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대통령 시대
"저에게는 돌봐야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습니다. 오로지 국민 여러분이 저의 가족이고 국민행복만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입니다."
대선 전 날 비장한 각오로 마지막 정치에 도전하는 입장을 발표한 박근혜(60) 당선인은 '새로운 변화와 개혁으로 대한민국 최초 여성대통령 시대를 열어 달라'고 다시한번 어필했다. 이같은 호소가 유효했던 것일까.
어쨌든 항간에 SNS를 통해 떠도는 드라마틱한 역사의 아이러니도 박후보가 당선될 수 밖에 없는 과정이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5.16으로 정권을 잡았고, 박근혜 당선인은 51.6%득표로 정권을 잡게됐으며, 육영수 여사는 문씨의 총탄에 맞아 숨졌는데 박근혜 후보는 문씨를 투표로 이겼다는 것.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18년 집권했고 박근혜 후보는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짜 맞추기는 신기하기까지 하다는 누리꾼들의 이야기다. 어쨌든 대통령의 딸로 청와대에 입성, 34년 만에 다시 청와대 주인으로 귀환하게 되는 박근혜 당선인은 불행한 가족사와 주변인들의 잇단 사고사망으로 비운을 여러번 겪으며 위기에 대응하는 내공을 길러왔다.
22세 나이로 퍼스트레이디 대리역할을 하며 애국심과 국민을 위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국민행복시대'를 기조 "국민 개개인의 꿈을 향한 노력이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가 발전이 국민행복으로 선순환되는 국민행복의 길이 새로운 국가 발전의 길"이라며 3대 핵심과제로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 시스템 확립을 제시해왔다.
박근혜 그는 어떤 인물
'대통령 딸에서 대통령으로' 부녀정치시대를 연 박근혜 당선인은 걸어온 길 자체가 드라마다. 1952년 2월 대구에서 아버지 박정희대령과 어머니 육영수 사이의 2녀1남 중 장녀로 태어난 박 당선인은 1963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군사쿠데타로 제5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79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비운을 겪으며 아버지 서거소식에도 전방을 걱정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청와대를 떠나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 본부장에게서 받은 6억원을 생계자금으로18년간의 칩거 생활을 하다 1998년 대구 달성에서 초선배지를 달고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에 올랐고 2004년 총선 당시 차떼기 부패정당 오명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역풍에 직면한 난파직전의 한나라당 대표직을 맡아 천막당사생활을 시작하며 기회를 호소했고, 121석을 얻는 저력을 발휘,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해내 이때부터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2006년 지방선거당시 서울 신촌유세에서 ‘커터칼 테러’를 당해 지울수없는 얼굴의 상처를 입기도. 2007년 17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사상 유례없는 경쟁끝에 이명박후보에게 석패, 꿈을 접어 여성대통령시대를 유보해야 했다.
이명박정권출범이후에도 정치역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8대 총선에서 당을 장학한 친이계에 의한 친박계 학살공천으로 분통을 터뜨려야했고, 상당기간 칩거하며 세종시이전, 미디어법처리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정권과 끊임없는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정치적 시련이면에 국민들에게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크게 각인 시켰다.
이후 2011년 당이 다시 존폐위기에 처하자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다시 구원투수로 나섰고 지난 4.11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0일 득표율84%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돼 이번 18대 대선을 치러 당당히 당선됐다.
박당선인의 향후 과제
약속대통령을 선포한 박 당선인은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끌고 나갈까. 그의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에는 정치개혁, 경제민주화, 가계 부채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복지 및 일자리정책, 국방 외교 안보정책이 상세히 담겨있다.
대선과정에서 쪼개진 보수와 진보, 2030세대와 5060세대, 영남과 호남 등 100퍼센트 대한민국의 대통합을 위해 그가 구상하는 대탕평책도 기대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대통령직 인수위와 정부조각이 될 것으로 본다.그동안 되풀이 되어온 한풀이 인사, 코드인사 등 퇴행적 인사패턴에서 벗어나 여야 출신 지역을 떠난 대탕평인사 약속을 지키는게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통합된 과학기술중심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부산을 세계 5대 해양도시로 육성한다는 목표의 해양수산부 부활, 스카트혁명시대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 전담조직 신설 등 새로운 조직개편과 신설을 비롯해 ▲공직임용 기회균등과 공평대우 보장을 위한기회균등위원회 설치 ▲국회의원 공천 여야동시 국민참여경선 법제화와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대기업 신규순환출자 금지 및 불공정행위근절 ▲중소상공인 소비자보호제도 도입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18조원 국민행복기금 설치 일반 채무자50%, 기초수급자 70%까지 신용회복 지원 하우스푸어를 위한 공공기관 주택일부 지분매각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 도입 ▲4대 중증질환자 전액 국고부담 ▲노인 빈곤해소를 위한 기초연금 도입, 노인일자리 연간 5만 개창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단축 프로그램 운영 및 공공기관 일정비율 지역대학 출신 취업할당제 도입 ▲소득맞춤형 반값등록금 ▲고교생 무상교육 ▲맞춤형 보육시스템으로 원하는 시간대에 아이 위탁 및 아이돌보미 파견사업 강화▲여성 아동 대상 범죄 공권력 동원근절 ▲군복무 18개월 단축, 제주해군기지 전력증강사업 차질없는 추진, 사병월급 두배 인상및 희망준비금 도입을 비롯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하는 부문별공약을 당선인이 향후 어떻게추진,이행해 나갈지 지금부터 숙제는 시작됐다.
유순희 기자
[2012년 12월 21일 제37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