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6년 03월 07일

사회

여성폭력 절반 이상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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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 전화 제공)

여성폭력 피해자들 절반 이상이 배우자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의 유형도 복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의전화가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발표한 ‘2025년 여성폭력 상담 통계를 보면, 폭력 피해가 있는 상담 건수 가운데 56%4033건이 ()배우자, ()애인 및 데이트 상대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친족이 17.6%(1270)으로 전·현 배우자 다음으로 많았고, 직장 관계자 7.2%(521), 동네 사람, 지인 3.7%(266), 인터넷(채팅 등) 2.2%(161), 동급생·선후배 1.8%(132) 등 다양했다. 모르는 사람과 단순 대면인의 경우 각각 2.7%(196), 2.0%(143)로 전체 상담 중 4.7%(339)였다. 이는 여성폭력 피해 대부분이 피해자와 생활 전반을 밀접하게 공유하여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는 가해자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9개 지부의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은 총 6455건이고, 이 중 친밀한 관계 내 파트너에 의해 발생한 폭력 피해 상담 사례는 3564건으로 55.2%를 차지했다. 이를 다시 피해 양태별로 분류하여 분석했을 때(중복 집계), 신체적 폭력 65.9%(2347), 정서적 폭력 49.4%(1762), 경제적 폭력 14.7%(525), 성적 폭력 12.6%(450) 순으로 나타났다. 중복집계한 각 항목의 합계는 100%를 초과하는데, 이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이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영역에 걸쳐 두루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피해 상담 291건 중 신체적 폭력만을 보고한 사례는 10.3%(30), 성적 폭력만을 보고한 사례는 26(8.9%), 정서적 폭력만을 보고한 사례는 15.5%(45), 경제적 폭력만을 보고한 사례는 1.4%(4)으로, 전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상담(291) 36.1%(105)을 차지했다. 다시 말하면, 63.9%(186)이 한 가지 이상의 폭력 피해를 동시에 겪은 사례이다.

초기상담에서 모든 폭력 피해를 보고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음을 감안할 때, 실제 복합 피해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여성의전화의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 7832건 중에는 성폭력이 44.0%(3,167)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으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 유형 중 성폭력의 비율은 12.6%(450)으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친밀한 관계 내에서는 성폭력이 적게 발생한다기보다는 UN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내 강간이 명문화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 스스로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문제라고 생각하기 어렵거나, 타인에게 보고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에서 진행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상담 중 2차 피해가 있는 상담사례는 65건이었다. 가해자 가족·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가 26(40.0%)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경찰에 의한 2차 피해가 18(27.7%), 피해자 가족·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가 12(18.5%) 으로 나타났다. 이외 법원 6(9.2%), 의료기관 3(4.6%) 등이 확인됐다.

피해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수사 기관인 경찰에 의한 2차 피해는 가해자 가족·주변인(40.0%)에 이어 2(27.7%)를 차지했다. 검찰과 법원에 의한 2차 피해도 12.3%를 차지했는데, 이는 경찰 외 수사·재판 기관에 의한 2차 피해가 적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좌절되기 때문이다.

경찰 외에도 검찰과 법원에 의한 2차 피해까지 합치면 수사·재판기관에 의한 2차 피해는 40.0%에 달하는데, 이는 피해자가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2025년 여성의전화 전국 상담통계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2차 피해 사례 중 40%가 수사·사법기관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현행 가정폭력처벌법도, 스토킹처벌법도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가 수사, 재판 절차에서의 피해자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성폭력처벌법에 비해서도 한정적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데이트폭력 등 다양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넘어 친밀한 관계의 정의 규정을 넓히고, 신고 이후 범죄 예방 및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강화하며, 피해자의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을 고려한 수사·재판상의 권리를 확대하는 가정폭력처벌법전면 개정 및 법안 마련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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