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3월 8일 여성의당 창당대회 모습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 의제를 중심으로 출범한 여성의당이 창당 1000일 만에 심각한 존폐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21년 9월과 2022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제2기 당 대표 보궐선거를 실시했으나 입후보자가 없어 중단됐다. 이어 2022년 7월에 제3기 당 대표 및 당직자 동시 선출 선거를 실시했으나, 입후보자 미등록으로 선거가 중지됐고, 이후의 비상대책위원장 모집마저 같은 이유로 좌절됐다.
이처럼 지도 체제 존속이 어려워지자 여성의당은 향후 정당 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9월 24일부터 9월 26일까지 3일간에 걸쳐 정당 해산을 위한 당원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당이 4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 선거에 후보자를 출마시키지 않거나 각 시도당 당원 수가 1000명 미만이 되면 정당법 제44조에 의거해 정당 자격을 상실한다. 다만, 정당이 대의기구를 통해 자진 해산을 결정하게 되면 헌법재판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강제 없이 정당 운영을 종료할 수 있다. 여성의당이 10월 1일 전국당원대회를 통해 해산 결정을 발표하게 되면, 여성의당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자진 해산한 정당으로 기록되게 된다.
여성의당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여성 의제를 확장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청년 세대 여성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2020년에 창당된 시민 중심 정당이다.
또한 여성의당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위성 정당 참여 제의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선거를 치러냈음에도 전국에서 약 21만 표를 석권했다. 이러한 성과를 낸 여성의당은 창당준비위원회 설립 13일만에 정당 설립의 요건을 갖추었을 만큼 초기부터 상당한 기량을 갖추었다.
그러나 기성 중견 정치인을 중심으로 당원들이 결집하지 않은 점, 정당 이념의 확장성을 두고 지속적인 논쟁을 겪은 점, 양당 체제 중심의 폐쇄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 정치 참여의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점 등으로 인해 정당의 지속 가능성과 조직력 확장에 연거푸 어려움을 겪어왔다.
장지유 지명 공동대표는 “외부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슬로건으로 삼은 정권이 들어서는 등 거세지는 백래시 속에 우리 당과 구성원에 대한 조롱과 신변의 위협이 집요하게 이어졌고, 내부적으로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며 조직을 훼손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끊이질 않았다”며 정당 해산 결정이 불가피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약 3년의 역사 가운데 1년 여의 세월을 조직 재건에 투입했으나 실패한 지금, 누군가 구원자처럼 나타나 여성의당을 책임지리라는 더 이상의 기대를 거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태도라는 생각”이라면서 “이제는 고통스럽더라도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해산하는 것만이 여성의당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여성의당의 해산은 자주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