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혹은 양육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엄마’를 먼저 떠올린다. 여전히 육아는 아내의 몫이며 아빠의 육아 참여는 ‘돕는 것’으로 평가되고, 주도적인 양육자는 언제나 엄마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시대착오적 편견이다. 육아는 누군가의 몫을 대신 떠맡는 임무나 고된 과제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쌓아가는 소중한 일상의 일부다. 함께 먹고, 놀고,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그 모든 순간이 육아다.
나를 닮은 아이들이 하루하루 자라며 세상을 배우고, 부딪히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다. 동시에,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육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집안일과 아이 돌봄은 때로는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정하건대 육아에는 분명 고단함이 있다.
그렇기에 혼자가 아니라 배우자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상상해보라. 만약 혼자서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면 어떨까.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양육에 쏟아야 하기에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막대할 것이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라면 이러한 부담을 분담하고, 각자의 삶과 양육의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부부가 배우자를 ‘감정 쓰레기통’처럼 대한다는 것이다. 육아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쏟아내는 것. 화가 나면 쓰레기통을 발로 차버리는 것처럼, 순간은 후련할지 몰라도 관계는 금이 간다. 이는 일시적 해소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 관계 악화와 양육 환경 악화를 초래한다. 서로를 감정의 배출구가 아닌 공동목표의 팀원으로 생각하자.
물론 양육하는 부부는 다르게 살아온 날이 함께한 날보다 많기에 생각과 방식이 다를 수 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을 수 있다. 그 차이를 억지로 맞추려 하기보다는,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의 달리 살아온 시간에 따른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낫다. 또한 아이에게도 엄마와 아빠의 다른 방식과 가치관을 다양하게 경험하게 되고 사회적 능력과 폭넓은 시각을 형성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얼마 전 나는 친구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만약 내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었다면, 여행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있었기에, 나는 마음 편히 며칠간 집을 비울 수 있었고, 여행 속에서 나를 재정비할 시간을 얻었다. 물론 나 역시 아내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선물한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아이와 함께하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한다. 이는 단순한 ‘돌봄 분담’을 넘어, 부부가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아이와의 관계와 어색하고 서툰 아빠에게 드리는 ‘팁’이 있다. 나는 ‘부산 100인의 아빠단’에 9기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월 다양하게 진행되는 체험활동과 매주 기발한 주간미션 수행으로 아이와의 관계는 한층 깊어지고, 나 자신도 아빠로서 성장한다. 아빠단 아이들끼리 함께 놀며 사회성을 키워가는 것과 ‘100인의 아빠단 카페’를 통하여 아빠들 간에 활발하게 공유되는 꿀잼 정보는 보너스다. 적극 추천한다.
이제는 ‘해주는’ 육아, ‘놀아주는’ 육아가 아니라 ‘함께하는’ 육아, ‘같이노는’ 육아이다. 부부가 한 팀이 되어 육아에 참여해야 가족의 행복과 개인의 삶의 완성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제는 ‘아내의 몫’이라는 낡은 인식을 버리고, 부부가 동반자로서 육아를 실천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가정,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