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5일

사회

신년기획-인구절벽의 위기극복


‘마을이 사라진다’는 말이 눈앞의 현실이 됐다. 재앙 수준의 우리나라 출생아 수 감소세는 코로나19 충격까지 더 해져 통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이미 출생보다 사망이 더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시작됐다.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 위험에 처한 전국 시·군·구가 100여 곳을 넘어섰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통계까지 나온 상황. 도무지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도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출생초기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책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임신·출산 진료비 100만원, 출산시 200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첫 만남 꾸러미’, 그리고 만 0세부터 1세까지 총 24개월간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영아수당이 주요 내용이다.

 소멸 위기에 내몰린 전국 지자체들은 이보다 더욱 강력해진 출산장려책을 내 놓았다. 새해에도 코로나 팬데믹상황은 지속되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각 지자체가 쏟아낸 파격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영광군 신생아 탄생기념 나무심기.png


영광군 ‘첫째 아이 500만원, 둘째 1천200만원, 셋째부터는 3천만원’ 축하금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2.54명으로 전국 시군구 중 1위를 차지한 전남 영광군은 그 비결과 함께 큰 주목을 받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2명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영광군의 출산장려책은 결혼장려금·양육비·출산용품 지급 등 다양했다.

 우선,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부부중 한 명이라도 영광에 1년 이상 거주했다면 결혼장려금 500만원을 2년에걸쳐 3회 분할 지급한다. 신생아 양육비로 아이를 낳을 때마다 지원하는 금액도 파격적인데 첫째 아이는 500만원, 둘째는 1천200만원, 셋째∼다섯째는 3천만원, 여섯째 이상은 3천500만원이다.

 세심한 지원은 또 있다. 신혼(예비)부부에게는 건강검진비로 여자 17만원, 남자 9만원씩을 지급한다. 난임 부부에게는 시술비 본인부담금 중 신선배아 150만원, 동결 배아 50만원, 인공수정 3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보호자중 한 명이라도 영광에 주소를 두고 있는 출산 가정에는 디지털 체온계, 기저귀 가방, 휴대용 부스터 시트 등이 들어 있는 30만원 상당의 축하 용품도 지급하고 있다. 임신부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3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도 주고 있다.

특별히, 생후 1개월 이내 신생아를 대상으로 영광군 홈페이지에 ‘영광 꿈나무가 태어났어요’ 문구가 적힌 축하배너를 운영하고 기념식수를 제공한다. 공공기관에 임산부 전용 주차장을 설치해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이하인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족 여행이 어려운 다자녀 가정(자녀 3명 이상)에는 제주도 2박 3일 가족 여행을 보내주고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숲 체험장과 물놀이장을 운영 중이다.

 
창원시 ‘자녀 3명 낳으면 대출금 1억탕감’
경남 창원시는 출산 지원책의 하나로 ‘결혼드림론’을 도입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결혼드림론’은 결혼한 시민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후 아이를 낳으면 창원시가 단계적으로 이자, 원금 상환을 지원해 결혼·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사업이다.

 결혼 때 1억 원을 대출해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자 면제, 두 번째 자녀 출산 때 대출원금 30% 탕감, 3자녀 출산시 전액 탕감을 해주는 형태다. 보건복지부 승인이 남아 있고 조례도 제정해야 해 아직 확정된 정책은 아니다. 창원시는 시행 첫해부터 10년 동안, 한 해 평균 4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한해 창원에서 4천 쌍의 부부가 결혼하는데 절반인 2천 쌍이 ‘드림론’을 신청한다고 가정했을 때, 10년 동안 창원시가 부담하게 될 연 2% 이율을 합산한 금액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창원시의 인구는 2010년 7월 통합 창원시 출범 때 110만 명을 바라봤지만 지난해 연말 기준 103만7천여명으로까지 떨어졌다.

인구가 계속 줄면 특례시 인구 하한선인 100만 명 붕괴도 될 가능성이 있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경남여성단체연합과 여성의당 경남도당 등 여성단체들은 성인지적관점이 배제된 정책이라며 ‘결혼드림론’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경제적 여건이나 양육의 부담 때문에 자녀 셋을낳아 키우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맞벌이 가정들, 난임 가정, 비혼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주는 정책이라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창원시는 일단 이 제도를 시행하면 4년에 걸쳐 인구 1만 명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첫째부터 셋째까지 출산축하금 차등지급
아이 출생과 동시에 매월 양육비 지원
자녀수에 따라 대출금 최대 1억 탕감

 

출산장려 고흥군.png

 
고흥군 ‘아기낳으면 2년간 매월30만원’
전남 고흥군은 올해부터 태어나는 아이는 셋째 아이까지 매월 30만원씩 2년간 72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고흥군 출산장려 및 양육비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출산장려 지원 시책을 대폭 확대했다.

