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2월 12일

레저/여행

천둥소리가 나는 연기 빅토리아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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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폭포를 코 앞에 두고 여기서 막히다니! 보츠와나와 잠비아 국경 카중굴라의 보츠와나측 국경 검문소가 이 떠돌이 여행객의 자동차를 걸고 넘어진다.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교민에게 빌려 타고 온 멀쩡한 차가 도대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자동차등록증 보험증 입국비자를 훑어보고 난 검문소 직원이 이번엔 차주가 나에게 이 차를 빌려줬다는 걸 증명할 무엇인가를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없다』『그렇다면 못간다』『내가 이 차를 훔쳐서 타고 왔단 말인가?』『그럴지도 모른다』『그렇다면 남아공에서 보츠와나를 들어올 땐 왜 아무 소리도 안했는가?열이 끊어 올랐다. 흑인 검문소 직원이 목소리를 나지막하게 깔고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지만 보츠와나와 잠비아는 상황이 다르다는 걸 일러두고 싶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던졌다.

나는 그와 싸워봐야 도대체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뒤돌아서는데 말라위로 간다는 트럭운전수가 귀띔을 해준다. 잠비아는 자동차 도둑 왕국이라구요그제서야 돌아가는 상황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남의 차를 보츠와나에서는 제대로 팔 수 없지만 잠비아에서는 아무 꺼릴 것 없이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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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인 카중굴라에서 되돌아 지난 밤 잠을 잤던 리조트에 차를 세워 두고 렌트카를 빌리기로 했다. 서둘러 렌트카를 빌리러 갔더니 어디 가느냐고 묻기에 국경 너머 잠비아로 가겠다고 했더니 또 다시 제동을 건다. 잠비아행은 불가란다. 이유인 즉 잠비아에서는 한눈 파는 사이에 차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더구나 빅토리아 폭포에 간다면 차를 안고 다니지 않는 한 차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단 하나의 해결책은 자기네 운전기사가 직접 운전을 하고 가는 것이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운전기사 일당까지 지불하고 다시 국경으로 달려갔다.

보츠와나와 잠비아 국경엔 잠베지 강이 흐른다. 그런데 도도히 흐르는 잠베지 강엔 다리가 없다. 가난한 잠비아는 보츠와나 정부에 잠비아가 20%, 보츠와나가 80%의 비용을 투자하여 잠베지 강에 다리를 건설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보츠와나 정부로부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양국의 투자비율을 재조정하여 30:70을 제안했지만 역시 보츠와나가 거절했으며 40:60, 반반까지 내렸지만 대답은 같았다. 보츠와나의 주장은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라는 것이다.

보츠와나의 남북을 가로질러 잠비아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 중부를 관통하는 이 국제적인 기간도로가 잠베지 강에서 끊어져 수많은 차량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도선을 타고 건너고 있다. 그런데도 보츠와나 정부가 다리 놓는데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프리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남아공이 보츠와나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보츠와나로서는 굳이 잠베지강을 건널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잠비아 트럭이 남아공을 들락거리자면 잠베지 강을 건너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잠비아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잠베지 강을 도선으로 건너니 잠비아 국경 검문소가 나온다. 벌써 가난의 티가 뚝뚝 흐른다. 여기서부터 빅토리아 폭포까지 가는 길은 불과 한 시간 거리지만 아스팔트 도로에 수많은 구덩이가 패여 있어 거북걸음이다.

드디어 빅토리아 폭포. 표고 9백 미터 고원에서 흘러내리는 잠베지 강물이 1.7킬로미터 넓이로 1백 미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엄한 광경 앞에 입을 쩍 벌릴 수 밖에 없다. 이 떠돌이 여행객은 이미 남미의 이과수폭포, 북미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마침내 세계 3대 폭포의 마지막 하나 빅토리아 폭포 앞에 선 것이다.

대자연 앞에 서면 무종교인인 이 떠돌이의 눈에도 신이 보인다. 빅토리아 폭포라는 이름은 빅토리아 여왕에게 바친다는 뜻에서 영국인 선교사 리빙스턴이 지었고, 지금은 공식 명칭이 되었지만 원주민 흑인들은 아직까지도 Mosi-oa-Tunya(천둥소리가 나는 연기)라고 부른다. 연기란 30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이는 물보라를 뜻한다. 훨씬 더 시적이고 실감나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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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폭포는 잠베지 강의 수량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3~5월에는 우기에 접어들어 잠베지 강이 넘쳐흘러 1년 중 가장 멋진 폭포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너무 많은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 폭포 본연의 맛이 없어진다. 11~12월은 건기라 잠베지 강의 수량이 가장 적은 철이다. 그래서 빅토리아 폭포를 보러 갈 땐 건기와 우기를 피해 가는 게 좋다.

세계 3대 폭포를 보며 참으로 흥미 있는 공통점은 세 폭포가 모두 국경선 상에 놓였다는 사실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이과수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가른다. 어느 쪽에서 보는 것이 더 좋은가? 잠비아인과 짐바브웨인은 침을 튀기며 설전을 벌인다. 잠비아 쪽이 더 가까이서 보는 이점은 있지만 소나기를 맞은 듯이 옷이 흠뻑 젖는 낭패를 감수해야 한다. 빅토리아 폭포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나오자 렌트카 흑인 기사는 굳게 운전석을 지키고 잠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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