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데이트갤러리는 오는 8월 20일부터 10월 2일까지 단색화의 선구자이자,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기린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김기린(1936-2021) 재불작가는 미술가들 중 드물게 인문학 전공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이후 1961년 프랑스 파리 디종대학교에서 미술사 학사 과정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와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미술 학사와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작품 활동을 한 50여년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국내의 주요기관과 프랑스 니스 이티네레르 화랑, 파리 자크 바레르 화랑 등 국외에서도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쳤다. 그의 작품은 디종미술관, 파리시립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예술문화센터,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소장 중이며 최근에는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다시금 주목받았다.
김기린 작가는 프랑스의 소설가 셍텍쥐페리를 연구하기 위해 프랑스로 향했을 정도로 시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언어의 한계를 느껴 글 대신 그림으로 그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작품에서 점은 기본 조형요소 중 하나인데 김 작가는 “점은 시작일수도, 끝일수도, 또한 선도되고, 형태도 되고, 그 안에는 시간도, 생각도, 흔적도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작가의 작품은 단일 색조의 화면 속에 입체적인 점이 반복적으로 배치돼 있는 형상을 띈다. 그는 캔버스나 종이에 큰 붓으로 한국의 오방색(흑, 백, 적, 황, 청)을 기반으로 한 유화물감을 여러 겹 칠하고 중간크기의 붓으로 가로와 세로로 선을 그어 세밀하게 계획한 구역에 규칙적이면서도 조직적으로 점을 찍는다.
김 작가는 또 음악에서 색을 본다. 그는 “멘델스존에서는 노란색이, 차이코프스키에서는 회색이, 베토벤에서는 녹색이 보인다”라고 말한다. 그의 회화가 단순히 시각 예술에 머물지 않고 청각, 정서, 지각이 교차하는 다층적 예술 경험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의 화면은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행위 자체를 성찰하게 하는 감각적장으로 기능하며, 관람자는 그 안에서 가시성과 불가시성, 안과 밖이 얽히는 긴장을 체험하게 된다. 메를로퐁티와 사르트르 등 실존주의 철학에 심취했던 그의 예술은 단색화의 정신성과 행위성, 촉각성을 토대로 한 실존적 탐구로도 이어진다.
데이트갤러리 관계자는 “작가의 고유한 표현에서 비롯된 이번 전시를 통해 요동치는 운율 속 각기 다른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