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센터 살림이 성매매방지법 12주년을 맞아 토론회를 갖고 여성의 비범죄화와 수요차단 방안을 모색했다.
2014년 11월 26일, 통영의 한 모텔에서 경찰단속을 피해 여성이 뛰어내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에 일어난 일이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매매 알선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시행된 성매매방지법이 여성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세계 각국에서 성산업 축소를 위한 방안으로 수요자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와 수요차단의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오늘날, 성매매 방지법의 효과적 집행을 위한 방안과 그 방향이 무엇일지에 대해 함께 논의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여성인권센터 ‘살림’에서는 11월 24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부산장애인종합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성매매, 여성인권의 문제로 다시 생각하다-성매매방지법의 효과적 집행을 위한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와 수요차단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회를 맡은 정경숙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소장은 “성매매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단속 관으로 인해 성매매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성들의 피해가 더 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성매매방지법의 효과적인 집행을 위한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수요차단의 필요성’에서 “2010년 여성가족부의 의뢰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연구책임자: 배은경)가 수행한 <성매수 실태조사>에서 ‘최근 1년간’의 성구매 경험을 물었을 때, 성행위 성매매 경험은 39.2%, 유사성행위 성매매 경험은 35.4%의 남성이 ‘있다’고 답했다.
평생 한 번이라도 성을 구매해 해 본 남성은 51.4%로, 절반이 넘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2013년 일반 남성 1,200명에게 온라인으로 실시한 성 매매 실태조사에서도 성구매 경험이 있 다고 응답한 사람이 56.7%(680명)였다. 응답자의 2명 중 1명이 성매매를 경험했고 이들은 1인당 평균 6.99건의 성 매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을 도구화·성적 대상화 하는 여성혐오적 문화를 기반으로, 그리고 그 문화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행위로서 수행되는 것이 성매매, 성구매 행위인 것은 맞지만, 이것이 ‘정상적인’ 남성성의 일부이며 남성이라면 누구나 하는 무엇인 것으로 생각되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조영숙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성매매 여성 단속 및 처벌 사례와 문제점-통영여성 사망사건을 중심으로’에서 “통영여성 사망사건은 남성 경찰관이 손님으로 가장해 다방종업원인 피해자를 모텔로 불러내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하자 모텔 6층에서 창문을 통해 12미터 아래로 추락 사망한 사건이다.
여성단체에서는 통영경찰서와 유족, 지역단체들과 면담을 했으며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단속경찰관들이 집무집행상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한 사건사고로 인하여 가족인 원고의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며 “성매매 단속과 수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론에 참여한 정미례 성매매문제 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성매매여성 비범죄화와 여성인권의 현실’을 주제로 “성매매 범죄 단속 및 수사의 목적은 여성에 대한 인권보호를 최우선으로 성산업과 성매매현장의 다양한 폭력 및 착취구조에 접근해야 한다.
업주를 처벌하기 위해 신고나 고소를 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끈질긴 업주의 합의요구나 협박을 받으면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여 업주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않는다.
성매매현장에서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는 성폭력피해자의 경험과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 및 사회적 낙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사의 대상이 될 경우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성매매여성이 수사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성매매여성에게 부여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은 그대로 남아서 보호받지 않아도 되는 몸,‘성’으로 전락되어 오히려 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여성들의 법적 접근을 멀리하게 된다. 제한적인 성매매 피해자 개념은 오히려 여성들에게 사실상 입증책임을 전가시켜 여성들이 업주 등을 신고하는데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적 미비로 성착취 행위의 피해자들이 현행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 피해자로 곧바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수사실무에서는 현행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착취되는 과정에서 범한 범죄에 대해 처벌하지 않거나 범죄로 간주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을 제대로 이해하여 집행해 나가야 한다. 그렇더라도 법적 문제해결은 미룰 수 없으므로 법적 논의를 진행하여 여성에 대한 처벌이 멈출 수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 참가자 손명숙 법률사무소 황금률 변호사는 ‘성매매방지법 집행과정에서의 문제점 및 대안마련을 위한 법률적 검토’,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부설 힘내 상담소 부소장은 ‘현장에서 바라본 성구매자 문제와 법적대응의 현실’, 부산 성매매 수요자 포럼관계자는 ‘성매매, 수요자의 문제로 다시 생각하며’를 주제로 토론은 펼쳤다.
한편(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은 2002년 설립된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여성부에 등록된 성매매피해상담소, 쉼터, 그룹홈, 자활지원센터 등 4개의 부설기관을 운영하며 성매매피해여성을 구조하고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수연 기자
[2016년 11월 23일 제82호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