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북 여성사연구 네트워크 지역역사 새 장 구축
여성, 이제 역사속에서 정체성을 모색하고 미래 여성의 역할을 찾는다. 그동안 역사에서 배제되어왔던 여성의 역할과 위치를 재조명하는 지역적 연구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최근 부산 경북 제주 지역의 역사 속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장이 마련됐다.
부산 여성가족개발원(원장 전상수) 은 1일 제 6 회 부산 여성가족 정책 포럼을 열고 여타 지역보다 앞서 활발히 지역 여성사를 연구해 온 제주 경북지역 여성정책연구 기관을 초청, ‘지역 여성사의 의의와 가치’를 조명했다.
여성의 삶과 문화 그 자체가 이 땅의 역사였고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콘텐츠임을 재조명하는 의미있는 포럼이다.
이송희 신라대 교수는 “지방자치시대 일반 역사에서 또는 중앙 중심적인 기존의 여성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의 삶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며 “여성사 연구는 여성사적인 시각을 갖고 재조명한다는 의의외에도 향후 지역의 역사를 만들어가는데도 큰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덧붙여 이교수는 “지역 여성사는 결국 한국의 기존의 역사학을 바꾸어 여성성을 담보한 영성평등한 역사학으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 이라는데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은 현재 ‘역사속 부산여성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부산여성사1’ 가발간된 상태. 근현대속의 여성의 역사를 재조명한 이 연구서에는 개항 이후 역사를 이어가는 중요한 몫을 담당해 온 다양한 여성인물을 다루었다.
부산지역 여성사 연구에 대한 발표를 맡은 하정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사료의 부족과 제한된 연구기간으로 어려움이 컸다” 며 앞서 다루지 못한 사료에 대한 체계적 연구의 연속성을 언급했다.
한편 경북지역 여성사 연구는 지난 2004년 이미 큰 연구결과물을 남겼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의욕적으로 추진 발간한 경북여성사에는 유교 불교 가야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으며 여성의 역사와 문화, 유적에 이르기까지 통계중심의 백서형태를 벗어나 철저한 기초자료 확보와 집필방향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북지역 여성사 발제를 맡은 정일선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은 “기존의 소수 엘리트 여성위주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나 일반여성들의 생활사, 일상사를 되도록 많이 수록하고자 노력했다” 며 “이후 신문으로 읽는 경북여성사, 여성사 시리즈를 지속 발간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인물발굴, 사진자료수집, 구술사채록과 같은 기초자료의 확보에 충실한 성과였다” 고 꼽았다.
구술생애사를 통해본 경북여성의 삶은 흥미롭다. 70세 이상의 고령, 경북지역에서 나고자라 살고 있는 여성, 지역적 직능적 특성을 가진 영남반가 며느리, 종부 길쌈 후계자 내방가사 전수자 등의 여성인물들, 방언속에 나타난 여성의 삶과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이 같은 연구는 그동안 기록되지 않은 여성개인과 집단의 역사복원에도 흥미로운 소재가 되고 있다.
한글 요리서 ‘음식디미방’을 남긴 당대의 여중군자 정부인 안동장씨의 재조명을 통해 장계향이라는 본명을 찾고 평전을 출간하는 등 여성역사테마로 부각시켜온 노력은 여성의 역사를 넘어 지역의 문화역사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경북보다 1년 늦은 2005년 첫 여성역사 결과물이 나왔지만 풍부한 여성문화 콘텐츠로 제주여성의 이야기는 다채롭고 흥미롭다. 신화 속 여성인물부터 출발해 근현대 여성인물에 이르기까지 제주여성이 갖는 역사성은 제주여성문화연구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 문순덕 여성정책연구센터장은 “제주 여성의 역사는 문헌에 등장하는 여성들보다 기억속에 남아있는 여성들이 더 많아 고증과 복원에 힘들었지만 미래제주사회에 정신적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이 바로 제주여성의 정체성” 이라고 밝혔다.
제주지역의 경우 근현대 인물사, 생활사, 생애사 등 제주여성문화유적100선에 이르기까지 20여편에 가까운 여성사연구물을 남긴 사례가 돋보인다.
부산의 경우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여성사 연구는 인근 지역보다 비교적 늦은 편. 이송희 교수는 “여성관련 전시공간의 확보와 연구자들의 네트워킹과 활동 등 많은 과제가 있지만 여성들 자신이 역사의 주체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며 “여성자료를 발굴 수집하고 보존하는 기능을 가진 기록전문가와 아카이브 기구가 설치되는등 지속적 여성사연구”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순희 기자
유순희 기자
[2010년 6월 30일 9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