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6일

맛집/멋집

예쁜 그림과 맛이 있는 오감만족 문화공간

맛이 있는 세상>
 
 
루나갤러리&홀내음
 그곳에 가면 그림같은 하얀 집이 있다. 아침이면 황령산에 둥지 튼 참새가 마당으로 내려와 돌우물을 먹으며 노닐고, 동그란 두 눈이 예쁜 하얀 개가 반갑게 맞이하는 곳. 사시사철 꽃피우는 정원의 광은 누구라도 들어와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집이다.

 젊은 연인들이 그랬단다. "이담에 결혼할때 여기서 식을 올리고 싶어요." 주인이 직접 빚은 도자기에 앙증맞은 화초들이 속살대고, 층계를 올라서면 광안리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층층이 아름다운 그림이 눈의 즐거움을 더하고 엊그제 문을 연 '홀내음' 음식 맛도 미각을 돋우니 그야말로
오감이 즐거운 곳이다.
 올해로 문을 연지 3년이 된 루나갤러리(관장 이정효). 다락(루) 樓, 아름다울 (나)娜의 의미가 담긴 갤러리의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다락방같은 분위기의 화랑이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예쁜 추억을 안고 돌아가는 동화같은 집, '루나갤러리'는 부산시 수영구 광안4동 '좋은강안병원' 뒤 주택가 골목을 돌아(S오일 옆골목) 중앙교회와 일본영사관 숙소를 이웃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림과 멋, 음식과 맛 새로운 지역의 명소로 부각하고 있는 루나갤러리는 그야말로 맛이 있는 문화공간이다. 볼품없던 헌집에 불과했던 이곳 3층 건물이 예술가 부부들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 지 벌써 3년. 지하공간은 도자기 작업장으로, 1층 별채엔 작가 이삼술씨의 작품으로 꾸며진 작은 사랑방에서 맛 손님을 맞기도 하고, 안채 '홀내음'에선 이곳 별미음식이 차려지는 주방과 20여명 남짓 들어갈 수 있는 곁방이 들어서 있다. 문짝 하나, 구석진 모퉁이 어딜 돌아봐도 구석구석 진귀한 작품들로 가득하지만, 화가 부부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 더욱 정겨운 곳이다.

 갤러리 오픈 후 전시공간으로만 활용해 오던 이곳은 최근 맛집 '홀내음'('홀내음'은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귀한 향기라는 의미)을 오픈하면서, 일반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고객들이 담장을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해, 누구나 작품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분홍빛 대형 플랜카드가 하얀집을 드리우고 맛집 오픈을 알리면서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번쯤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을 보면, 힘들지만 음식점도 함께 운영하길 참 잘했다는 게 주인의 생각이다.
 
 이곳 2층은 50여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전시홀이 있다. 아카데믹한 단촐한 파티나 모임공간으로도 애용되고 있는 전시홀은 이정효 이삼술 작가부부의 대형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 이정효씨는 주로 복주머니, 버선, 골무 등을 오브제로, 사라져가는 전통을 복원하고 우리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새롭게 해석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24년여간 문현동 일원에서 미술학원을 경영하며 작품생활을 해왔던 작가 이정효씨는 소외된 공간들을 보면서 주변환경의 메시지를 작품속에 담아왔다. 누구나 가지 않는 그 길을 홀로 걸어온 지 15
년여. "아름다운 것은 누구나 그리지만, 저는 모두가 외면하는 이 땅의 소외된 이웃과 공간에 대한 따스한 배려와 관심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작가 이정효씨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작가의 마음을 화폭에 담아 큰상을 받기도 했다.

 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은 분명 차이가 있다는 이들 작가 부부는 화가라면 누구나 잘 그리는 그림보다 심안이 뜨여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단다. "가급적이면 우리 것을 세계화하고 싶어요. 전통 오브제를 현대감각으로 소화해 내 진정한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과거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흉내 내는데 그친다면 기술적 재현에 그치고 말겠지요. 우리는 그것을 경계합니다." 이들 부부는 참 특이하다. 현실에 편승하기보다 비록 돈과 거리가 멀더라도 진정한 예술성을 추구한다.
 
 현대인들의 욕구에 부합한 작품들로 많은 화가들이 떼돈을 벌어들일 때도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그런 면에서 이삼술 작가와 이정효 작가부부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화가들이다.
 
 이곳 갤러리 3층에서 만날 수 있는 이삼술 작가의 작품이 이를 대변한다. 이삼술 작가의 오브제는솟대, 인두, 기와, 나무, 돌, 흙 등 살아있는 자연의 소재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을 거치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예술세계가 펼쳐진다. 평면에 입체를 가미한 독특한 작품에 색채는 모노크롬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한지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와 우리 한지가 조화롭기 때문일 터. 반구대, 화석, 문자 등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주로 만날 수 있다. 그런가하면 그는 솟대작가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수호신 같은 존재로 예전에 마을의 안녕을 지켜왔던 솟대문화를 복원, 아
파트 문화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을 위해 방안으로 끌어들인 시도는 그의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비록 캠퍼스작업은 엔딩을 선언했지만 천연의 자연재료를 회화에 접목,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은 놀랍다. 도시화로 상실되어가는 전통의 기능을 복원하고 좋은 기운을 전달코자 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 추구는 화단과 작가세계에서 큰 호평을 받기에 충분하다.

 3층 소담한 갤러리는 차 손님들이 즐겨찾는다. 건물뒤로 둘러싸인 소나무의 싱그런 향기와 한눈에 펼쳐지는 광안대교의 아름다움이 밤이면 더욱 황홀한 곳. 전통 찻자리도 꾸며져 있어 소박한 모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얼마전 부산세계불꽃축제 때 이곳에서 단체손님이 미어터졌다니, 스크린처럼 사방이 유리로 펼쳐진 야간 풍광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때론 다락방 같은 이곳 정취에 흠뻑 매료된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해달라고 아우성이다. 밤낮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문화공간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루 왼 종일 탐색해도 지루하지 않은 이색문화공간, 루나갤러리는 소박한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복이다. 루나갤러리 음식 손님은 사전 예약을 해야 주 인기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매운전복갈비찜(2~3인 3만5천원, 4~5인 5만5천원)을 요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내장과 한우 사골, 우거지가 듬뿍 들어간 우장탕(6천원)도 별미. 불닭(촌닭 2만5천원), 닭발(1만2천원)메뉴도 젊은 층에 인기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재료로 맛을 내 깊은 맛이 더하다. 깔끔한 밑반찬과 매생이 찌짐(1만원), 상큼한 오색미각의 야채샐러드도 색다르다. 홍어(중3만원, 대 5만원), 연밥(1만2천원)도 있다. 고상한? 분위기와 달리 맥주(3천원), 생탁(3천원), 소주(3천원), 복분자(1만원), 음료수(1천원)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식후 3층 차실을 찾는 고객은 1인당 2천원에 허브차를 즐길 수도 있다.
 
 만드는 정성과 좋은 식재료로만 따진다면 재료비만으로 끝날 음식 값이지만, 음식은 단지 봉사하는 마음으로 내놓는 것 일뿐, 좋은 그림을 누구나 편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만으로도 두 주인은 충분히 여유롭다.

 골목은 좁고 아기자기하지만, 담벼락 넉넉한 공간과 골목인근의 중앙교회 마당을 이용하면 단체손님도 가능하다. 754-0904

유순희 편집국장
[2010년 11월 15일 1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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