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추모공간
“이 중사님과 모든 피해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기도하겠습니다”, “당신을 외롭게 남겨놓아서 미안합니다.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당신 이후의 사회를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피해자는 살고 가해자는 고개들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이모 중사를 추모하는 온라인 공간의 글 들이다. 기본소득당의 당내 여성주의 의제모임 준비기구 ‘베이직 페미’는 지난 7일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한 방관과 은폐, 2차 가해 사건을 잊지 말아 주세요”,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해 주세요”라며 트위터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상관 장모 중사가 저녁 식사자리에 불러낸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피해를 입은 직후 바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첫 피의자 조사는 사건 발생 2주일이 지난 3월 15일에야 진행됐다. 상관들은 피해자에게 ‘없던 일로 해달라’며 회유하고, 가해자는 ‘용서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자해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가족도 ‘아들 잘못은 혼나 마땅하나, 장 중사가 명예롭게 전역하는 걸 보고싶다’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사는 사건 직후 청원휴가를 냈다. 하지만 부대에선 가해자·피해자 분리조치없이 신고를 받았던 상급자가 ‘가해자 탄원서’를 돌리는 등 2차 가해를 했다. 제20전투비행단 보통검찰부는 지난 4월 7일 군사경찰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받았지만 이 중사가 5월 22일 숨지기까지 피해자나 가해자를 조사하지 않았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피해 신고가 접수된 지 석달 만인 지난 2일에야 구속됐다. 제20전투비행단은 이 중사가 숨지자 국방부에 단순 변사로 보고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중사가 숨진후 사흘이 지난 5월 25일에야 이 사건을 보고받았다.
이 중사는 또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도 받지 못했다. 국선변호인은 선임된 지 50일 만에 이 중사와 처음 통화했고 이 중사가 숨질 때까지 한 번도 면담하지 않았다. 유족은 전날 국방부 검찰단에 국선변호인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유족 측은 또 “이 중사가 1년여에 걸쳐 여러 번 강제추행 피해를 겪었다”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상사 3명을 추가 고소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국방부는 11일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군검찰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수사 적정·적법성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김성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