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먹더라도 웬만하면 맛이 괜찮은 사계절 보양식 추어탕도, 정말 잘 하는 집에서 먹으면 힐링 푸드가 된다는 걸 즉시 경험케 하는 곳을 찾았다. 먹어본 사람들이 “인생 추어탕”이라고 극찬하는 향토음식 전문점 ‘월포나루’다.
월포나루는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 인근이라 수시로 비행기 소리가 날 뿐, 한적한 마을에 30년 넘게 자리하고 있는 식당이다. 앞마당 주차장이 널찍하고, 식당 내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입식 형태다. 실내는 꽤 넓고, 단체 손님을 위한 방도 따로 마련돼 있다.
향토음식 전문점답게, 주 메뉴는 가마솥추어탕, 가마솥 인삼추어탕, 한방청둥오리백숙 등이고 여기에 추가메뉴로 돼지불고기, 삼겹살, 미꾸라지 튀김, 금산인삼튀김 등이 있다.
가장 많이들 찾는 가마솥 추어탕을 주문했다. 1인 가격이 9천 원인데 숭늉과 함께 밑반찬으로 추어탕 기본 양념류에, 방아잎, 무김치, 배추김치, 젓갈 김치, 멸치볶음, 깻잎 장조림, 돼지불고기, 상추가 푸짐하게 이어 나온다. 밑반찬은 계절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반찬 하나하나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간이 좋다. 상추와 방아잎의 양도 넉넉해서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배추, 고추, 상추 등의 야채를 근처 텃밭에서 직접 생산한단다.
밑반찬으로 돼지불고기가 나오는 건 더 놀라웠다. 기름기가 적은 앞다리살로 야채와 조리하니 부드럽게 넘어가고 상추에 싸 먹으면 메인 음식인 추어탕이 나오기 전에 배가 부르다.
마침, 나오는 ‘가마솥추어탕’은 활미꾸라지를 가마솥 장작불에 푹 고운, 수십 년 노하우의 결정체다. 취향에 따라 산초, 방아잎, 들깨, 소금, 땡초 등을 넣고 뜨끈뜨끈한 상태로 먹다보면 몸에 열기가 오르고 땀이 나면서 순간적으로 스트레스가 달아나는 듯하다.
맛이나 보려고 주문해본 ‘미꾸라지 튀김’은 미꾸라지 자체만 튀긴 것과 특별히 깻잎에 돌돌 말아 튀긴 것 두 종류가 나오는데 어찌나 바삭하고 맛있는지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월포나루의 ‘한방청둥오리백숙’은 직접 재배한 와송과 15가지 한약재를 넣어 달인 시그니쳐다. 온갖 성인병에 좋다는 청둥오리가 면역력을 증대하는 와송과 만났으니 맛도 맛이지만 몸에도 얼마나 좋겠는가?
모든 메뉴는 바로 주문이 가능하지만 ‘한방청둥오리백숙’ 만큼은 2시간 전에 예약이 필수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마당에 내려서서 차를 한잔하다 보면 수시로 가까이 지나가는 멋진 비행기를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박정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