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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낙선? … 우리의 도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6.4지방선거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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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6.4 지방선거가 막을 내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례적으로 많은 여성 무소속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당당히 도전했던 이번 선거에서 그녀들이 겪은 선거 속 현실은 어떠했을까. 선거의 핵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냉혹한 현실을 경험한 그들의 생생한 스토리를 통해 현실정치의 두터운 여성진입의 벽이 무엇인지, 낙선여성후보들을 중심으로 그녀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이유있는 변명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선거후 후유증이 채 가시기 전인 16일 부산시청 인근의 식당에서 6.4지방선거 출마했던 낙선 여성후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 소통 수단인 SNS를 통해 긴급 마련한 자리라 모든 낙선 여성후보들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부문별 지역별 이색 출마자들이 자리를 함께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날 참석한 사람은 송순임(58. 무소속. 득표율 10.7%) 남구청장 후보, 박은숙 (52. 무소속. 득표율 5.40%) 해운대구청장 후보, 조월연(67. 새정치민주연합. 범천1,2,4동 가야1동.득표율 21.55%) 부산진구의원 후보, 황정수(48. 무소속. 거제1,2,3,4동. 득표율 12.67%)연제구의원 후보, 김미화(52. 무소속. 온천1,2,3동. 득표율 6.21%) 동래구의원 후보, 윤숙희 (54. 무소속. 주례 1,2,3 동 . 득표율 14.37%) 사상구의원 후보 등 6명이다.
 
정당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으로 당당히 도전, 선전을 한 여성후보들과 정당의 공천을 받았으나 계파간 갈등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다 뒤늦게 선거구를 배정받아 짧은 선거운동을 해야했던 여성후보들의 선거 뒷이야기는 자기반성과 함께 현 선거법의 문제 등을 알아보고 제도개선을 위한 아젠더를 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앞치마 입고 일하겠습니다." "기본을 지키겠습니다." "엄마 구청장, 반드시 바르게하겠습니다." "여성의 힘과 열정으로 지역을 바꾸겠다." "약속과 실천 일 잘하는 여성구청장" "다시 뛴다. 또 뛴다" 등 여성이기에 더욱 잘 할 수 있는 의지를 담은 슬로건을 내세우고 골목을 누빈 여성후보들은 종주를 목표로 원없이 뛰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족하다는 게 한결같은 생각이다.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무소속의 경우 후보자 수에 따라 4번 5번 6번 7번 등 다양하게 순번이 정해지다 보니 운동하기도 어려웠다는 게 후보자들의고충. 심지어 유권자들이 찍어주고는 싶으나 번호 찾기도 헷갈리고 사진이 없으니 누가 누군지 몰라 무조건 1번을 찍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가번은 무조건 여성후보를 주던지 아니면 번호없이 이름과 사진만으로 기표용지를 만들던가, 추첨식 번호를 선정하는 방식 등 투표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선거비 보전과 관련해서도 후보자 수에 따라 보전 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형평성에 맞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순임= 정치적 소수자인 여성 및 장애인을 배려하겠다며 기초단체장 여성전략공천을 들고나온 집권여당이 결국 지역 국회의원들의 협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공천 문턱에서 운명이 엇갈리는 억장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경선까지 3개월을 시달리다보니 정작 본선에서 집중할 수 없어 보다 전략적으로 뛰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시의원 시절 의정활동비 전액 기부했고 3년연속 경실련 등 여성유권자 여성언론으로부터 최우수 의원으로 평가받았다. 지역 최초 발의한 조례도 몇 건 있고 의정활동도 열심히 했다. 이번에 공천을 받았더라면 성공적인 여성정치인의 롤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감이 많다. 더 낮게 실패하라는 말이 있다. 실패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과도 중요하지 않다. 이 갑갑한 정치판에 목숨 걸 것도 아니고 부당한 것에 대해 표현하는 것은 오로지 완주라 생각했고 그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돌아보니 이제야 분이 나고 화가 난다. 여성전략공천에 극구 반대했던 의원이나 갑을 지역순환 후보배출에 대한 정당한 논리로 적극 맞서지 못한 지역구 의원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황정수= 맞다. 지역 당협위원장들은 호랑이 새끼를 안키울려고 한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기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심지어 우리 지역구에서는 사전선거인 명부 유출의혹도 불거졌다. 가장 측근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당연히 경선을 통과하리라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어리석을 만큼 믿었다가 뒷통수를 맞았다. 구의원은 여성 전략공천이 없다보니 경선비용, 탈당 후 본선비용, 등록비 등 집까지 팔아 준비했었다. 바른정치, 생활정치는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이 아니라 진정한 민원해결사가 되어야 한다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40여년 지역토박이를 지켜본 한결같은 주민들과 나의 손을 잡아준 4천2백여 유권자들의 지지다. 때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거제동의 딸, 저를 선택해달라 진정으로 외치니 어떤 유권자가 "우리집 4표 꼭 드릴게요." 했다. 유권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눈물이 확 쏟아졌다. 어떤 유권자는 측은했던지 "왜 공천을 못받았노? 돈좀 주지."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돈 선거가 통한다는 인식이 씁쓸했다.
 
