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해양대 승선실습에서 여학생이 선발되는 비율을 동등한 수준으로 높이는 등 성별 균형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한국해양대 총장에게 승선실습생 선발 시 성별 균형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해수부 장관에게는 ▲여학생 현장실습 비율을 남학생과 동등한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마련 ▲국내 선원이 근무하는 선박 시설현황을 점검해 여성 선원의 승선을 위한 실질적 개선 조처 ▲해기사면허 소지 선원에 대한 성별통계 구축 등을 권고했다.
앞서 여성에게 현장실습 기회가 적은 관행을 대학이 방치하는 것이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이들은 한국해양대 재학생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3학년 과정에 필수적으로 승선실습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은 민간 해운회사에 위탁해 실시하는 현장실습 선발 비율이 현저히 낮다”면서 “현장실습은 졸업 후 취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현장실습 기회가 적은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취업 등에서 불리한 만큼, 이와 같은 성차별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이 학교의 승선실습은 학교실습선에 승선(학교실습)하거나 위탁 해운회사 배에 승선하는 실습(현장실습)으로 나뉘고, 학생들은 3학년 때 해기사(항해사·기관사·운항사·조종사 등) 승선실습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 해운회사에 위탁하는 현장실습에 선발되는 여학생 비율은 남학생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지난 2017∼2021년 5년간 승선실습 현황을 보면, 남학생은 88%가 현장실습을 했던 반면에 여학생은 39% 수준이었다.
학교 측은 “해운분야가 선박 내 여성을 위한 시설이 미비하고, 여성은 1년 안에 퇴직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대학이 사기업을 대상으로 여학생의 현장실습 배정 비율을 높이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인권위에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해운 분야가 여성이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있는 것은 대학교 입학단계에서부터 여학생 정원을 15%로 제한하고, 해운회사들도 현장실습과 채용에서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 등의 관행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여성의 조기 퇴직률 등은 실제 검증된 바가 없으며, 대학이 해운회사 쪽의 이해를 전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런 관행은 여성이 해운 분야 노동시장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구조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여학생의 현장실습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