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동 쌍둥이 돼지국밥
무한 리필이 가능한 국밥집. 미리 만들어놓는 일이 없어 수육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가게가 있다. 1년내내, 길게 줄지은 대기 손님이 끊이지 않는 그곳.
부산 남구 대연동사거리에서 유엔교차로 가는 길로 50m 남짓 떨어진 쌍둥이돼지국밥은 유난히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쌍둥이 돼지국밥은 돼지 뼈를 24시간 푹 끓인 육수에 수육을 곁들여 시원한 국물 맛으로 유명하다.
냄새가 나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부드러운 항정살 수육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부산의맛집으로 알려졌다. 이 가게 앞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항상 국밥 한 그릇 먹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취재차 찾은 평일 오전 11시, 정식으로 문을 열기전부터 손님들이 문밖으로 길게 줄을 섰다. 서울에서 관광차 부산으로 놀러온 20대들과 등산복 차림으로 들어온 노부부, 일찌감치 식사를 하러 온 택시기사, 뭐가 좋은지 연방 싱글벙글인 젊은 연인 등 열대 여섯 명은 국밥을 먹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12시30분을 넘기면서 줄을 선 사람은 20여명을 넘었고, 오후 2시까지 10명 안팎으로 줄은 이어졌다. 기다림에 지친 몇몇은 발길을 돌려 다른 곳 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바로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20대 직장인 두 명은 "친구 소개로 왔다"면서 "돼지국밥을 잘 못 먹었는데,이 집에 와서 먹을 수 있게 됐다" 고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침 일찍 해장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택시기사 역시 "국밥 집이야 많지만, 이 집만한 곳이 없다"며 시키지도 않았는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수육백반을 시킨다. 6천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들어와서 더 기다린 손님들은 식사가 나오자마자 숟가락을 들어올리기 바빴다.
쌍둥이돼지국밥은 고기와 반찬 등을 절대 미리 준비해놓지 않는다. 신선한 맛의 비결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 때부터 고기를 자르고 반찬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밥과 반찬이 늦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밑반찬과 고기양을 조절하는 이 집만의 철칙이 있다. 수육은 남자 손님에겐 비계를 많이 넣는 대신 양을 푸짐하게 내고, 여자 손님에겐 양을 남자보다 적게 하면서도 살코기 위주로 내놓는다. 땡초와 새우젓, 부추의 양도 남자손님이냐 여자손님이냐에 따라 다르게 조절해서 나온다.
수육의 양이 푸짐한 것도 ‘쌍둥이돼지국밥’만의 인기비결이다. 2인분 기준으로 25점 안팎. 특히 항정살의 비중이 높은데 돼지고기에서 추출할 수 있는양이 얼마 안되는 부위다.
알코올램프와 함께 나오는 수육은 식지 않게 온기를 그대로 품고 있어 더욱 맛있다. 초간장과 겨자를 푼 양념장은 여성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새콤 달콤한 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매일 12시간 이상 고아내는 국밥은 노린내가 나지 않는다. 국밥에서 담백한 맛이 나는 이유였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지만 가게를 확장하지 않는다. 이유는 한가지였다. 가게를 넓히고 손님을 많이 수용할수록, ‘정성’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국밥에는 그렇게 주인의 마음이 녹아있었다.
서기량 기자
[2013년 3월 28일 제40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