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카락으로 아픈 친구들을 도울수 있어서 너무 뿌듯하고 기뻤어요.” 단발머리의 앳된 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만난 미담사례의 주인공은 대신초등학교 4학년 옥서인(9)양.
엄마뱃속에서부터 10년동안 고이 길어온 태내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난 서인양은 환없이 밝고 유쾌했다. 긴 생머리를 한번도 자르지 않고 길러온 서인양은 우연한 기회에 한국백혈병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가발을 만드는데 건강한 생머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엄마 친구분이 제가 머리 자르고 싶다고 하니까 환우들에게 기부하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그런데 아빠가 긴머리를 좋아하셔서 설득하는데 힘들었지만 제가 좋은 일도 하고 단발머리의 소원도 이루어 보고 싶다고 졸라서 자르게 됐어요.” 어린 나이에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행복했다고 말하는 서인양은 친구들에게 많은 홍보의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서인양이 기부한 머리카락의 길이는 30센티미터 남짓. 동네는 물론 학교에서도 늘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모습만 보았던 서인양의 단발은 단연 주변의 화제가 됐다. 긴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였던 아이의 갑작스런 변화에 모두가 긴 머리를 왜 잘랐냐고 묻는 바람에 소아암환우 가발용으로 기부한 소식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학교 친구들도 기회가 되면 좋은 일 하고 싶다고 하고, 동생 유치원 선생님도 머리카락도 기부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주변에 많이 홍보하겠다고 하셨고 우리 교회에서도 좋은 일 했다며 칭찬하셔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어요.” 서인양의 선행을 본받아 동생 서진(6)양도 머리를 기르고 있다.
언니처럼 좋은 일을 하고싶다는 것. “별 것 아니지만 작은 관심과 사랑이 팍팍한 우리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게 아니냐”며 “백혈병 소아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사랑과 나눔이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서진양의 어머니 임수희(38)씨도 어린 딸의 용기와 선행에 대견해한다.
한편 모발기부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사이트에 들어가 사전신청을 하면된다. 단, 모발은 펌이나 염색을 하지 않은 순수한 자연모발이어야 한다.
유순희 기자
[2018년 4월 20일 제99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