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한 관부재판의 역사와 각종 사료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회가 2월 15일부터 5월 19일까지 창원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고 김문숙 여성운동가의 활동과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전시회임과 동시에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다채롭게 조명하는 학술토론을 통해 역사 재인식과 우리의 과제를 모색하는 의미있는 기획전이다.
또한 지난 2021년 고 김문숙 부산정대협 회장 별세 후 그동안 그가 운영해온 민족과여성역사관에 대한 향후 방향을 모색하고, 소장해온 각종 자료와 사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압축 정리하는 과정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고 김문숙 회장이 동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가 되어 처참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환갑이 지내서야 알게 되면서 피눈물을 흘리며 각성한 후 여생을 오롯이 ‘그녀들’과 함께해온 여정이 시대별로 구성돼 있다.
전시회는 3명의 위안부, 7명의 근로정신대, 23번의 공판이 진행된 6년간의 관부재판의 역사를 오롯이 보여주는 역사여행이다. 관부재판은 부산에서 시작해, 국내는 물론 일본 현지의 동참도 끌어낸 역사적인 사건. 이 투쟁 과정에서의 생생한 기록들이 전시되어있고, 고 김문숙 여성운동가 개인의 삶의 족적을 통해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있다.
특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의 연대와 김문숙 여성운동가의 삶의 궤적을 상하로 나란히 배열, 시대별 궤적을 비교해가며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한 게 특징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전 그림들도 전시돼 있고, 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수필가 수향 고 김문숙과 교우한 걸출한 당대 문인들과의 서신 서화도 한 쪽을 장식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고 김문숙 여성운동가가 남긴 개인 소지품과 평생 사용해온 소박한 유품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출구즈음에 이르러 자신의 딸에게 남긴 유언은 큰 울림을 남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여성기업인으로서도 활동했던 고 김문숙회장은 부족할 게 없는 삶이었지만 이로운 사회활동뒤 마지막 그가 남긴 건 달랑 가락지 두 개 뿐. 이 시대 여성 모두에게 소명의식을 남기고 있다.
고 김문숙회장은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수 십억의 사재를 털어 피해자 및 관부재판 지원과 <민족과 여성역사관> 운영에 써왔고, 직접 피해자들을 인솔해 시모노세키 현지 법정을 드나들며 열정을 쏟아왔다.
그의 삶의 궤적은 역사관에 남긴 엄청난 양의 책과 신문자료, 친필원고, 회의록, 영상물 등으로 남아있어 한번 돌아볼만 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창원대학교 담당 연구원 문경희 박사는 “김문숙회장의 관심은 한국여성운동은 물론 한국 근대현사, 한일관계에도 닿아있고 이러한 관심의 결정체가 관부재판”이라며 “김문숙회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말과 글, 실천이 머물렀던 순간들을 전시회에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16일~17일 양일간 진행된 학술대회에서는 전시동원 체제의 젠더적 성격과 경계성을 주제로 한 토론을 비롯해 경상도 지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활동, 경남지역 일본군 위안부 지원활동가들의 돌봄의식, 대구경북지역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시쓰기, 트랜스 내셔널 역사학 관점의 시민권과 전시 성폭력 연구쟁점 등 1990년대 대학 총여학생회의 위안부 지원활동과 영화 허스토리의 재현: 역사적 사실과 비역사적 내러티브의 경합에 대해 알아보는 흥미로운 토론이 진행됐다.
유순희 기자
[2023년 2월 28일 152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