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회째를 맞은 부산여성영화제가 오는 11월 8~10일까지 남포동 BNK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사)부산여성사회교육원이 주최하는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부산여성영화상상展’으로, 부산에 터를 잡고 다양한 삶과 시간, 상상을 카메라에 담은 선배, 현역, 차세대 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귀한 초대전을 마련했다.
부산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이번 초대전을 통해 주목할 만한 부산 여성 감독 13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관심을 가질만한 상영작은 부산 독립영화 초기 대표작인 김옥심 감독의〈장독〉(1986년, 14분), 장애인 자매 수정과 윤정의 일상과 사랑을 당당하게 그린 계운경 감독의〈팬지와 담쟁이〉(2000년, 60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중견 최정문 감독의〈일광욕〉(2017년 27분), 지역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여성 예술가들의 몸짓을 담은 문창현 감독의〈침묵보다 변화를〉(2021년, 12분) 등이다.
개막작은 부산 여성 영화의 미래를 열 신예 장서우, 김민지 감독의〈흐린영화>(2023년, 27분)와〈엄마와 반쭝투〉(2023년, 16분)가 선정됐다.
공모전도 진행한다. 총 366편의 공모작 중 엄중한 심사를 거쳐 장편 5편, 단편 8편이 본선에 올랐다. 가족조차 비밀에 부쳤던 고모의 죽음의 진실에 다가서는 양주연 감독의〈양양> (78분), 부조리와 거기에 대항하는 비주류들의 연대와 용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지지하는 이미랑 감독의 〈딸에 대하여〉(106분),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위선을 심도 높게 고발하는 이가은 감독의〈이온〉(24분) 등 다양한 작품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유일한 해외 영화 초청작은 파멜라 호건 감독의〈아이슬란드가 멈추던 날〉(71분)이다. 지역여성영화제 네트워크에서 공동 초청하여 선보이는 이 영화는 1975년 가을 아이슬란드에서 90퍼센트 이상의 여성들이 동참한 ‘데이 오프(day-off)’ 시위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부대 행사도 풍성하다. 영화제 첫날 남포동 한성1918에서 열릴 포럼 ‘부산, 여성, 영화 그리고 상상’에서는 다큐멘터리에서 여성 서사, 여성 다큐멘터리스트로 살아가기, 부산 여성 영화 열전 등 흥미로운 발표가 이어진다. 영화제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여성이 만드는 수공예’라는 주제로 플리마켓도 열린다. 빈티지 의류, 친환경 생활용품, 바느질 소품 등 다양한 물품이 준비돼 있다.
여성과 성별 불평등의 쟁점에 집중하는 부산 유일의 여성영화제 열한 번째 프로그램과 세세한 일정은 홈페이지(https://bwff.modoo.a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