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여성이다”
6.4지방선거 여성당선자들과 국회 전·현직 여성들이 참여하는 (사)한국여성의정소속 여성정치 선배들이 한자리 모여 여성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중앙과 지방간 여성정치네트워크의 효율적 구축 실행방안을 논의했다.
국회와 지방의회 여성정치인들이 성공적 의정활동을 위한 전문성 강화차원에서간담회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본지(대표 유순희)와 공동주최로 열린 부산지역 간담회는 지난 9월 4일 오후 3시 부산시의회 2층 중회의실에서 윤원호 한국여성의정 공동대표와 이연숙 교육개발실장, 신명 사무총장, 김혜성 정책연구실장 등 6.4지방선거 여성당선자 57명 중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거과정에서 겪은 경험담과 생활정치 입문 소감 등을 각자 발표하는 순으로 2시간 30여분간 진행됐다.
(사)한국여성의정(공동대표 김현자, 윤원호, 김을동, 이미경)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순회 간담회는 전 정무 제2장관 출신의 이연숙 16대 국회의원을 총괄단장으로 지난 7월부터 시도 단위 전국을 순회하며 정치교육 및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 여성의원과 국회 여성의원간 상호교류와 함께 생활정치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들이 생활정치입문과정에 겪은 생생한 경험담과 정치현장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향후 의정발전과 여성정치발전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책자로 발간하게 된다.
한편 부산지역 간담회는 새내기 생활여성정치인들을 위해 교육차원의 미니특강이 마련됐다. 재단법인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홍미영 선임연구위원을 연사로 초청, “성인지 예산제도의 운영현황”을 알아보고 정책의 성 평등을 고려하는 이유 등 성인지예산의 전반적인 사항의 이해를 돕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윤원호(17대 국회의원) 공동대표는 “남성편향적 정치문화를 벗어나 여성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한국여성의정이 중점사업으로 여성정치교육 프로그램을 가동, 전국의 지방여성의원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며 “여성정치교육은 우리 정치 문화와 사회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길이고, 불평등과 권위적 위계를 경험한 여성들이 앞장서 분열과 갈등 대신 돌봄과 나눔의 상생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라는 큰 틀 안에서 여성정치인들이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인식을아낌없이 공유하며 실질적 정치역량을 강화하고 지방여성의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성정치인을 지원하고 인프라를 구축, 효율적인 여성정치네트워크를 완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성정치인 교육 및 성공적 의정활동 지원모색
예비여성정치인 발굴 … 여성정치참여활성화
이어 이연숙 지역순회간담회 총괄단장은 “눈치보고 비위 맞추는 게 바로 정치이기 때문에 정치는 여성들이 훨씬 잘한다. 여성들이 집에서 하는 모든 것이 바로 정치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정치가 잘못된 것은 여성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의정이 여성정치활성화를 위해 오늘 멍석을 까는 역할을 한다”고 격려의 인사말을 전했다.
한편 이날 발표는 참석자 모두 토론에 참여하는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황보승희(38. 영도구 제1선거구. 새누리당) 시의원은 “기초의회부터 출발해 시의회 재선까지 총 5선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처음에는 어리다고 봐주던 남성후보들도 공격의 강도가 세지기 시작해 선거과정이 만만찮았고 상향식 공천제 여론 100% 당원 조사 후보공천 방식은 백그라운드 없는 여성후보들은 힘든 룰”이었다고 떠올렸다. 덧붙여 황보 의원은 정치권이 여성정치교육 이수자들을 신뢰할 수 있는 교육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아직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운대구의회 초선을 거쳐 이번에 시의회에 진입한 ▲김진영(37. 새누리당. 해운대구 제4선거구) 시의원은 “유독 남성중심적인 정치계에서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만해도 정당생활 경험도 없고 조직도 없었지만 깨끗하게 하겠다는 신념하나로 도전, 지역을 발로 뛰며 성실히 민원과 맞섰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이번에 100%경선을 했지만 가산점을 받지 않고도 부산 최다 득표율로 당선돼 보람이 컸다. 여성들도 자기색깔과 소신을 가지고 일하면 주민들이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사 출신의 해운대구의회 ▲손유정의원은 “지역구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생활정치에 입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상향식 공천을 한다기에 용기를내 도전을 했다. 당당히 정당에 서류를 내볼 수 있겠다 싶어 직접 자료를 만들어 당사에 찾아갔다. 같은 당 후보들끼리 갈등이 심했고 경쟁도 치열했다. 새내기 정치인으로 아직은 두려움도 있지만 용기를 내 당당히 의정활동을 해 좋은 표본이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새정연의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한 ▲정영희 시의원은 “약사로 일하면서 지역시민들에게 건강강좌 활동을 많이 나갔고, 약물 부작용 언론 홍보에도 힘쓰는 일을 하면서 적극적 사회참여활동을 해온 게 정치권 전문직 여성인력 발굴에 도움이 된 것 같고 비례대표 선정이라는 좋은 선례를 남긴 것 같다”며 “시의회 들어와 보니 남성의원들이 많아 보이지 않는 차별도 느껴진다. 이는 차후에 우리가 풀어나갈 숙제인 것 같다”고 입문 소회를 밝혔다.
부산지역 여성의원 중 최연소인 ▲김효정(덕천1,3동 만덕. 새누리당) 북구의회 의원은 “4년전 지역 국회의원 비서로 일을 했고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무작정 도전했고 깡으로 버텼다. 지역에 어르신들과 남성 유권자들이 많아 경쟁상대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최선을 다해 뛰어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며 “다만, 선거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 그리고 의회에 진입한 지금도 여성의원으로서 허심탄회하게 고민 같은 것을 상담할 데가 없고 아직도 어려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금정구의회 새정연 비례대표로 의정에 참여하고 있는 ▲오희주(39. 새정연. 비례)의원은 “최근까지 해외유학 컨설팅하는 일을 했지만 처음에는 전 세계 항만 자동차시스템 납품관련 일을 했다. 입사초기만 해도 여자가 선박에 오르면 재수 없다고 담당자를 바꿔 달라하기 예사였는데 실력하나로 업무처리를 제대로 하고 능력을 발휘하자 이후부터는 나만 보내달라고 할 정도였고 이후 초고속 승진을 했다. 어느 영역에서건 여성들이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지금은 항만업계도 여성지사장도 파견하고 있고 신입사원 채용 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앞서 진출한 여성의원들이 몫을 다하고 충분히 능력발휘하며 제대로 한다면 여성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KNN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기획PD로 일하다가 새정연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진입한 전진영(42. 새정연. 비례) 시의원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치권 인사들을 많이 만나 봤지만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지는 몰랐다. 견제와 균형이 없으면 건강한 의회가 되지 않고 정치나 행정도 마찬가지다. 치우치지 않고 공존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과정을 치르면서 여성남성의 벽을 느꼈는데 의회에 들어와서도 47명의 의원중 여성의원은 고작 6명이었다. 여성의원들이 전문성을 키워 목소리를 제대로 내어야 겠고 10만 개 여성일자리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의정소감을 밝혔다.
이외에도 많은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선거당시 경험담과 정치참여 동기 등 의정활동 소감을 발표했다. 이날 부산토론내용은 경기 인천 대전 대구 전북 광주 등 지역 간담회 내용과 함께 책자로 발간될 예정이다.
김유혜민 기자
[2014년 9월 23일 제56호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