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객선 침몰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빠른 구조를 염원하며 부산엄마들도 촛불을 밝혔다.
부산여성회, 부산학부모연대 등은 21일오후 7시부터 매일 저녁 같은 시간 부산역광장에서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구조 등 정부의 신속하고 올바른 대응을 요구하는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부산역 분수광장 벽면을 따라 길게 설치된 종이벽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들이 실시간 빼곡하게 올라오고 있고, 저녁이면 벽면을 따라 길게 촛불행렬이 줄을 잇는다.
또 현장에는 단원고 어느 희생자 엄마의 절규가 담긴 추모시와 일반인 추모의 글들이 전시되는 등 시민의 제안으로 국화꽃과 향을 피울 수 있는 임시 분향소도 마련됐다.
부산여성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6일째, 그 동안 단 한 명의 생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실종자 가족과 온 국민은 하루하루 안타깝고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오늘까지 정부가 보여준 건 오락가락 발표에, 단 하루도 혼선 없이 지낸 날이 없었다."며 "허술하고 재난대책본부의 무능한 지휘체계와 초기 신속한 구조대응의 미비 등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부산역 광장에 모여든 학부모연대 등도 "단원고 엄마들이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아이만을 생각할 수 있도록, 어느 엄마의 말처럼 딱 한 번이라도 내 새끼 품어주고 보내줄 수 있도록,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부산의 엄마들이 촛불을 들겠다"고 말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살아서 꼭 돌아와”
무사귀환 염원에도 불구 아직도 118명 실종상태
“사고책임자 엄벌” 안전의식과 매뉴얼 수칙 생활화
촛불현장에 참여한 한 여성은 "돈벌이를 위해서는 온갖 안전장치도 다 무시한 악덕기업 때문에 세월호는 침몰했고, 세월호와함께 정부의 재난관리도 침몰했다."며 "눈앞에 뻔히 배가 침몰했고 그 속에 아이들이 있는 것을 보고도 구해주지 못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모두가 내자식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무책임한 어른들이 보여준 행태에도 분노했다. 긴급상황 매뉴얼도 지키지 않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승객과 여객선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위에도 비난의 화살이 꽂혔다.
한 시민은 "사고와 관련된 책임자들에 대해 엄벌로 다스리고 이 기회에 선급과 해운조합 등 부정과 비리를 낱낱이 밝혀 투명하고 안전한 사회 시스템 확립에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는 10대 어린 자녀들이 대다수 희생자라는 점에서 전 국민의 안타까움이 컸다.
부산역 광장을 지나다가 촛불추모에 합류했다는 직장인 이모(47.부산시 사하구 하단동)씨는 "나만 살고보자는 이기적인 행동, 위기때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후진 사회 시스템 등 총체적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모두가 몸에 밴 안전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고등학생 딸을 둔 40대의 한 주부는 " 엊그제 고2 딸이 수학여행을 다녀왔는데 한번도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요령을 알려준 적이 없었는데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며 "내 자식도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사회가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현재까지 세월호 탑승자 총476명 중 사망자는 184명, 구조자 174명, 실종자는 118명으로 집계된 상태. 해경 등 구조대가 열흘째 수색을 강행하고 있지만,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생사를 알수 없는 실종자가 백여명이넘는다.
김유혜민 기자
[2014년 4월 25일 제51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