 작년까지 첫째와 둘째 아이는 매월 20만원씩 2년간 480만원을 지원했지만, 조례를 개정해 지원을 확대했다. 넷째 아이는 기존과 동일하게 매월 40만원씩 3년간 1천440만원을 준다. 전남도에서 지원하는 신생아 양육비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된다. 다자녀 기준도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다자녀 가정에는 우대증을 발급하고 공공시설과 음식점등에서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출산일 현재 고흥군에 주소를 두고 있는 산모가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면 30만∼100만원을 지원한다. 부부 모두 6개월 이상 고흥에 거주 중인 가정에서 셋째 애를 출산하면 신생아 육아용품 구입비 50만원을 지원한다. 고흥군의 합계 출산율은 2018년 1.168명에서 2019년에는 1.438명으로 늘었다

 

전국 최대 출산 장려금을 지원하는 경북 문경시.png

 
문경시 ‘출산부터 보육 돌봄까지 종합서비스’
지난해에도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증가해 경북 23개 시·군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증가를 기록한 경북 문경시는 “인구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신혼부부가 주택자금을 대출할 때 이자를 최대 100만원까지 3년간 지원한다. 특히 아기를 낳을 경우에는 2년간 연장해 최대 5년까지 이자를 지원한다. 또 출산·보육지원책으로 출생아에 대해 첫째 360만원, 둘째 1천400만원, 셋째 1천600만원, 넷째 이상 3천만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한다.

 모든 출산가정에는 건강관리사가 직접 방문해 산모 식사, 세탁물 관리, 신생아 돌보기 등 산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후 만 3개월 이상∼만 12세 이하 아동의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금을 지원한다. 3자녀 이상을 양육하는 가정에는 초등학생 30만원, 중학생 50만원, 고등학생 100만원의 장학금을 매년 지급하고, 대학생의 경우 최대 300만원의 장학금을 1회 제공한다.

 
부산시 ‘신혼부부 위한 주택융자 및 대출이자 지원사업’
부산시는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오는 3월15일까지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택융자 및 대출이자 지원사업’ 1분기 접수를 받고 있다. 대출 신청은 영업소를 제외한 부산은행 전 지점에서 가능하며, 지원자격은 부산에 거주하는 혼인예정일 기준 3개월 전부터 혼인신고일 기준 7년 이내 무주택 (예비)신혼부부로 부부합산 소득 연간 8000만원 이하인 가구이다.

업소요 예산은 총 30억 원으로 전액 부산시 출산장려기금이다. 부산시는 부산지역 신혼부부 1000세대에 전세보증금 대출 최대 1억5000만원(단, 임차보증금의 90% 이내)을 연1.9% 이자로 지원할 방침이다. 개인에 따라 0.1~0.5%의 우대금리를 적용할시 자부담은 연 0.3~0.8%가 될 예정이다. 최대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월 3만 7000원으로 전셋집 마련이 가능하다.

 전세보증금 대출에 대한 보증료는 최저수준(대출금의 0.05%, 본인 부담)이 적용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유자녀 가구에 최대 0.2%(1~2자녀 0.1%, 3자녀 이상 0.2%)의 우대금리 조항이 신설돼, 기존 출산 가구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출 기간은 기본적으로 2년이지만, 대출 기간 내 자녀 출산 시 자녀 1인당 2년 또는 난임 치료 1년 이상 시 1회 2년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부산
시는 최장 10년 동안 전세보증금 대출과 이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여건에 맞는 똑똑한 정책과 생애주기별 지원 필요
절박한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쏟아낸 현금지원 위주의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를 키울 경제력이 안 된다’는 것이 저출산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만큼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다른데 투자를 하는 것 보다 아이 양육비를 크게 지원하는 하는 것이 현실성 있다는 견해와 단기 처방에 급급한 정책보다 젊은이들이 당면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 등이다.

 코로나 19여파로 결혼·출산마저 기피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2030세대 앞에는 일자리, 결혼, 주거, 교육 등의 풀기가 쉽지 않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인구 감소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을 포함한 생애 전반에 걸친 장기적인 삶의 질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촘촘한 출산·보육 인프라 구축과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것들이 충족되는 획기적 대책이 정착이 되어야, 젊은 층의 혼인·출산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되돌릴 수가 있다. 그러자면 지역 여건에 맞는 인구정책을 발굴하고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일은 꼭 필요해 보인다.

 
박정은 기자

 

 

[2021129일 제130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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