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거동불능자에게 찾아가는 신체검사 실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첫번째 관문인 징병검사. 병역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정하기 위한 아주 특별한 징병검사가 최근 부산에서 실시됐다.
지난 2008년 불의의 사고로 거동이 불가능해진 김씨(21.연제구 거제동)를 위해 부산지방병무청(청장 송엄용)이 징병전담의사 등과 함께 직접 김씨의 자택을 방문해 신체검사를 실시한 것.
소년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의 김씨는 중학교 졸업식 날 오토바이사고로 수차례 머리 수술을 받은 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하지가 마비되는 등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병원진료와 재활치료를 받을 수없었던 김씨는 장애인 등록조차 되어있지 않아 병역의무 제외자로 처리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를 처리하던 부산지방병무청은 병원진단서조차 마련하기 힘든 김씨의 어려운 사정을알게 됐고, 직접 현장을 방문, 신체검사를 하게 됐다.
김씨는 현재 몇 차례의 뇌수술과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하지의 석회화가 일어났다. 계속적인 치료를 받지못해 결국 석회화로 굳어진 다리는 김씨를 5년간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고 후 지난 5년간 김씨의 바깥외출은 한손을 겨우 꼽을정도.
침대 옆 작은 창문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김씨의 바깥세상 전부가 됐다. 무릎이 굽은채로 굳어진 왼쪽다리와 역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오른쪽다리, 안면 일부 마비증상 등 외상성뇌성마비 증상을 보이며 청춘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사고로 수술 후 병원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했었어요. 뇌사판정을 받고 장기이식 동의서까지 작성했는데 2달만에 의식이 돌아오게 된거예요” 라고 말하는 김씨의 어머니는 기적처럼 살아난 아들의 모습을 회상하며 눈시울 적셨다.
이혼 후 혼자 힘겹게 아들을 돌보는 김씨어머니는 아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옆에서 계속 지켜보며 돌봐야하는 사정으로 정상적인 직업을 가질 수 없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못해 최소한의 정부지원도 전혀 없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딸까지 돌봐야 하지만 불규칙적인 아르바이트가 이들 가족 생계유지의 전부다.
김씨의 어머니는 주방입구 시멘트바닥에 마련된 조그만 수돗가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불편한 아들을 목욕시킨다. 욕실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머니혼자 장성한 아들의 덩치를 감당하며 목욕시키란 결코 쉽지 않을 터지만 자식이라 힘든 줄 모른다는 어머니의 모정이 뜨겁다.
군복무를 앞둔 대부분의 청년이라면 선뜻 입대가 반갑지만은 않을 터. 하지만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군대에 너무 가고 싶다고 말한다. “TV에서 군생활에 대한 걸 볼 때마다 진짜 매일 군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라며 징병전담의사에게 “저 군대에 갈수 있나요?”라고 물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현장신체검사를 실시한 부산지방병무청의 도움으로 앞으로 김씨가족은 장애인 등록과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부산지방병무청 관계자는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는다면 휠체어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김씨의 어머니는 병무청의 도움에 눈물을 멈추질 못했고, 김씨 또한 건강을 되찾아 ‘돈을 많이 벌겠다’며 재활의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현장신체검사에 동참한 부산지방병무청 강용구 징병계획계장은 “찾아가는 신체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대상자에게는 병무청이 수요자 중심서비스를 펼치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 꼭 필요한 대상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부산지방병무청은 국민이 행복하고 신뢰받은 병무행정이 되도록 국민중심, 찾아가는 병무청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시윤 기자
[2013년11월19일 제46호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