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수년 전부터 성폭력·인권침해가 있었지만 학교는 이를 방임하고 제대로 된 사과와 대책마련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교 측은 또 사건 발생 당시 학교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부산지역 여성·시민단체들은 11일 성명서를 내고 학교 측의 사과와 대책을 요구하고, 대안학교 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학교인 부산 A 대안학교 졸업생들도 지난해 12월부터 치유연대를 만들어 이를 알리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작년 연말 부산 시내 A대안학교 홈페이지에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이를 묵인, 방관한 학교 측을 규탄하는 글이 올라왔고, 이후 최초 폭로된 성폭력 이외에도 교사들의 성폭력, 인권침해, 아동학대, 성폭력 등 2차 가해와 관련된 여러 피해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로 이후에도 학교 측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의 아픔을 보듬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재학생을 볼모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직무배제도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많은 2차 가해를 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산 A 대안학교 졸업생 치유연대도 “연대가 공론화를 진행한 후로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제도권 밖 학생들이 이러한 문제에 고통받고, 은폐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법의 보호가 더욱 이루어지기 힘든, 제도권 밖 청소년들의 안전을 보장받고 권리를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성명서를 발표한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부산지역 여성·시민단체 들은 “대안학교 및 공동체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고, 피해자의 피해회복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부산시와 교육당국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비인가 대안학교 내 청소년의 안전과 교육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대안학교는 입시 위주의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적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인가 대안학교는 그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자유롭고 다양한 학교 운영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제도권 내의 학교 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성인지감수성을 갖춰야 대안교육운동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