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16일

사회

성급한 ″진단″ 사회전체적인 인식변화 ″아니다″

이슈 - 좌담>
 
 
▷우리 사회, 진짜 여아선호인가
 
최근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2008년도 4~7월 출생 신생아 부모 2천여명을 대상으로 자녀 성별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아버지 37.4% 어머니 37.9%가 딸을 원했던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아들을 희망28.6%,31.3%보다 각각 높게 나타나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뭐야? 진짜 이제 여성시대가 온 거야?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괜한 호들갑이라며 조심스런 진단을 요구하기도 한다.
 
여하간 이같은 수치를 두고 사회전체의 인식변화로 읽어야 할지 아니면 젊은 세대, 수도권지역 일부 신세대 부모들의 소견으로 보아야할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기엔 성급하다는 담론이 대세다.
본지는 세대별 일반 부모들을 초청, 실제 그들이 생활속에서 경험하며 체득해온 딸과 아들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자녀들에 대해 어떤 생각과 바람들을 갖고 있는지 생생한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 참석자
-사회: 본지 유순희 편집국장
-정리: 심은주 기자
 
 
▲공미혜: 신라대 여성학과 교수
▲권은영(36): 여성활동가, 신혼의 예비엄마
▲손인석(47): 한의원 의무원장, 2녀1남의 아빠
▲김유미(49) : 교사, 딸만 둔 엄마
▲장경희(48) : 주부. 1녀1남을 둔 자원봉사자
▲배순덕(51) : CEO, 1남1녀를 둔 여성기업인
▲박선해(73) : 여성단체장, 3남1녀 출가시킨 기성세대
 
 
 
 
 
 
 
둘째 세째 이후 자녀 남아비율 아직 높아
다자녀 기피하는 젊은세대 희망사항일 뿐
 
▲유=얼마전 한 통계수치가 우리사회 전체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매스컴도 요란한 반응을 보일정도로 요즘 젊은 부모들 대부분 딸이 대세라고 합니다. 과연 진짜 그럴까요? 본지는 이같은 사회분위기가 실제 생활속에서 느끼는 일반 부모들의 심정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기탄없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당초 성급한 마음에 ‘여아선호, 우리사회 왜 딸인가?’ 라고 화두를 정했다가, 숨을 고르고 다시 생각해 본 결과‘ 우리사회 진짜 여아 선호인가?’로 선회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생각을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공=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통계결과를 믿을 수 없습니다. 언론도 그렇고 사회가 이토록 호들갑스럽게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통계라는 것은 어느 시기에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인가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도는 알겠는데 특정지역 일부 병원의 젊은 층 부부들을 대상으로 약간 명을 조사한 내용이 우리 사회 전부의 의식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권= 저도 아직은 여아선호시대라고 판단하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주변에서 보면 첫째 딸을 낳은 사람들은 둘째부터는 은근히 아들이기를 희망하고 있고, 첫째 아들을 낳은 사람들은 둘째가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을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여전히 남아선호가 우세하다고 볼 수 있죠.
그렇긴 한데, 저희 남편의 경우에도 한 명만 낳는다면 딸을 낳고 싶다고 합니다. 군복무도 그렇고 남자의 삶이 고되다고 생각해서인지 딸을 낳아 공주처럼 키우며 사는 재미를 맛보고 싶다고 합니다.
 
 ▲공= 앞서 말했다시피 이번 통계는 매우지협적인 결과이고 그것을 사회의 일반적 통념이나 인식의 전부 또는 보편화된 의식으로 치부한다면 매우 위험하지요. 여전히 우리사회는 특히 농어촌지역의 경우나 우리 부산과 경남지역의 경우만해도 남아선호경향이 남아있습니다. 전국대상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통계자료를 분석한 내용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단정하거나 믿을 수 있는 결과로 보기는 어렵죠. 아직까지도 둘째 셋째이상 남아출산이 훨씬 높은 편이고, 그만큼 우리사회가 남아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첫째아가 남아 이건 여아이건 대부분 신경쓰지 않지만 둘째부터 남아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은 반드시 남자애를 낳겠다는 의지와 결과입니다.
 
