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한 콩나물에 갖은 해산물이 매콤 담백한 양념 맛과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해물찜’은 국민애호식품 중 하나다. 특히 선선한 가을이나 쌀쌀한 겨울에는 해산물도 싱싱해 어느 때보다 먹을 만한 음식이다.
해물요리하면 부산경남지역을 빼놓을 수 없지만 해물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이 있다. 20년여 전만해도 우리에게 익숙한 아구찜 대구찜 맛집들은 전국적으로도 넘쳐났지만, 갖은 해산물로 맛을 낸 해물찜은 아직 선보이지 않았을 때, ‘원조’격으로 맛을 개발해 처음 메뉴를 선보인 집이다.
바로 부산 사하구 당리동 삼성서비스센터 옆 큰 골목길에 위치한 ‘희망 해물찜’(대표 정문수. 051-206-1155)이다.
제철 신선한 해물재료를 기본으로 하는 이곳은 소라, 고동, 낙지, 꽃게, 새우, 갑오징어, 쭈꾸미, 미더덕, 가리비 등 푸짐한 해산물과 아삭아삭 알맞게 익힌 콩나물, 여기에 고객의 취향에 맞춰 매운 정도를 조절, 맞춤형으로 레시피를 내는 일품요리집이다.
원조 해물찜 맛집답게 정량화 표준화된 맛의 레시피로 언제 어느 때 얼마의 양을 만들던지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맛 비결은 우선 신선한 식재료 구입을 원칙으로 한다. 해물찜 요리의 맛은 양념의 깔끔한 맛을 좌우하는 고춧가루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 정문수 대표의 고향인 경남 하동에서 직접 공수해온 태양초 고춧가루와 최소한 5년 이상 다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음식의 간을 조절하고 옥수수 전분으로 레시피의 농도를 조절한다.
우선 이곳 정대표가 귀띔하는 해물찜을 맛나게 요리하는 법은 끓는 물에 콩나물을 3분의2정도 익혀 데치듯 건져 준비해놓고 다시 양념에 버무린 해물과 같이 익히면 되는데 이때 너무 익혀도 해물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적당히 익히는 게 관건이다. 데치듯 익힌 콩나물위에 양념한 해물을 한 김 익혀 내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불의 조절. 천천히 익혀야할 것과 빨리 익혀야 할 것이 따로 있고, 불 온도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숙련된 불조절도 음식의 맛을 내는데 필수다. 이곳은 손님상에 낼 때 방아잎을 살짝 뿌려주는데 김가루도 함께 낸다.
바다향이 물씬한 해물요리의 진수가 살아나는 이곳 해물찜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유의 맛과 향이 있다. 1999년 업종을 변경하면서 발품을 팔아 시장조사 끝에 해물찜을 개발해 식당을 낸 정문수 대표의 ‘희망해물찜’은 초창기 수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넘쳐났다.
특히 사하구 당리 괴정 하단지역에는 남해지역과 경남의 바닷가 마을이 고향인 사람들이 많이 살고있어 그런지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희망해물찜’을 고향찾듯 하는 사람도 많았다.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에서 맛 비결을 전수받기 위해 찾았고,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이 벤치마킹, 다양한 해물찜 전문점을 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레시피를 첨가해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해물찜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 우리 주변엔 많은 해물찜요리 전문점이 생겨났다. 온갖 아이디어를 구상해 독특한 해물찜을 선보여 이목을 끌고 있지만 변함없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
장사꾼이 ‘장삿속’ 없이 영업을 한다면 거짓말이라 할지모르지만 이곳 만큼은 ‘장삿속’으로 이윤을 따지기보다 정직한 먹거리로 고객의 신뢰를 받기를 원한다. 우직하고 순수한 주인아저씨의 성품답게 재료를 속이지 않고 우리 먹거리로 밥상을 차린다.
정문수 대표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하는 사람들은 정말 식당을 운영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예요. 사람들이 먹는 생명과도 직결된 음식은 무엇보다 정직해야 되거든요. 그리고 우리처럼 해물요리집은 싱싱함이 관건이고요. 커다란 꽃게나 아구같은 생선 몇 토막에 해물 몇 개 넣어 구색만 갖추는 곳들도 있지만 오로지 해물로만 맛을 내는 우리집은 해물재료비가 많이 들어도 재료를 눈속임하거나 양을 줄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해물은 한 가지 종류만 맛이 살짝 가도 전체 맛이 변하기 때문에 신선함이 중요하다는 정대표는 해물찜에 관한한 ‘국가대표’를 자신한다. ‘희망해물찜’은 이외에도 해물뽈찜(대 중 소 2만원, 2만5천원, 3만원), 대구탕(6천원), 추어탕(6천원)을 맛볼 수 있다. 단체모임이나 주문배달도 가능하다.
입맛이 없을 때, 혹은 바다내음이 그리울 때, 이곳 ‘희망해물찜’을 찾는 건 어떨까. 콧잔등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매콤한 해물찜이 그립다면 희망해물찜으로 가을 별미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참고로 럭셔리한 공간을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거짓없는 맛처럼 순수하다.
유순희 기자
[2016년 10월 25일 제81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