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2일

종합

전문상담교사 턱없이 부족 … “체계적 양성해야”

□ 인터넷 게임 중독과 청소년문제
 
 
학교와 가정 적절한 개입 절실…신뢰할만한 진단법 개발도 요원
 
부산의 중학생이 인터넷 게임을하는 자신을 꾸짖는 엄마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 광주의 중학생이 즐겨하던 인터넷 게임을 흉내내어 남동생 살해, 용인 초등생, 즐기던 자동차 게임처럼 승용차 훔쳐몰다 사고, 인터넷을 모방한 집단 괴롭힘과 청소년 성매매, 야쿠자 게임 흉내내어 친할머니 살해 후 토막시도, 인터넷 게임중독자 친모살해 후 장롱속 유기....상상할 수도 없는 청소년들의 패륜적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집에 불을 질러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고, 인터넷 게임중독의 어린 중학생이 모친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고만 충격적인 사건은 단지 게임중독이 원인이었을까. 갈수록 끔찍해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행동과 비극을 막을 방법은 정말 없을까. 최근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청소년 사건사고와 관련 지역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전문가 발표와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단법인 청소년교육문화재단(이사장 장혁표)이 주관하고 (사)목요학술회, (재)부산여성가족개발원, 부산광역시건강가정지원센터, 포럼부산 교육이 공동주최한 청소년 지도 심포지엄. 지난 12월 9일 오후 3시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 및 대책'을 주제로 장장 3시간에 가까운 진지한 토론이 진행됐다.

청소년 게임중독의 이해 및 예방적 방안의 논의를 주제로 정신의학적 관점에서의 예방과 대책방안 모색, 학교현장에서의 문제논의, 가정에서의 문제와 접근 방안을 살펴본이번 행사는 현장 상담활동 전문가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한 정책제안과 해결방안을 모색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제강연을 맡은 최수미 부산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청소년 게임중독의 개인 심리사회적 원인에는 충동성 및 공격성이 높거나 자아존중감이 낮은 경우, 우울감이나 고독감에 빠져있는 청소년들이 스트레스 해소차원에서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욕구를 해소하고 있다”며“개인, 가족, 사회제도적인 측면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예방과 대처노력들이 요구되고 무엇보다 사후 치료적 접근보다 예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발표한 최상헌 동래병원 정신과 진료부장은 “인터넷 과사용자군에서는 중독군으로의 이행을 막기위한 다양한 심리사회적인 치료가 시행되며 정신과적공존 질환이 없는 중독군에 대해서는 중독에 대한 약물치료와 함께 개인치료, 집단치료, 가족치료와 교육을 적용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중독 치료에 공인받은 약물은 아직 없지만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날트렉손, 아캄프로세이트의 사용은 고려해볼만하지만 약물치료와 관계없이 각 개인에게 맞는 정신치료적 접근이 필요한데, 이때 치료적 동맹관계 형성이 우선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즉 본인의 치료에 대한 동기부여와 가족들의 이해와 협력 등 부모를 중심으로 하는 부모상담과 가족치료도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최부장은 인터넷중독과 공존하는 정신질환들로 주의력결핍-과잉 행동장애(ADHD), 우울증, 정신분열성 성격장애, 사회공포증, 충동조절장애, 불안관련장애, 물질남용장애, 양극성장애, 강박증, 불면증, 병적도박 등이 있고 이러한 질환과 공존될 경우 입원을 통한 격리치료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인터넷 게임중독이 교육현장에서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하현주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 전문상담교사는 “인터넷이용자의 5.1%, 청소년 7.3%가 이미 심각한 중독상태에 놓여있다”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게임중독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교사는 학교현장에서 상담사례를 통해 살펴본 결과 학생들의 평균 게임시간은 3~4시간에 이르렀고, 인터넷게임시간이 많을수록 가정에서의 문제점도 많았다고.
잘못된 자녀양육법으로 방치된 경우, 부모의 이혼으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학생이 혼자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터넷에 빠져드는 경우, 내성적 성격으로 친구가 없는 학생의 경우 등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내몰릴 청소년들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하교사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심각한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한 케이스처럼 그는 “부모자녀간의 개방적인 의사소통과 신뢰감, 가족의 지지와 바람직한 가족활동으로 게임중독으로부터 벗어나게 도와주는 방법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인터넷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기제어력 향상 상담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교사는 “아직 학교현장에서 상담만 전적으로 담당하는 교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고 예방교육부터 전문가와 연계, 사후상담까지 맡아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학교내 전문상담교사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학업이 전부인것으로 알고 오직 학업과 성적에만 매달리게 만드는 현실과 아이들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주기 위해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시간의 대부분을 바깥에서 보내는 부모들의 역할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하정화 연구위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청소년 인터넷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97.1%의 10대 청소년들이 여가활동으로 또래집단과 직접 어울리거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게임이 포함되어 있는 인터넷을 즐긴다고 답했다”며 가족내 다양한 여가활동의 제공으로 가족애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연구위원은 또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맞벌이 가족이 늘어나는 한편 저출산으로 핵가족이 증가하면서 본의아니게 청소년들이 집에 혼자 방임내지 방치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부모의 시간투입과 가족내 특별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학교에서도 맞벌이 가정의 부모을 배려해 적어도 한학기 1회정도는 저녁늦은 시간 부모와의 공식면담을 통해 교사와 부모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서부위센터 최문선 전문상담교사는 “상담을 해보면 청소년 게임중독은 단지 게임중독만의 문제가 아니고 가정환경, 형제간의 갈등과 같은원인을 계기로 인터넷에 몰입하면서 빚어지는 문제사례가 많았다”며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이 언제부터 어느 시점부터 시작되었는지 원인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중독성향의 학생들 스스로는 심각한지 모르고 있는게 문제”라는 그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잠재위기군과 고위기군을 선별, 학교와 가정의 적절한 개입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기주 청소년교육문화재단 부원장의 사회로 최수미 부산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의 주제강연, 최상헌 동래병원 정신과 전문의, 하현주 부산진여상 전문상담교사, 하정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의 발제와 함께 이경열 부산청소년종합지원센터 부소장, 최문선 부산서부 위센터 전문상담사, 박선영 영도구 청소년지원센터 상담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유순희 편집국장
[2010년 12월 16일 1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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