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중구 백년어서원에서 열린, 시집 ‘바다는 거의 밀물이어서’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정기남 시인이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태 읽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의 바다 시”라는 반응과 함께, 출간과 동시에 높은 판매고를 올린 시집의 주인공이 독자들을 만났다. 13일 오후 6시 30분, 부산시 중구 백년어서원에서 정기남 시인의 첫 해양시집 『바다는 거의 밀물이어서』 출판기념 북 토크가 열렸다.
“항해를 중심으로 한 삶과 서정이 생성해 내는 언어가 이 시집에서 새로운 지도를 만들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은 정기남 시인은 전남 순천 출생으로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델라웨어대학교에서 해양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시인은 외항선 항해사로 오랜 기간 배를 탔고, 해상교통관제사가 되어 바다 곁을 지켰다.
‘감도 있습니까?’, ‘등대선’, ‘견습항해사’, ‘킹스턴 밸브’ 등 50여편의 작품이 실린 이번 시집에는 바다를 온몸으로 경험한 항해자의 시선이 담겨있다. 시인은 먼발치에서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상상의 바다가 아닌, 광막한 바다를 직접 누비며 품어 올린 해양의 언어들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열었다.
바다는 방향을 모르네/ 풍배도의 장미 화살로/ 바람을 가늠해 볼 뿐/ 어차피 항해는 추측으로 하는 거지/ 자유롭게 떠 있어야 하는데/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몰라 떨다 보면/ 국자가 남쪽을 가리키기도 하지/ (시 ‘나침반’ 중에서)
“시의 리듬감이 살아 있다”라는 사회자의 말에 정 시인은 “바다는 너울이 치는 곳”이라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너울의 리듬감을 생각하고 그것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시 ‘이류무’, ‘무중신호’가 좋았다는 한 독자는 “시인의 바다는 인생이나 삶에 대한 성찰로 귀결된 시들과 달리, 인간의 아주 근원적인 갈망이나 원초적 감수성에 닿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인은 “작가 한승원의 작품 속 원대한 바다에서 발견한 원초적 관능의 힘”과 빅토르 위고 등 여러 작가의 작품 속 바다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 시집에서 특히 언어유희가 돋보이고 위트 있었다며, 시 ‘고래’를 낭송한 독자도 있었다.
불길을 잘 들이려면/ 고래를 잘 놓아주어야 해요// 구들장을 잘 덮어주어야/ 강시가 일어서지 못해요// 연기가 잘 빠져나가도록/ 고래에게는 술을 먹이지 말아야 해요// 횡설수설하느라 풀어져버린/ 당신의 혀를 태워드릴게요// (시 ‘고래’ 중에서)
이외에도 이날 참가자들은, 중의적 언어로 상상력을 확장하는 시인의 시 세계, 시인이 시를 써 온 방식, ‘바다는 거의 밀물이어서’에 내포된 자전적 요소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낮은 곳인 바다를 제대로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감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북토크 내내 바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정 시인은 “아직 바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기남 시집/ 전망/ 173쪽/ 1만원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