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 시안 엘리아스 뉴질랜드 대법원장
제14차 아시아 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참가
제14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가한 시안 엘리아스(62.여) 뉴질랜드 대법원장은 이번 회의에 참가한 33개 국가 중에서 유일한 여성 대법원장이다. 뉴질랜드 대법관 5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 총리와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이 모두 여성이었을 만큼 여권 신장이 잘된 국가로 꼽히는 뉴질랜드에서 여성 법관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날 회의장에서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한국 여권신장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을 잘 알지 못해 뉴질랜드와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세계적으로 아태지역은 여성이 열등한 위치에 있다.
가정폭력과 임금, 직급 등의 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못한 지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사법부에서 여성의 숫자와 역할이 증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성과 여성의 장벽과 차별을 제거한다는 면에서 여성이 고위직급을 맡는 것과 직급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중요하다. 또 판사가 여성일때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회의에는 불참했지만 캐나다 대법원장도 여성이다. 여권 신장측면에서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서로 앞서거나 뒤서는 부분이 있다. 여성판사는 1심법원에서 24% 정도를 차지하고, 항소 법원 판사 9명 가운데 2명이 여성이며, 대법원은 판사 5명 가운데 나만 여성이다”라고 말해 뉴질랜드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판사의 비율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뉴질랜드에서 대법원이 창설되기 전인 1999년 최고법원 격인 항소법원장에 취임했고, 2004년 대법원이 만들어진 뒤 초대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8년째 뉴질랜드 사법부 수장을 맡고 있다. 1999년 서울에서 열린 회의 때 뉴질랜드 고법 판사로 방문한 바 있다. 이번에 대법원장으로 다시 방문하게 된 그녀는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무척 친절하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굉장히 흥미롭다”며 12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 대한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또한 뉴질랜드의 사법부에 대해 그녀는 “뉴질랜드에서 대법원이 세워진 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 이전까지 뉴질랜드의 최종심은 영국의 대법원이 맡았다. 대법원 설치논의 당시에 뉴질랜드처럼 작은 나라에 대법원을 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되지 않는다.”며, “뉴질랜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사법부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이 보장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사법부의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법부의 독립과 위상에 대해 말했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의 임기는 8년이 남은 상태다. 뉴질랜드 대법원장은 임기제가 아니라 정년제(70세)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소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녀는 “지금까진 하급심 판사들에게 권한을 배분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앞으로는 행정부나 입법부와의 관계에 있어 예산 문제 등을 비롯해 사법부 독립성을 더 확고히 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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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은 기자
[2011년 6월 20일 20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