▲김미화= 나는 그 흔한 아르바이트도 안썼고, 누구나 자신을 알리기 위해 활용하는 선거차량까지 아무것도 안썼다. 오로지 홀로 지인들과 발로 뛰어 3만여 유권자중에 2,144표를 받았다. 정당의 지지가 없음은 물론이다. 오로지 순수 5번 개인 김미화라는 사람을 보고 찍어준 유권자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막판에 더 열심히 뛰니까 지역주민들도 감동을 하며 자발적으로 나와도 와줬다. 처음엔 남편의 반대도 심해 지지를 못받고 오로지 혼자 운동했다. 왜 힘든
일을 하려냐며 무지 반대하던 남편도 나의 열정에 못이겨 막판 힘을 실어주었다. 무엇보다 나는 외국처럼 선거를 축제같이 즐거운 선거, 깨끗한 선거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문화와 풍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즐기며 유쾌하게 선거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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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월연=6명의 후보와 경쟁해서 근소한 표차로 떨어졌다. 처음에 정당공천을 하지 않는다하여 활동해온 지역구에서 출마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천이 부활되고 지역구분과 후보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이리저리 선거구를 쫓기어 다니다가 막판에 조율이 되어 불과 13일밖에 운동을 할수 밖에 없었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의회진출, 6대 구의원을 지냈지만 새로운 지역 선거구에서 나를 알리는데는 시간적으로 역부족이었다. 홍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지역 국회의원도 해결 못해 97년이후 방치되었던 민원도 해결해주었건만 지역주민들이 잘 알지도 못했고 믿어주지도 않았다. 일개 구의원이 어떻게 했냐는 것이었다. 선거구가 범천1,2,4동 가야1동이라 제법 넓었다. 진작에 공천을 해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박은숙= 우리 해운대구는 전국 최다기초단체장 후보가 나온 지역이었다. 새정연으로부터 출마제의를 받고 떠밀려 지방선거에 나오게 됐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정작 공천에서는 배제했다. 이에 불만을 품고 탈당, 한번 홀로 부딪혀 보고 싶었다. 진보의 가면을 쓴 일부의 사람들을 보면서 진보도 별 수 없는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당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부당함에 맞서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이기는 선거라 생각하며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해서 나왔다. 기왕 칼을 빼든 것, 무라도 썰어보자는 심정이었다. 많은 후보자들 속에서 1만여 표를 얻었다. 적극 지지해준 지역주민들과 무엇보다 선거를 계기로 아내를 더욱 믿어주고 격려해주며 든든한 힘이 되어준 남편의 지원을 받아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희망을 찾았다. 엄마 구청장, 바르게 일하겠다는 자세에 성원해준 주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대부분 혼자서 뛰었고, 자원봉사자도 7~8명밖에 쓰지 않았다. 최소한 돈 안쓰는 선거를 하고 싶었다.
 
▲황정수= 사실 나는 뼛속까지 스스로 새누리당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고 최근 10여년은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선에 이르기까지 선거전 깊이 들어가 조직 활동했던 사람으로서 탈당을 강행하면서까지 출마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분노를 딛고 진실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역부족이었다. 정당정치구조에서 조직의 힘과 유권자들의 의식 전환 없이는 소신과 정책만으로 어필하기는 어려웠다. 모두가 돈이었고 돈 없이는 선거를 치를 수 없는 풍토다. 3명을 선출하는 지역구에 9명의 후보가 나오다보니 득표율 올리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정당의 백그라운드 없이 얼마나 힘들고 무모한 지를 경험했다.
 
