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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공천 님비현상’ 지역구의원의 꼼수

데스크 칼럼
 

 한나라당이 지난 22일자로 제1차 공천신청서류를 접수 마감한 결과 부산시당은 전체 455명의 공천 신청자 가운데 여성은 42명으로 채 10%가 안되는 저조함을 보였다.

 16개 기초단체장 신청자 41명 가운데 여성은 4명이 신청을 했고, 시의원은 정수 42명에 93명이 응모해 평균 2.21대1의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여성은 4명이 신청을 했다.

 또 구·군의원은 총 158개 선거구에 319명이 신청한 가운데 여성은 34명으로 전체의 10.6%에 불과하다. 현행 선거법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군지역(부산의 경우 기장군 제외)을 제외하고 국회의원 선거구당 1명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불이행시 법적 제제나 강력한 패널티가 없어 법의 실효성은 낮아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한나라당의 공천신청 결과와는 달리 6.2지방선거를 맞는 여성계의 참여의욕은 어느 해보다 높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여성들은 생활정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고 기회만 된다면 도전하고 싶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많던 여성정치지망생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정치판에서 흔히 말하는 여성인재가 없다는 소리가 정말인가 싶도록 이 지역에서 유력하다는 당의 공천신청 결과 여성들의 수가 예상 밖 저조한 데는 알고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공천권을 쥔 지역구 의원의 횡포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에 여성참여율이 저조한 원인에는 아예 공천신청의 기회조차 가로막는 국회의원의 전횡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 신인은 물론 여성들의 지방선거 진입자체를 막는 그 중심에 국회의원들이 ‘공천’(公薦)을 사실상 ‘사천’(私薦)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지역 내 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의 ‘라인업’을 짜기 시작, 이에 포함되지 못한 후보들이 일찌감치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여성공천에 회의적인 지역구의원들의 속내를 아는 이상 꾸역꾸역 서류를 애써 만들어 접수시키는 바보들이 있을리 만무했다.
 
 더 웃기는 이야기는 여성후보를 찾는다면서도 정작 여성들이 하겠다고 나서면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 아예 지방자치 진입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그뿐인가. ‘억억’ 소리가 날만큼 공천신청 자금이 필요하다는 소문에 지레 겁먹은 여성들이 도전의욕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나라당 중앙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집권 당 차원의 여성공천의무화 방안과 기초단체장 전략공천안을 만들어 시행에 옮기고 있지만, 정작 지역 국회의원들은 당론에는 공감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에서 여성공천은 안된다는 ‘님비현상’ 이 뚜렷하다.

 지역정서와 동떨어진 외부인사 영입안돼 
 이번 6.2지방선거에 부산여성계로서는 자존심상하는 부분도 있다. 한나라당이 인재 영입을 하겠다며 내놓은 인물가운데 부산과는 상관도 없는 여성을 일찌감치 시의원 비례대표로 낙점해 지역 여성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문제의 인물은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전이경씨다. 부산과는 전혀 연고가 없는 인물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할만큼 부산 여성인재의 씨가 마르진 않았다. 한나라당이 기껏해야 2석 가질 수 있는 비례대표의 자리에 지역과 여성이라는 대표성을 무시한 인물을 이 지역 비례대표 1번에 내어준다면 심히 부산여성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다.

 남녀교호식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지역의 유능한 여성들에게도 지역발전을 위해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뜻에서 여성에게도 제도권 참여의 기회를 마련한 제도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공천장사놀음 여성의 기회 박탈 
 또한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도덕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공천장사놀음에 여성들의 참여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심지어 한 여성의원은 시의원 출마 제의를 받았지만, 공천대가로 따르는 돈 때문에 생활정치의 꿈을 접었다고 말한다.

 돈을 들여서 정치를 할 바에야 가족을 위해 여유롭게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구의회에서 생활정치를 경험해본 많은 여성의원들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기회만 된다면 더 넓은 영역에서 정치적 꿈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막상 시의원에 도전하려고 하면 여성들에게는 공천신청의 기회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어떤 여성의원은 “이미 판이 다 짜여 있는데 미련하게 한번 해보겠다고 나서다보면 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미움을 살 것은 뻔하고, 향후 정치적 생명도 끝날 것이 자명해 뜻은 있었지만 도전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수준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UNDP 등 세계 여러지표에서 우리나라의 여성권한척도가 지극히 낮은 것은 국가나 지방정책을 논의, 결정, 집행하는 주요 포스트에 여성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곧 부산에서 G-20장관회의 등이 열린다. 주최국으로서 세계 여러나라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참여를 높여, 실질적인 양성평등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길 바란다.
 
[2010년 4월 1일 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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