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경찰, 허술한 성범죄자 관리 모두가 책임
분개하는 여성계, 시민 반응 이모저모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 여중생 이모(13)양이 실종된 지 11일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분개하고 있는 네티즌들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고 자식을 둔 모든 부모들이 놀란가슴을 쓸어내리기 바빴다.
이양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이양의 집 인근 권모(66)씨의 다세대주택 뒤편 지붕위에 설치된 보일러용 물탱크안이었다. 경찰 수색 당시 뚜껑이 벽돌로 눌려진 상태였으며, 높이 125cm, 둘레 275cm, 폭 88cm 크기의 물탱크 내부는 물 대신 검은색 비닐봉투 더미와 스티로폼 조각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양의 시신 위에는 횟가루와 벽돌, 건축용 타일을 쌓아 물탱크 뚜껑을 열어도 잘 보이지 않도록 치밀하게 위장된 모습이었고, 옷가지와 신발은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진 채 물탱크안에 던져져 있었다.
현재 이양의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질 전망.
한 네티즌은 “범인이 버젓이 범행 장소를 활보하고 시신을 위장처리하는 여유를 보이는 동안 경찰은 뭐했냐” 며 “실종신고 접수 후 경찰이 애초부터 신속히 대응, 현장을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보다 일찍 발견할 수도 있었을것” 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아이들이 실종되거나 가출하면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에 비해 경찰은 엉뚱한 추측을 늘어놓으며, 오라가라 진술만 번복하게 만든다고 한 시민이 제보했다.
부산시 사하구 김모(53)씨는 몇 해 전 아이가 등교해야 할 시간에 평소 애지중지하던 휴대폰과 모든 소지품을 남겨둔 채 돈 한푼없이 가출한 사실을 알고 경찰에 즉각 신고를 했지만, 파출소와 경찰서간 업무연계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번복해서 진술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분개했다.
“다급한 부모의 입장에 비해 경찰은 긴급수색은 커녕 적어도 가출하루가 지나봐야 안다” 며 느긋하게 대처했고, “수 시간이 지나도 지구대와 관할 경찰서간 업무연계도 이루어지지 않아 불만이 컸었다” 고 회상했다. 경찰의 안일한 대처와 위기의식부재 등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양과 같이 올해 갓 중학교에 입학한 딸을 두고 있는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최모(44) 주부는“ 이양의 속보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며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을 출소 후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할 수 있냐” 며 “가뜩이나 학기초 공부 하느라 귀가도 늦은데 마음놓고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 며 불안해했다.
한 네티즌은 “인권 운운 하지만 인간 이하의 몹쓸짓을 저지른 살인자들을 살려둘 가치가 있냐” 며 “ 즉각 사형 실시와 함께 살인죄는 공소시효를 없애고 모든 범죄 공소시효는 지금의 15년에서 배로 늘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 부산 여성단체 연합과 부산 여성단체 협의회 등 부산지역 여성계는 8일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상습 강도 강간 성폭행 범죄자들의 재범율이 높은 만큼 특별 관리를 적극 실시하고, 개정 법시행이전 과거 성폭력전과자들에 대해서도 신상공개와 특별관리 등 보다 엄격한 처벌수위와 출소자들의 후속관리가 요구된다” 며 이와함께 “경제적 지역적 취약계층 및 방치되어 있는 재개발지역에 대한 특별 관리와 안전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경찰이 부산지역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연인원 2만여명에 가까운 수색원을 동원하고 헬기, 수색견 등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결국 이양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온 것과 관련 언론 및 시민사회도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의 수사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것도 이양의 집과 불과 직경 30~50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양의 시신이 발견됐고,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범행현장을 떠나지 않고 배회하고 있는 동안에도 수사가 허술하게 진행되는 등 급기야 눈앞에서 용의자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한편 부산여성단체연합은 8일 부산 경찰서를 항의 방문하고 부산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4시 부산역광장에서 경찰과 정부 당국에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만들기 안전대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0년 3월 10일 5호 3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