▲김미화=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하니까 모 대학 교수가 이상적인 생각만 가지고는 안된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 그건 생활정치가 아니라 복지다고 충고를 했다. 뻔히 알면서도 선거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후보자 스스로 만들어 보이고 싶었다. 경쟁후보자들을 만나면 서로 하이 파이브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먼저 파이팅을 외쳤다. 살아가면서 나역시 유권자의 한 사람이었는데 우리 지역 사람들을 한 사람 한사람 언제 인사하고 만날 기회가 있었겠는가 생각하니 정말 선거내내 유쾌하고 보람이 있었다. 깨끗한 선거, 즐거운 선거를 했다고 자부한다. 여성들도 당만 쳐다 보지말고 이제 스스로 도전했으면 한다. 여성계에서도 포괄적 여성후보 지지운동보다 구별 여성단체 조직들과 연계해 여성후보자 지역속으로 들어가 꾸준히 지지운동을 해주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찾아가는 주민고충센터를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비록 떨어졌지만 뜻있는 지인들과 함께 유권자 교육에 주력할 '행복주민센터'를 만들 계획이다.제도권에 진입은 못했지만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지역사회를 위해 해야할 일을 찾았다. 앞으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의 형태로 추진해볼 계획이고 지금 알아보고 있다.
 
▲윤숙희= 사상은 부산에서도 여야후보가 골고루 당선되는 독특한 지역이다. 이번에도 어느 후보보다 열심히 뛰었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연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조직적인 당원의 힘이 없이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지역에서 아무리 봉사를 많이 해도 무소속은 한계가 있었다. 막상 현장에서 부딪혀보니 "왜 공천을 못받았냐"며 내가 OO당원인데 어찌 당신을 찍어주겠냐는 얘기를 들으면서 정당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정말 간절하게 호소했다. 한사람 한 사람 인사 열 두 번도 더했고 밤낮으로 뛰었다. 다른 후보들은 선거차량만 한바퀴 돌리고 후보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선관위 직원들도 "다녀보니 윤숙희후보만 선거운동 하더라"고 할 정도였다. 어떤 후보는 '가'번 받았다고 아예 유권자들을 일일이 만나러 다니지도 않고 여유있게 선거운동하는데 무소속은 몇 배로 뛰고 아무리 지역을 위해 봉사활동을 많이 한들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격려해준 많은 분들이 있어 외롭지는 않았다. 어떤 젊은이는 아줌마가 너무 열심히 해서 사전투표하면서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힘이 절로 났다. 선거구별 또는 후보자 등록수 별 선거비 보전 퍼센트를 달리해야 한다. 아울러 종내는 구의원이 없어져야 하겠지만 지방의원들은 오로지 지역만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송순임= 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유권자 교육이 절실함을 느꼈다. 경로당을 다녀보니 표로 직결되는 노인들의 일상은 한결같았고 특정 정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행사는 요지부동 변하지 않았다. 지역 대표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인데 정작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제대로 일할 일꾼을 선출하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여 안타까웠다. 또 세월호 사건이후 분위기는 오히려 보수들이 뭉치는 분위기였다. 선거운동을 하다 식당이나 모임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은후보자들을 잡상인 취급에 벌레 보듯이 경계하는데 정말 이거는 바뀌어야 한다. 지역커뮤니티가 이루어지는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도 지역발전을 위해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토하고 우리 지역을 위해 필요한 공약이 무엇인지 필요시 먼저 만남을 제안하고 내 지역을 위해 진짜 제대로 일할 사람이 누군지도 제대로 가려내야 한다. 오히려 후보자들과의 만남을 요청해야하는데 우리는 정반대인 선거풍토에서 살고 있다. 유권자 의식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꼈다. 여성정치인들이 그나마 많이 참여하고 이만큼 오기까지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 세금이 아까워서라도 키워놓은 여성인력이 사장이 되지 않도록 활용하는데 힘써야 한다.
 
이날 12시부터 3시까지 3시간여 걸쳐 좌담은 진지하게 이어졌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여성계의 향후 활동과제를 모색하는 등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바른 생활정치는 지역발전의 바로미터이기에 그동안 정치권이 외면한 똑똑한 유권자 만들기에 여성들이 나서자고 다짐했다. 조만간 구별 찾아가는 주민(유권자)의식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위해 여성출마자 모두가 강사도우미로 나서자고 제안했다.
 
 
유순희 기자
[2014년 6월 20일 제5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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