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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외모는 권력? 신체이미지와 여성불평등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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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안 되면 본인 스스로 이유를 많이 찾잖아요. 저는 학벌이라든지, 영어 성적이라든지, 기타 등등에서 더 이상 찾을 이유가 없어서 외모나, 인상, 내 말투에서 이유를 찾았어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결심했고, 더이상 스펙으로 채울 수 없는 걸 다이어트로 채운 것 같아요. 이유를 찾다 찾다 외모가 아닌가 생각한 것 같아요.”
 
여성의 몸을 둘러싼 담론들 어디까지 왔을까. 언젠가부터 성형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 지 오래. 웰빙이라는 시대적 아젠다가 현대인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히면서 마치 날씬하고 건강하며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만이 삶의 질 향상의 바로미터로 여겨오는 시대가 됐다. 그런만큼 이제 성형이나 다이어트는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볼 만한 이슈가 되기에 이르렀다.
 
프리사이즈가 보편화되고 있는 의류시장, 자기관리의 척도로 사람을 평가하는 노동시장, 매일 보여지는 미디어속의 성형 조장 광고와 외모에 대한 범람하는 일상의 말들. 이제 외모는 한 사람의 판단기준이 될뿐 아니라 사회적 불이익의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같은 편협한 사회인식으로 몸에 대한 혐오의 대물림이 가속화되고있는 사회에서 폭식증이나 거식증 자기혐오와 불안, 우울증을 겪는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양산하는 사회문제가되고 있다.
 
7월 여성주간을 맞아 1일 오후 2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2층 대회의실에서는 여성의 몸을 둘러싼 담론들을 신랄하게 펼쳐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외모가 권력이자 전부가 되어 가고 있는 현대사회 분위기가 여성들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더욱 위협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모두가’ 불행한 이 분위기를 도대체 누가, 왜 양산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였다.
 
이번 토론회는 부산여성단체연합 주관 부산광역시 주최로 마련되었으며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팀장의 “신체이미지와 여성불평등”을 김진숙 텍사스오스린대학교 미디어연구 박사과정 연구원이 “사이버상의 여성 몸에 대한 혐오”에 대한 발제와 김지연씨의 다이어트 너머의 세상 경험사례를 중심으로 발표가 있었다.
 
첫 발제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김희영 여성건강팀 팀장은 성형·다이어트 경험이있는 22명의 여성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김팀장은 “외모 차별은 비단 개그 콘서트에 등장하는 여성의 몸에 대한 온갖 비하와 희화하의 장면만이 아니다. 문제는 여성들은 몸에 대한 온갖 지적과 범죄에 가까운(일을 당하지만 그것은 무례하고 부당한 것이 아니라 그래야 상처 받아서 뺀다는 기이한 합리화에 저당 잡혀 피해의식으로 환원되고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인 상처는 끊임없이 다이어트와 성형을 다짐하게 하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들의 외모 관리를 단순히 여성 개개인의 선택이나 ‘집착’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한 번쯤은 몸에 대한 지적이나 비교, 노골적인 배제나 차별의 경험을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외모로 인한 차별이나 배제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기 어려운 것은 외모 관리의‘자기 만족’이란 속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뿐만아니라 TV나 포털사이트에는 일상적으로 “성형, 다이어트로 인생이 바뀐” 이야기가 도배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여성들에게 외모 가꾸기는 “외모 때문에 대우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사회를 향한 ‘복수’이면서도, 자신에 대한 신뢰나 존중감을 끊임없이 상실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외모 기준 획일화와 외모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 심화로 인해 이득을 보는 집단을 면밀히 파악하고, 무분별한 성형·다이어트 광고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타인의 몸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무례하거나 불쾌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 미디어연구 박사과정의 김진숙 연구원은 “남성들 사이에 팽배한 남성 역차별·여성 혐오 정서의 뿌리에 남성들 사이의 불평등 구조 심화”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 여성의 몸은 못생기고 뚱뚱해도 혐오의 대상이 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기 싫어 성형수술을 해도 ‘성괴’가 된다”며 “일베(일간 베스트)에 여성의 몸과 관련하여 올라오는 내용중 성형 다음으로 많은 혐오글 중 하나는 바로 ‘낙태충’ 관련 포스팅”이라며 말그대로 낙태를하는 여성들을 비하, 비난하는 말로 ‘충’이라는 말에서 벌레와 같은 경멸적인 의미를담고 있기도하다며 온라인상의 여성비하가 심각함을 지적했다.
 
또 마지막 발제자로 참석한 다이어트 경험자 김지연씨는 21세부터 다이어트를 하면서 다양한 체험을 했다며 “타인의 외모 지적에 동조하면 외모지상주의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하고 “다이어터로서의 삶이 행복하지도 않았고 오히려자신을 죽이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유혜민 기자
[2014 7 25일 제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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