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무 보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최 측에서는 이례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초청해 “두 도시 공원녹지이야기”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현안이 되고 있는 공원일몰제에 따른 서울시의 대응방안을 질문 받고 박시장은 우선 공원부지 매입을 위해 1조 5천억의 예산을 확보하고 개발을 막기 위해 요충지의 공원부지를 매입하는 공공 알박기, 기채발행, 용도지역규제로 한 뼘의 공원부지도 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부산시에서는 일몰제가 예고된 18년 동안 공원확보 예산이 미미했는데 2019년 부터는 파격적으로 1천억의 예산을 반영할 예정이란다. 제1, 제2 도시의 차가 너무 크다. 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공원일몰제에 따른 부산시의 대책을 언론기고,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에 지난해 (2017) 10월 16일 황령산 정상에서 오거돈 시장도 미래세대를 위한 공원일몰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체 공원의 97%를 지켜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용도규제와 국공유지의 개발 제한을 통해 공원을 보전하고, 꼭 필요한 공원부지 매입을 위해 4년간 1조 6백억을 들인다고 했는데 부산의 재정 여건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린트러스트는 2008년 시민들의 힘으로 공원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당시 부산광역시 녹지공원과에서 주도해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서울숲 조성 등 오래 전부터 그린트러스트가 결성되어 많은 민간전문가, 단체들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관료적인 행정에서 하다보면 형식에 흐르고 예산만 많이 소요되어 성과가 나기 힘든 사업에 대해 최소한의 예산 지원으로 민간의 창의력과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성과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민관 협치의 그린트러스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나루공원 꽃축제 행사로서 시에서 5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했지만, 부산화훼소비자회(당시 명칭)에서 맡아 헌신적이고 창의적인 꽃 장식으로 부산의 꽃문화를 선도한 이벤트로 기억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공무원들이 했다면 수억의 예산이 들어도 그런 아름다움을 연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는 가로수 실태조사를 통한 가로수 보전, 부산의 노거수를 찾아 마을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하는 사업, 녹색마을 재생과 정겨운 골목정원 조성과 함께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한 공원일몰제를 알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
공원 조성에서 공원 문화 운동으로
부산에는 2002년 아시안게임을 앞둔 푸른부산가꾸기 운동을 계기로 도시공원다운 평지공원이 많이 만들어졌다. 하야리아부대의 부산시민공원, 센텀시티 조성에 따른 나루공원, 유엔평화공원, 송상현광장등이 그것이다.
그전에는 도시계획상 확보할 도시공원 면적의 요건에 맞추기 위해 금강공원, 어린이대공원, 용두산공원, 태종대유원지, 중앙공원(대신공원과 민주공원 일대) 등산을 공원으로 지정해 면적만 늘인 것이다.
그런데 비싼 평지에 조성해 놓은 평지공원의 대부분이 이용자들이 별로 없이 한산하여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부산시민공원은 초창기에 비해 점차 이용자들이 줄어들고 있고, 송상현광장, 나루공원, 올림픽공원은 큰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이용자들의 접근이 어려워 마치도시의 고립된 숲과 같은 인상을 준다.
물론 도시에 많은 숲을 확보하는 것도 공기를 정화하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데 일익을 담당하지만, 그런 숲은 도시가 조성될 때부터 기존숲을 존치한 경우가 많다. 대로변 초고가의 땅에 초고층의 건물을 지을수 있는 기회이익을 포기하고 공원을 조성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활발히 이용해야 마땅하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에는 관광객도 많지만, 인근의 빌딩가에서 일상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일본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공원마다 동호인들이 모여 음악에 맞춰 아침부터 체조 태극권 등을 하고 낮에는 얼후 등 악기를 즐기는 노인들과 인근의 동네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다.
우리는 2000년대 들어 공원조성에 그나마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조성된 공원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공원문화 운동은 별로관심이 없었는데 10년 전 그린트러스트가 발족하면서 공원문화 운동의 발판은 마련한 셈이다. 나루공원에서 시작한 자연물 체험, 식물 이름알아보기, 커뮤니티 가든 조성 등이 공원문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공원에서도 비슷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노인들을 위한 태극권, 체조, 등 스포츠 활성화, 동심으로 돌아가는 연날리기, 공놀이, 팽이치기 등 다양한 놀이를 구상할 수 있다. 이러한 놀이를 개발하고 동호회와 연결해주는 일도 그린트러스트의 역할이다.
그렇지만, 10년전 1억 4천만원의 예산으로 출발한 그린트러스트 사업이 작년에는 8천만원으로 줄어들어 부산의 그린트러스트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예산이 점점 줄어 들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예산 지원을 통해 효과는 최대화할 수 있는 사업이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다양한 재능을 갖는 자원봉사자의 참여도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이기도하다. 서울시에서는 그린트러스트 사업을 확대하면서 공원의 관리 운영을 점차 민관협치에 맡기고 있다.
서울숲컨버전시는 공원 관리를 포함해 다양한 공원 이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원봉사자를 통한 공원 이용 참여자를 확대해 가고 있다. 부산시에서도 그린트러스트 발족10주년을 맞아, 민관협치를 통한 공원 관리 이용의 확대, 공원 문화 활성화에 더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때다.
김영춘 기자
[2019년 1월 23일 제108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