아름다운 해변이 한눈 가득 들어온다. 우루과이가 자랑하는 남미 최고의 휴양지 푼타델에스테다.

스페인어로 푼타델에스테는 동쪽의 곶이라는 뜻이다. 어둠이 내리면 라스베이거스처럼 카지노와 현란한 쇼 무대가 펼쳐진다. 바닷가에 늘어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요즘 아이들 말로 죽여준다고 밖에 표현 할 수가 없다. 

푼타델에스테는 반도의 양쪽 바다가 전혀 딴판이다. 서쪽의 만사 해안은 물결이 잔잔해 해수욕객이 몰리고, 동쪽의 브라바 해안은 파도가 세고 물결이 높아 윈드서핑과 요트가 바다를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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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타델에스테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나면 아름드리 나무가 울울창창한 숲이 펼쳐져 있다. 이곳엔 참으로 아름다운 골프 코스가 여기저기 수를 놓고 있으며, 그 사이에는 정말 기가 막힌, 상상을 초월하는 호화주택들이 박혀 있다. 우루과이 부자들, 아니 남미의 부자들, 아니 세계의 부자와 유명인들이 이곳에 별장을 두고 있다. 마이클 잭슨,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다이애나 로스 등...

1년 내내 온화한 기후, 수려한 풍광,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거기에다 우루과이 정부의 특별배려로 완벽한 안전이 보장되어 세계의 부호들이 몰려든다. 지난 869GATT 신다자간 무역협상이 이곳에서 열렸으니 이곳이 바로 우루과이 라운드의 진원지가 되는 셈이다. 그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딴판으로 푼타엘에스테는 평화롭고 아름답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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