 ▲손= 그러고 보면 저같은 경우가 딱 그렇습니다. 저도 위로는 딸딸을 두고 막내로 늦둥이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집안에서는 장남이기도 하고요. 저희들 부부만해도 사실 아내도 한의사이고 일을 하기 때문에 애를 여럿 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여건이었습니다. 그냥 딸 둘만 낳고 그만두려고하니 부모님께서 극구 반대하셨어요. 심지어 못할 말이지만 저더러 밖에서 낳아오라고까지 하는 바람에 아내가 상처를 받기도 했지요. 그래서 이를 물고 결심한 게 셋째를 갖는 것이었고 갖은 노력으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권= 요즘 저처럼 초혼연령이 늦어지다 보니 아이를 여럿 갖기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러 여건과 계획상 당장 출산은 미루고 있는 상황인데, 40전에는 한 명 낳을 생각입니다. 그런데 첫아이 초등학교 보낼 때는 40중반을 넘길 거고 그런상황에서 둘째는 엄두도 못낼 것 같아요. 그냥 아들이든 딸이든 한 명만 낳고 말것 같은데, 아마도 신세대들의 자녀관이 저희들처럼 딸이든 아들이든 하나만 낳고 말겠다는 의지도 포함된 것 같고, 크게 성별을 중시하지 않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배= 저도 첫 아이가 아들인데 군에 갔다와서 복학 후 유학준비중이고 8살 차이나는 여동생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25세때부터 회사를 운영해 직원들 월급주며 경영이라는 걸 하다보니 육아가 참 힘들었어요. 그래도 뒤늦게 딸을 낳아 키워보니 차이는 납디다. 아들은 고등학생이후부터 엄마와 멀어지는 기분이예요. 그때부터는 자잘한 것들은 엄마와 의논하면서도 굵직한 것들 가령 인생경로
나 큰 결정거리 등 이성문제까지 동성인 아빠한테 풀어놓고 서로 의지하는 분위기더라구요. 어릴때 말썽피다가 아버지한테 그렇게 혼나고 맞아도 철이 들면서 아들들은 부정에 이끌려 남자들끼리 의지하는 모습을 보게 되더군요. 서운함도 있지만 사실 비교해보면 딸이 훨씬 살갑고 엄마편에서 끈끈한 모녀지정을 나누는 것 같아요.
 
 ▲유= 노년기의 많은 부모님들은 당신들이 아들딸 다 키워 출가시키고 보니 노후에 적적한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살뜰한 딸들이 더 낳다고들 하십니다. 옷사드려, 맛난것 사 부쳐드려, 용돈 보내드려, 미주알고주알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안부전화까지 자주하니 딸과 친밀도가 높을 수 밖에요. 옛말에 딸 낳으면 비행기타고, 아들낳으면 기차탄다는 말도 있었잖아요. 세월이 흘러도 이런 사실만큼은 변함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연세든 부모님들은 딸만 있는 자식들에게는 아들 하나는 낳아야지 은근히 보채기도 합니다. 3남1녀를 출가시켜본 어머니로서 박회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박= 아들은 아들대로 장점이 있고, 딸은 딸대로 장점이 있지요. 중요한 것은 자식들의 경제력인 것 같아요. 돈이 곧 효자이고 효녀가 되는 세상 아닙니까. 마음이 있어도 못하면 불효자식이요, 자주 오가지 않아도 용돈만 잘 보내주면 효자고. 이런 세상에 다 잘하기란 어려울 것 같아요. 저희집이야 자식들이 다 제각각의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고, 삶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부모로서 우선 다행스럽고 그게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은 있기만 해도 든든하고 그렇습니다. 부모 생각하는 마음도 틀리고, 책임감도 강하죠. 우리만 해도 구 세대이니까 아마 다를 겁니다. 하지만 변함없는 진리는 딸은 꼭 있으면 좋다는 것입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지요. 늙으면 더욱더 딸은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아요. ㅎㅎㅎ 욕심인가요?
 
