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삼복더위에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콩국수다.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듬뿍 갈아서 얼음을 동동 띄운 콩국물에 쫄깃한 면발에 후루룩 말아 먹노라면 피서가 따로 필요없다.
그래서일까. 이열치열 다스리며 삼계탕을 찾는 미식가들 못지않게 콩국수 맛집도 이 무렵 이면 인기절정이다. 부산 근교 물어물어 찾아간 콩국수 맛집이 있다. 밀가루를 이용한 국수류 외에는 이것저것 복잡한 메뉴를 사양하는 곳이다. 시골마을 논두렁사이에 있는 일반가정집이라 길목어귀에 이렇다할 간판이나 이정표가 될만한 표지판도 없지만 알음알음 맛을 찾아 오가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꽤나 유명해진 맛집이다.
경남 김해시 대동면 초정마을 604번지. 상호는 디딤돌(055-335-5310). 칼국수와 수제비 국수가 전부인 단촐한 메뉴판에서 국수전문점임을 눈치 챌 수 있다. 이것저것 메뉴를 늘어놓지 않아 오히려 전문성이 더해 신뢰감을 주는 맛집이기에 맛하나 믿고 찾는 사람이 많은지도 모른다.
밀가루야 시중에 넘쳐나는 가공식품이라 국산 밀이라고는 자부할 수 없겠으나 주인장 말에 의하면 우리 국산콩을 100퍼센트 사용하고 있다니 주 재료인 콩에 무한신뢰를 보낼 뿐이다. 국산콩을 불려 삶아 일일이 믹서기에 갈아 내고 여기에 전날 반죽해서 치대 숙성시킨 밀가루로 수제 면을 칼질해 만들어 생면을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 올려 오들오들 쫄깃함이 더하다.
이렇다할 고명도 없다. 깨소금에 오이 생채, 방울토마토로 모양을 낸게 전부지만 주인장의 깊은 손맛 하나면 현란한 겉치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단골손님에게는 마당에서 갓 따온 풋고추에 토종재래된장을 내놓기도 한다. 일반 국수보다 손칼국수로 만든 시원한 콩국이 이 집의 별미다. 가격은 6천원. 지난 10년여간 4천원을 고수하다가 가격을 올린 지 얼마되지 않았단다.
아명이 ‘장이쁜(65)’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여주인은 김해 상동면 매리에서 추어탕집 옆 60여 평 공간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다 이곳으로 옮겼단다. 공직에 종사했던 부모님 피를 물려받지 않고 형제자매 모두 ‘자영업’의 길을 걷고있다는 주인장 장대표는 어릴적 성악가가 꿈이었지만 맏이로 태어나 동생들 건사하느라 꿈을 접었단다. 주인 장씨 여인은 이따금 단골손님이나 맘 편한 지인들이 찾아 올 경우 즉석에서 범상치 않은 노래가락을 한소절 뽑아 올리기도 한다.
청아한 주인장의 노래 한가락에 후루룩 콩국수가 목줄기를 타고 넘어갈 즈음,주저함 없는 주인의 넘치는 끼에 소름이 절로 돋아 어느새 무더위도 저만치 달아나고 만다.
유순희 기자
[2015년 8월 26일 제67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