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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간통죄 폐지…성적자기결정권 침해


“성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하고 처벌의 실효성도 의심되는 만큼 간통죄 자체가 위헌이다.”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처벌조항(형법 제241조)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 62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됐다.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게 그 이유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법적 실효성 측면과 사적인 영역을 보호하고자 한 선택이다.
 
간통죄폐지에 따른 여성단체 및 일반인들은 대체로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보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있다. 대체로 여성계는 “간통죄 처벌에 따른 수혜자가 더 이상 여성만이 그 대상이 아니다. 성적자기결정권과 인권존중에 기반을 둔 시대적 정서가 반영된 결정”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보였지만, 이와함께 일각에서는 “배우자의 부정을 방지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보호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경숙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시대적 가치관을 반영한 결정이고 인권존중차원에서 보면 우선 환영한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로 형법이 가지는 강제성이 사라진 만큼 부부관계의 파탄책임을 물을 수 있는 민법의 보완이 절실하다”며 유책배우자에 대한 책임강제조항과 보호대책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희 부산여성소비자연합 회장은 “성도덕과 가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던 법적 장치가 허물어져 성도덕의식의 추락과 함께 간통에 대한 범죄의식이 사라져 혼인과가족공동체의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40대의 한 주부는 “배우자 부정에 의한 가정파탄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간통죄의 유무와 무관한 것”이라며 “상호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할 문제인 만큼 형벌은 보복적 조치에 지나지 않는 감정처리에 불과하므로 차라리 민법을 체계적으로 보완해 유책배우자에 보다 강력한 책임을 물어 현실적으로 보상을 받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30대 중반의 결혼 5년차 여성도 "남편의 부정으로 결혼관계의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부부간 협의 하에 혼인생활의 지속여부를 결정할 사안이지, 간통죄로 처벌한다고 해서 떠난 사랑이 돌아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간통죄는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체로 세대별 시각차가 확연함을 볼 수 있다. 30~40대 젊은 여성들과 진보여성단체는 개인의 인권에 우선한 성적자기결정권에 무게중심을 둔 입장을 보인반면 50대 이후 중노년층의 경우 “가족해체예방과 우리 사회의 높은 이혼율을 감안했을 때 간통을 막을 법적 장치를 없애고 개인의 자율에 맞기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지만 20~40대 젊은 세대들은 간통죄의 구속력에 크게 의지하지 않고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간통죄 폐지로 인해 불륜이 합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사적 책임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민법에 재판상의 이혼사유에 첫 번째로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로 꼽고 있는데 이때 ‘부정한 행위’는 배우자가 이성과 여관을 드나드는 장면 사진만으로도 부정행위로 입증할 수 있고, 민법에 의존성이 커진만큼 유책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액수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형사 처벌이 사라진 만큼 현재 비교적 약한 수위인 민사적 제재방안이 실효성을 갖도록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혜민 기자
[2015227일 제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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