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마을 이장 선출 및 임명 과정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이장 선출 시 성별 관계없이 동등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각 기초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의견 표명을 했다.
인권위는 2023년 전북 〇〇군의 한 마을에서 60년 동안 여성 이장이 선출된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후보에도 추천된 전례가 없으며, 이장 추천권을 가진 마을개발위원회에도 여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등 여성이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 사건을 조사해 및 시정 권고를 한 바 있다.
이후 인권위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의 성차별적 관행의 실태를 파악하고 성평등한 사회 기반 조성을 위한 정책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2014년부터 2023까지 마을 이장 선출·임명은 총 10만 7945회였으며, 이 가운데 남성은 90.61%, 여성은 8.43%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여성 이장 비율은 경상남도가 11.58%로 가장 높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2.54%로 가장 낮았다.
한편 이장의 자격 요건과 관련해, 기초자치단체의 조례와 규칙에는 명시적으로 특정 성별을 제한하는 직접 차별적 규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의 규칙은 주민총회 참석권이나 의결권, 후보 추천권 등을 ‘세대주’, ‘세대주의 위임을 받은 1인’ 또는 ‘세대 대표 1인’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또한 일부 마을 정관은 회원 자격과 선거권·피선거권·의결권을 세대주 또는 세대별 1인에게 한정하고 있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이러한 기준이 외형상 성별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농어촌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구 대표로서 세대주 지위였던 관행과 결합할 경우 여성의 투표권과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제한하는 간접차별적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인권위는 이러한 성별 불균형을 기초자치단체의 규칙이나 마을회 정관의 직접적인 결과로만 단정하기보다는, 오랜 사회문화적 관행, 가사·돌봄 부담의 성별 불균형, 남성 중심의 비공식 네트워크, 여성의 리더십 형성 경로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읍·면을 두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이장 협의회 등을 통해 마을회 정관 등에 특정 성별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해당 정관을 성평등한 방향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마을 개발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특정 성별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장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및 성평등가족부장관은 농어촌지역 의사결정 구조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회 정관 표준안 등을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향후에도 공공부문의 의사결정 과정에 성별 대표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성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