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싸고 후속 조치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여성계는 지금까지 여성가족부가 담당해온 현안과 업무를 도맡아 추진할 전문적 기능의 컨트롤 타워가 없어진다는 데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장해야할 많은 업무가운데 얼마나 비중을 두고 우선순위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본부장급에서 아무리 관심을 갖고 일을 해도 결정권자의 의지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로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에 참여해 국정 전반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책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대협 윤미향 사건 등으로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편견에 대한 인식개선과 여성인권향상을 위한 정책의 진일보 등 피해자가 불리했던 성폭력 관련 법 개정을 비롯해 구조적 불평등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학교 밖 청소년,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들 지원 등 세심한 도움이 필요한 각 주체들에게 중요한 지원 역할을 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한국YWCA연합회 한국YMCA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주축이 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등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담론은 평소 만연해있던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막연한 분노가 착시현상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정치적이고 실체적인 작용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며 “이 시대 20대 남성들은 역차별을 이야기하며 왜 여성가족부가 탄생하게 됐고 왜 성평등이 중요한 시대적 화두인지 그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 채 여성이 마치 특권적 위치에 올라 있으며 속된 말로 편하게 산다는 듯 부풀리고 과장하고 왜곡하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아니라 “여성가족부라는 행정부처가 폐지된다고 해 법률상에 근거한 여성가족부의 업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 활동을 촉진하고 한부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의 안정을 돕고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양육과 돌봄을 위한 일은 여성가족부가 아니더라도 어떤 부서라도 해내야 하는 일”이라며 핵심은 전담부처의 유무가 해결의지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여성계는 “여가부의 역할은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화,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여성단체연합도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 발표이후 각 지자체에서 단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여성정책이 40년 전 부녀복지, 요보호 여성정책으로 퇴행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물론 부산도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고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전담할 독립된 부처가 필요하듯이 지역에도 ‘독립된’여성정책 연구 전문기관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여가부 폐지와 이에 따른 정부의 후속 조치안은 현재 야당과의 조율의 문제가 남아있고 다수 여성단체의 반발이 거센데다, 최근 격화된 젠더갈등에 대한 책임과 분쟁 해결에서 신설 기구가 제대로 추진해나갈 수 있을지 그 여부도 불확실해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그러나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은 여가부를 폐지와 관련, 오히려 ‘기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고 전달체계가 없는 여가부에서 벗어나 복지부의 집행 기능을 함께 사용하게 되면 지금의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고, 한부모가정, 위기 청소년 등 취약계층과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업무가 여가부의 주요한 과제인 만큼 전국적으로 깔려 있는 복지부의 인프라로 ‘원스톱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 부연 설명이다. 그는 또 “나아가 여가부 업무의 또 다른 한 축인 가족 정책은 저출산 및 인구 대책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모든 생애주기를 통합해 다루기 때문에 34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여가부 1조5000억원 예산을 갖고 있던 부처가 30조원 이상의 예산으로 자체 사업을 하는 본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