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배우자‧가족을 때리고 상해를 입히더라도 불과 0.8%에 해당하는 극소수만이 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처벌되지 않는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경찰신고를 주저하게 만들고, 가해자가 범죄를 반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가정폭력사범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 검거 건수는 22만843건으로, 같은 기간 검거 인원은 25만4천254명으로 확인됐다.
연평균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정폭력을 저질러 경찰에 붙잡혔다. 2016년에는 5만3천511명, 2017년 4만5천264명, 2018년 4만3천576명, 2019년 5만9천472명, 2020년 5만2천431명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112신고 건수 대비 검거 건수다. 5년간 112신고 건수는 125만건이 넘지만 실제 검거 건수는 22만여건(17.6%)에 그친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무 일도 없다’, ‘부부싸움을 했다’는 식의 가해자의 말을 믿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말을 믿고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이 경우 가해자에게 ‘공권력이 제재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 가정폭력이 더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가정폭력 유형별로는 폭행·상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범죄유형을 보다 세분화(5개→8개)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가정폭력사범 20만743명 중 폭행·존속폭행으로 붙잡힌 사람은 12만7천759명으로, 6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배우자‧가족에게 상해·폭력행위를 휘두른 이도 전체 가정폭력사범의 18%(3만6천656명)에 달했다.
5년간 가정폭력으로 형사입건된 25만4천254명 중 구속된 자는 2천62명에 불과했다. 아무리 배우자와 가족을 폭행하고, 상해를 입히고, 감금하고 강간을 하더라도 단 0.8%만이 구속된 것이다. 최근 5년간 전체 가정폭력사범(22만843명)의 79%는 남성(20만228명)이었다.
경찰이 사전 동의를 받아 관리하는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은 올해 6월 기준 전국적으로 1만5천89가구로, 위험등급인 A등급 가정만 6천862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려등급인 B등급은 8천227가구다.
이은주 의원은 “가정폭력 발생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하며, 경찰 또한 초동대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가정폭력사범과 가족 간 분리 조치와 함께 추가적인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가정폭력 위험가정과 우려가정에 대한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습범에 대해선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