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성매매문제 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지난 9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4단독 재판부가 HIV에 감염된 지적 장애여성이 남자친구 등에 의해 성매매에 알선된 사실과 관련하여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을 선고한 것과 관련 피고인은 관련 법규에 의거하여성매매 피해자로 보호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알선자들보다 더 중한 벌을 선고 받았다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은 “청소년, 취약한 여성들을 비롯하여 발달 장애여성이 지속적으로 성착취 피해를 입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이 같은 판결은 법이 여성을 성착취로부터 보호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며 관련 법규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규탄했다.
이들 인권단체는 현행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상 명백히 ‘성매매 피해자’로 형사면책과 보호지원을 받아야 할지적 장애 여성이 언론에 의해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는 공격을 받았고, 7개월째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며 재판부의 이번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 사건의 성매매 알선자인 남성들에 대해서는 검찰은 각각 징역 1년을 구형 하였고, 법원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하였는데 이들 모두 성매매 알선 사실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착취피해를 입은 여성이 훨씬 더 크고 무거운 벌을 받게 된 건 문제가 있고, 재판부의 판결에 앞서 더 큰 문제점으로 검찰이 “성매매 알선죄”로 이들을 기소하지 않고 훨씬 더 가벼운 형벌인 “성매매 행위죄”를 적용하여 알선자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을 자초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인 지적 장애 여성의 동종 범죄 전력과 각 진술 내용에 따른 피고인의 지적 능력과 알선자이자 남자친구에게 보낸 편지 내용 등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남자친구 등의 알선자들과 피고인을 성매매의 공모관계로 파악함으로써 성매매알선범죄에 대한 법리해석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 현행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4호의 다항에서는 “청소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ㆍ유인된 사람”은 성매매 피해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성인권단체는 “설령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가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ㆍ유인되었다면 성매매 피해자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 사건의 피고인 역시 지적장애여성으로 현행법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대한 장애를 가진 자라는 것이다.
이번 사법부의 판결과 관련 여성단체는 ▲검찰과 재판부는 공정한 수사와 올바른법집행을 위해 성인지감수성과 성착취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의식을 갖출 것 ▲검찰과 재판부가 성매매 처벌법에 대한 명확한 법 적용을 이행할 것 ▲성매매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매매알선・구매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으로 촉구하는 등 HIV 감염 지적 장애 여성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성착취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판단하지 않는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편 (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은 지난 2002년 설립된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여성부에 등록된 성매매피 해상담소, 쉼터, 그룹홈, 자활지원센터 등 4개의 부설기관을 운영하며 성매매피해여성을 구조하고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단체.
또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2004년 6월 9일 발족한 반성매매 여성인권운동단체로, 전국 13개 지역 회원 단체가 있는 연대 단체로 성산업착취구조해체 및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 수요차단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다.
유시윤 기자
[2018년 5월 25일 제100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