 ▲김= 저는 대학생 딸만 하나 두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나 더 낳을수만 있다면 딸을 낳고 싶은 심정입니다. 주변 교사 동료들도 보면 딸을 낳으면 그렇게 좋아들 하더라구요. 바쁜 직장생활하다보면 딸들은 크면서 지들이 알아서 챙겨먹기도 하고 엄마 마음을 잘 살피는 것 같아요. 저도 딸을 많이 의지하고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나처럼 사회가 왜 딸딸 하는지 다 나같은 생각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현실적인 사회적 지위는 아직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지만 가정내 실질적 지위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가정경제권은 물론이고 결정권한도 가정에서 우세하고 모든 의사결정사안들이 어머니 주도로 이루어지다보니 요즘 어머니들이 딸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잖아요. 돈 잘버는 아들은 처갓집 아들이고 못난 아들은 내아들이란 말도 있듯이 내 아들이 의사 판검사인 것 보다 사위가 그러길 원하는 세상아닙니까. 내 아들 힘든 일 하는 것은 못 보겠고 대신 딸을 잘 둬서 유능한 사위 자식을 얻겠다는 거죠. 이 역시 딸들이 친정을 더 챙기는 분위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권= 요즘 아파트에 나이드신 어머니들 만나보면 항상 비움에 대해 말하세요. 딸들은 커갈수록 평생끼고 살거라는 확신이 들지만아들들은 결혼하고나면 다 남의 자식이 되고 제 식구 챙기기 바쁘니 아들들에게 의지하겠다는 마음 자체를 비우려는 것이죠. 우리도 결혼해서 친정집 가까이 살고 있는데, 여가생활이나 집안 대소사가 딸들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유=아마도 여성들이 화합하고 도모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섬세하게 돌보는 특성이 남성과 달리 강하다보니 남매들 간에도 집안 대소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결정할 때 합리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집안의 분위기가 여성중심으로 흘러가는 것도 여성들의 리더십이 먹혀들기 때문은 아닐까요. 딸들이 과거 아들들이 하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고,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비의존적으로 변하면서 기왕이면 다정다감한 딸을 더 희망하고 있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손= 사실 딸들을 키우면서 아빠인 나는 늘 외톨이같은 기분이었어요. 소외감을 느꼈죠. 아이들이 엄마랑 훨씬 친하더라구요. 물론 제가 다감하게 애들하게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자식들은 엄마랑 훨씬 친밀도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근데 아들을 키우고보니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애가 커가면서 엄마와 함께 갈 수 없는 가령 목욕탕을 함께 다니면서 부자간 친밀도 쌓이기 시작하고 뿌듯함도 생기더라구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들딸 골고루 키우고 싶
어하는 욕망이 있을 겁니다.
 
 ▲권= 호주제도 폐지되었고, 제사도 딸들이 모실 수 있는 사회입니다. 많은게 달라졌죠. 이데올로기나 제도의 변화보다 생각이 늘나중에 바뀌는 게 문제예요. 1인1적부가 도입 된 지 언젠데 사람들은 아직 인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시어머니나 친정엄마가 없으면 출산과 육아문제로 많은 직장여성들의 경력단절이 불보듯 뻔합니다. 저출산 운운하지만 생기는 대로 얼른 하나만 낳고 말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겠어요. 우리사회 분위기를 제대로 읽었으면 좋겠어요.
 
 ▲장= 저는 개인적으로 남편은 해외근무 중이고 딸하나 아들하나 두고 있지만, 큰 차이는 못느낍니다. 자식과의 친밀도는 부모가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남자아이라도 사랑과 정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 생각하는 마음이 다른 것 같아요. 전업주부로만 살아서 아이들과 늘 소통하고 자식을 돌보며 살아 그런지 몰라도 가능하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많이 낳아 길렀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큰애가 딸인데 마치 친구이자 보호자처럼 엄마를 걱정하는 대견스러움이 든든합니다. 오히려 우리집은 아들이 더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면이 있어요.
 
 ▲김= 사실 우리사회가 남아선호사상이 우세하게 된 것은 17세기 중엽부터 겨우 300여년입니다. 유교적 영향이나 장자중심의 사회문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지만 고려시대만 해도 태어난 순서대로 제사도 모시고 재산도 분배했다고 합니다. 남녀의 차별이 없었던거죠. 이황선생도 후처가 막대한 재산을 갖고와 재산을 일구는데 한 몫했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경제 상속문제에 있어서도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거죠. 여자 남자 대립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최근 일부의 수치이긴 하지만 이제 이러한 사회의 변화가 한민족 본래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삭막한 사회 구원의 대안은 모성으로의 회귀가 아닌가 싶습니다. 회귀하고 곧 상생하는 분위기가 바람직한 것이죠. 여자라서 약자이고 약자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도 불필요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양성이 어떻게 상생적으로 발전해야 할 지 방안을 찾고 바꾸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유= 사회제도의 변화와 사람들의 인식변화, 경제적 의학적 변화와 발전 등 여러 여건과 맞물려 남아선호의 정도가 예전보다 낮아진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여성할당제를 무시할 만큼 여성의 각종 지위가 향상된 것은 아니기에 최근의 경향을 사회지표로 삼기에는 무리가 따라 보입니다. 참석자들의 경우만 봐도 자녀를 노후대책으로 의존하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이런 여건과 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새로운 문제와 해법모색에 진지한 고민이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0년 2월 20일 4호 7면]
[2010년 2월 20일 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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