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2월 04일

레저/여행

오클랜드의 가넷, 그들의 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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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도 역시 숙소는 호스텔이기에 공항에서부터 다음여행을 준비하기위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행인에게 호스텔에 소재지부터 물어봤다. 오클랜드공항은 오세아니아 다른 섬들로 갈 때 경유를 할 수 밖에 없는 허브공항이라서 유동인구가 많은만큼 물가가 높아 뜻하지 않은 소비를 많이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학생은 특이하게도 호스텔에서 숙박비 대신 일을 해주며 무료로 숙박을 했던 진짜 여행가였다. 오클랜드 한복판에 위치해있으면서도 저렴하고 일을 해주고 숙박을 할 수 있는 숙소 매트로 백팩커스 호스텔(해석하면 지하철 배낭여행가의 호스텔)을 추천받았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시내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15NZD(한화 약 13500)에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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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방에는 8개의 침대가 있었고 한층을 통째로 쓰고있는 곳이었다. 바나나와 계란 우유 등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 것들을 사러 나왔다가 길을 물어보려고 쓰시라고 적혀있는가게를 들어갔는데 메뉴가 신기하게도 김밥이었다. 이른바 코리안 쓰시사장이 한국사람인 이곳에서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게 반가웠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도용복입니다. 오지탐험을 하고 있는데, 혹시 추천해주실 만한 데가 있나요? 말그대로 오지,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여행지라기보다 탐험지같은 곳을 찾고있어요.”

오 선생님 오지탐험이라니요 정말 멋지네요. 저도 나이들면 꼭 한번 해보고싶어요. 이곳 오클랜드는 땅이 넓고 크긴 하지만 사람이 사는곳은 정해져있고 변두리로 나와도 농촌말고는 특별한 곳이 없어요. 하지만 현지인들만 아는 숨겨진 곳이 있습니다. 소개시켜드릴게요!”

기대되네요. 혹시 함께 가주실 수 있는건가요?”

음 장사는 잠시 와이프에게 맡기고 함께 가시면 될 거 같아요. 자 가시죠!”

그렇게 함께 떠나게 된 여정, 그는 그자신도 평생 잊지못할 광경이였다며 대자연의 신비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멋진 곳이길래 이리도 자신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이처럼 함박미소를 짓고있는 그의 얼굴에 벌써부터 나도 심장이 빠르게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 쳐대기 시작했다.

자 타세요.”

운좋게 그의 흰색 자동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능수능란하게 도심지를 빠져나가 한참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40Km라는 멀다면 멀고 짧다면 짧은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이제야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목적지에는 아주 많은 새가 있는데 그 새는 한국의 갈매기와 비슷하지만 이곳에서는 가넷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새가 가득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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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평생에 그렇게 많은 새가 각각의 가정을 꾸리고 집단으로 날아오르는 광경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으신거에요. 추운 겨울이 오면 다 날아가고 없는데 따듯한 여름에 오셨기 때문에 이제 막 부화한 아기 가넷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오 가넷이라는 새가 그렇게 많나요? 어떻게 생겼어요?”

갈매기처럼 몸은 하얗지만 보석처럼 예쁜눈에 노랗게 염색한 헤어스타일처럼 머리가 눈썹위로 노란 예쁜 새에요. 이 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보실래요?”

오오..! 이야기해주세요!”

어느새 나도 모닥불앞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할아버지 앞에 안달안 아기처럼 보채는 내 모습이 퍽이나 우스웠지만 이 순간만큼은 풋내나는 아이처럼 봐도 기분 좋을만큼 즐거웠다.

뉴질랜드에서 예전에 과학자들이 가넷들의 서식지를 조성하려고 가넷모형을 만들고 가넷이 구애할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해 틀어서 가넷들을 유인했대요. 그 실험에서 겨우 한 마리의 수컷만 가넷모형에 와서 구애를 했는데 놀라운건, 다른 암컷가넷들이 주변에 다가와도 오직 가넷모형에만 구애를 하다가 몇 년만에 구애하던 모형앞에서 숨진채 발견되었다는 일화가 있어요.”

.. 가슴아픈 일이지만 정말 로맨틱한 순정파네요

이런 비사를 듣자 이렇게 지조있는 새 가넷이 더욱 궁금해졌다. 내마음을 눈치챘는지 차의 배기음이 커지며 더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언덕에 도착하자 이미 몇몇 차들이 주차가 되어있었다.

이제 걸어서 10분만 가면 만날 수 있어요. 저도 오랜만에 오는 곳이라 설레네요. 아참 이곳의 지명은 무리와이(muriwai)’라는 곳이에요. 무리와이 비치도 예쁘기로 유명하답니다

고맙습니다.”

어느새 더 힘차진 발걸음은 성큼성큼 나아가기 시작했고 상기되는 얼굴은 에어컨이 틀어진 시원한 차에서 뙤얕볕을 받았기 때문인지, 설렘으로 인해 발그레해진건지 알 수 없지만 들뜬 기분은 이미 가넷과의 만남을 고대하고있었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술을 발효시키는 양조장에서나 날법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원래는 갈색 흙으로 덮여있을 곳이 새의 배설물로 덮여 하얗게 펼쳐진 만에는 가넷이 가득했다. 가넷들은 대부분이 앉아있었고 품에는 새끼를 한 마리씩 품고 털을 골라주고있었다.

..!! 정말 엄청나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탄성을 지르며 놀라는 나를 흐뭇하게 보는 그가 정말 고마웠다. 대답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는 그의 모습이 지금 이 감성을 여과없이 만끽하게 해주었다. 어미새는 아기새를 품고 아기새는 어미새에 대한 감사를 노래하는 모습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새들과의 조우는 나를 오늘도 더 젊어지게 만들었다. 어떻게 맺어질지 모르는 인연은 이렇듯 신기한 감동을 가져왔다. 그 어떤 풍경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도 똑같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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