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워마드(Womad) 운영자에 대한 편파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부산지역 여성단체들.
부산지역 여성단체들이 온라인 사이트 워마드(Womad) 운영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부산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이에 대한 편파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사)부산성폭력상담소, #Me_too(미투)운동부산대책위,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등은 13일 오전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8일,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 음란물 유포방조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운영자의 거주지가 외국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경찰이 해당국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범죄인 인도 청구나 인터폴 적색 수배 요청도 검토하고 있다는데 대한 입장을 먼저 밝혔다.
“폐쇄된 불법촬영물 유포사이트 소라넷은 17년 동안 버젓이 운영됐고 각종 남초 커뮤니티와 P2P사이트에서는 오늘도 무수한 불법촬영물이 끊임없이 재생·유포됨으로써 촬영물 속의 여성들은 소비되고 여성에 대한 폭력도 지속되고 있다”며 “경찰은 수십여년 동안 불법촬영, 유포범죄를 저지르는 수백 명의 남성피의자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여성피의자가 등장하자 즉각적으로 체포·수사하고 국제공조를 펼치는 편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최근 부산지방경찰청에서 만들어졌던 불법촬영범죄에 대한 홍보물에 대해서도 “부산경찰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촬영물이 한낱 이벤트에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물티슈와 포돌이 손수건과 바꾸어야 할 정도의 가벼운 재미거리일뿐인가”라고 질타하며 “불법촬영범죄에 대한 접근과 적극적인 처벌은 그러한 범죄가 여성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임을 인식하는 것이며 여성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라는 자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올해 초 미투운동이 일어나면서 성폭력에 대한 신고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 이어지고 있으나 경찰의 움직임은 미온적이다 못해 무능한 지경”이라며 “스쿨미투의 피해자인 청소년들이 매일 아픔을 호소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에게 경찰은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가 아닌 싸워할 적, 또 다른 가해자로 인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경찰을 향해 “성차별을 중단하고 동일범죄에 대해 동일 수사를 진행할 것과 성폭력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즉각 진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직후 민원실을 찾아 항의문을 전달하고 부산지방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경찰청은 입장을 내고 “워마드 운영진 체포영장 수사와 관련해서는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불법촬영근절 캠페인과 관련해서는 시민여러분들의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벤트성 홍보를 지양하고 경찰 본연의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부산경찰이 되도록 최선을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정은 기자
[2018년 8월 24일 제103호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