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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10 KOWIN

20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선택하라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란 말이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다. 전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들을 찾아볼 수 있고 그들의 눈부신 활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여성 리더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만났다.
 
 지난달 31일(화) 부산 BEXCO에서 열린 ‘세계한민족 네트워크’의 한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이 행사의 Open Session에서 국내·외 전문여성 및 차세대 리더와 대학생들이 참여해 강의를 듣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내게 무엇보다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주제로 한 한비야 前월드비전 국제 구호팀장의 강연이었다. ‘바람의 딸’ 한비야 씨는 20대의 여성 롤 모델, 30, 40대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인물로 꼽힌다. 그녀는 버젓이 다니던 외국계 회사를 그만두고 7년간에 걸쳐 세계 오지를 여행한 후 책을 썼다. 그러한 계기로 국제 NGO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팀장으로 9년을 일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하도록 이끌었을까? 그리고 차세대 글로벌 리더들에게 그녀가 할 말은 무엇일까? 이미 책을 통해 그녀에 대해 많이 알았지만 직접 나의 눈과 귀로 그녀의 진심을 전달받고 싶었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만나게 된 그녀는 소박한 동네 언니(?)처럼 보였다. 하지만 강의를 시작하자 뜨거운 열정을 가진 긴급구호팀장 한비야로 바뀌었고 참가자들 모두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머리, 가슴, 손이라는 세 가지 주제어를 제시했다.
 
 첫 번째, 우리의 머릿속에 ‘세계 지도’를 그려라. 전 세계에 204개국이라는 많은 나라가 있지만 우리는 항상 우리가 필요로 하는 나라들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나라도 머릿속에 그리자는 것이다. 세상이 정글의 법칙에 의해 돌아갈지라도 사랑과 은혜의 법칙을 잊지말자고 그녀는 외쳤다. 차세대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선 내 것만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고 남을 위해 나의 창고도 열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무엇이 당신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가? 언제, 어떤 일이 나를 살게 하는가? 몸은 고생하지만 내 피를 끓게 하고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구호활동 일을 할 때 훨씬 행복하다고 하는 그녀.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보다 사회적 지위, 돈, 명예를 위해 그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나와 같은 20대 청년들은 ‘취업’이라는 커다란 문 앞에 서서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란 고민을 가장 많이 할 것이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디로 나아갈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20대들에게 한비야 씨는 자신이 진정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또 그렇게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알려주는 산 표본이다.

 자, 머리와 가슴이 준비가 되었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손’ 이다. 특히 여성 리더는 머리와 가슴만 뜨거워서는 안 된다. 그와 함께 따뜻한 손이 필요하다. 한 손이 나를 위해 쓰인다면, 다른 한 손은 남을 위해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앞서 말한 세 가지와 함께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 라고 외치는 그녀는 모든 참가자에게 거친 바다로 나아가 노련한 사공이 되어라고 한다.
 
 잔잔한 바다에선 더 나아질 것이 없다. 99℃와 100℃의 삶에는 차이가 있다. 99℃와 100℃의 물은 둘 다 뜨겁다. 하지만 둘 중 하나, 오직 100℃의 물만 끓는다. 끓지 못하고 따뜻함만 유지하며 미지근한 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아 부어 끓어오를 것인가? 물을 여지없이 100℃의 삶을 추천한다.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한계들이 나를 가로막고 설 것이다.
 
 하지만 한계는 결국 우리가 한정짓는 것이다. 견딜 수 없을 때 오히려 한걸음 더 나아가면 나의 한계는 더 넓어진다. 자신의 한계는 해보면서 증명하라는 것이다. 꿈과 도전, 차세대 리더로 가는 길까지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生生한 진심을 전해준 한비야 씨의 강연을 통해 나를 비롯한 모두에게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강의가 끝난 후, 밝게 손 흔들며 사라지는 그녀의 뒤로 눈부시게 맑은 하늘을 보았다. 나는 벅찬 마음과 꿈을 품고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상상을 하며 마음속으로 크게 웃었다. 100℃의 삶을 향한 첫걸음이 시작되는 것을 축하하며. 20대여,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선택하라.
 
[2010년 10월 1일 1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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