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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지구의 비명’에 귀 기울이는 시적 언어들

지구는 난간에 매달려.png

무크지 시움 저/전망/176/1만원 

지구는 난간에 매달려비명을 지르는데도 극단적인 물질사회로만 치닫고 있는 세태에 대해 62명의 시인들이 경종을 울렸다. 부산작가회의(회장 김수우) 소속 시인들은 문학이 지닌 예지의 역할을 잊지 않겠다며 무크지 시움으로 기후시집을 냈다.

참여 시인들은 지구의 역사에서 그 어떤 때보다도 인류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공존의 가치를 절실하게 역설하고 있다. 시집은 벼랑 끝인 줄 알면서도 멈출 줄 모르고, 문명의 편리 속에 감춰진 파탄의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다.

지나치게 이기적인 유전자들’(고명자), ‘플라스틱 고래 관찰기’(김사리), ‘422, 기후 진맥 시계’(김요아킴), ‘수몰 지구’(이소희) 등 시의 제목도 예사롭지 않다. 시인들의 감수성으로 발견한 문제의식은 예리하고 구체적이다.

나는 지구의 쓰레기다//옷이 있는데도 옷을 사고/매번 고기를 먹어야 하고/밝은데도 더 밝게 불을 밝히고/더 따뜻하게 더 시원하게 /지구가 문제라고 늘 불안해하지만, 사실은 내가 문제다/ (김종미 불편하게 살자중에서)

썩어야 할 것들이 하도 썩지 않으니 말도 바뀐다 썩을 놈 이젠 욕이 아니다. 생태적, 지구적 상찬이다 (김형로 썩을 놈중에서)

털레털레 앞서가는 털뭉치가 녹는다 탈레탈레 뒤따라가는 털뭉치가 녹는다 언제 흰색이었나 누런 짐작이 녹는다 때묻은 큰 등이 녹는다 비루먹은 작은 엉덩이가 녹는다 납작한 배가 녹는다 바닥을 끌며 가는 검은 주둥이가 녹는다 사소한 엄폐물이 녹는다 해빙을 떠도는 전설이 녹는다 광활한 사냥터가 녹는다 잠잠한 잠행이 녹는다 먹잇감이 녹는다 신중한 사냥꾼이 녹는다 (최정란 북극곰중에서)

시인들은 이제 자유도 정의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에 쓰여야 한다며 과감한 실천을, 불편을 선택할 용기를 말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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