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6개월이 지나도록 남편이 장애인인 걸 몰랐어요. 제가 그때는 한 국어를 전혀 몰랐으니까 그냥 이야기가 안 통해서 그런가 보다 했죠. 그런데 집안에 싸움이 나도 남편이 가만히 있길래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빠른 기간 내 결혼을 결정하고 한국으로 입국한 결혼 이주여성 A씨의 사례이다.
또 다른 결혼이주여성 B씨는 “한국온지 3개월 만에 남편이 폭력을 썼어요. 제가 대답을 안 한다는 이유로요. 한국에 올 때 한국어를 잘 못했어요. 그래서 남편이랑 대화하기가 어려웠어요. 그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몰라서 아무말도 안 하고 조용히 있었는데 그걸 보고 남편이 화를 내고 때렸어요. 제가 임신하고 있었을 때도요. 다리랑 머리카락 붙잡고 목도 조르고요”라며 남편의 폭력에 대해 털어놨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최근 ‘부산지역 다문화가족 해체 현황과 지원 방안’ 연구보고서(책임연구 김혜정)를 발간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지역다문화가족 이혼은 2000년 118건으로 전체 이혼의 1.2%에 불과했으나 2018년 372건으로 전체 이혼의 5.6%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이혼 중 아내의 국적은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이 43.3%를 차지했다. 다문화가족 부부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경우가 많아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다문화가족의 해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위의 사례와 같이 결혼이주여성은 의사소통의 문제, 문화적 차이, 성격차이로 인한 부부갈등, 시댁 식구들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 남편의 음주와 외도, 상습적인 폭력, 경제적 문제 등 매우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이혼이나 별거를 결심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혼 과정에서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결혼이주여성들은 자녀를 양육하지 않을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자녀 양육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리를 포기하게 됐다.
뿐만아니라 해체 이후에도 의사소통 부족으로 인한 자녀양육의 어려움,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감, 이론 인한 경제적, 정서적 문제, 네트워크의 단절 등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혜정 연구위원은 다문화가족 해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결혼중개 업체에 대한 관리 및 제도적 규제, 의사소통 및 문화적 갈등 완화를 위한 상담 서비스 확대, 평등한 가족관계를 위한 남편의 가치관과 태도 변화 등을 꼽았다.
또한 해체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국적 취득 기준 완화할 것과 기초생활수급자의 소득기준 완화 및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체 다문화가족을 지 원하기 위한 부산광역시 차원의 정책방안을 제안했다.
박정은 기자
[2019년 12월 20일 제119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