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보다 열흘이나 이른 추석. 긴 장마 및 폭우 후유증으로 올 추석 선물의 화두는 ‘실속’이 될 전망이다. 과일, 채소 등의 가격이 상승했고, 올 초부터 식품 등 소비자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압박이 크게 작용해 상대적으로 부담 없고 실속 있는 생활용품 세트가 올 추석선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활용품 선물세트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이에 애경(대표이사 고광현)은 친환경 등 트렌드를 반영한 실속 있고 가치 있는 ‘실속형 프리미엄 생활용품’을 대거 선보이는 등 추석선물 시장에 발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반면 고급형 선물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때이른 추석으로 과일보다 한우 등 축산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우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가격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
또 가공식품에 대한 인기도 변함없다. 롯데햄(대표 김용수)은 국내산 돈육을 사용한 ‘의성마늘 로스팜세트’, 수제햄 ‘델리카테센’을 비롯한 추석선물세트 43종을 출시했다.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장기간 숙성시켜 만들어 선보인 선물세트는 다양한 가격대와 웰빙을 내걸고 인기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고가 선물세트의 대명사였던 한우의 문턱은 다소 낮아졌다. 사육 마릿수가 늘어나면서 추석 선물용으로 쓰이는 한우 값은 지난해보다 10~15% 낮아질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추석용 한우·갈비 물량을 지난해보다 40%나 늘려 9만세트를 준비했다. 이마트도 냉동갈비세트 물량을 지난해 추석보다 30% 정도 늘렸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값이 5~15% 싸진 유럽산 포도주도 올해 유통업체들의 ‘강추’ 품목이다. 롯데백화점은 관세 혜택을 본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포두주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렸다.
반면 과일과 굴비는 ‘귀한 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절 선물세트의 대표격인 사과와 배의 경우 폭우와 태풍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쁜데다 추석 날짜도 평년보다 열흘 이상 빨라 수확량이 20~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알이 굵은 대과의 경우엔 생산량이 5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예약판매를 위한 추석선물세트 판매책자를 제작하면서 과일세트 상품은 가격을 기재하지 못하고 ‘시세 기준’이라고 표시했다.
굴비 가격도 껑충 뛸 것으로 주요 백화점과 마트 쪽은 예상한다. 원어인 조기 어획이 급감한데다 굴비를 만드는 데 쓰는 천일염마저 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구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옥돔세트 역시 30% 이상 값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는 굴비 대신 김이나 고급 멸치 등 수산물 선물세트의 종류를 늘려선택 폭을 넓힐 계획이다.
백가영 기자
[2011년 8월 18일 22호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