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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일상의 스트레스는 바다에 “풍덩” 유쾌한 나들이

[2011년 4월 11일 제18호 5면]
 
▷본지 운영위원 거제섬 상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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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만큼 싸늘한 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모처럼 햇살 맑은 봄날, 본지 운영위원들이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하마 벌써 뚫린 바닷길을 몇 번은 다녀온 듯 정작 바다 위를 달릴 때는 모두들 눈길한번 안줍니다. 점점이 떠오른 아름다운 다도해에 얼핏얼핏 눈을 던질 뿐 소곤소곤 좁은 버스안의 잡담에 더 신나했습니다.
 
여행은 준비할 때 맛이고, 나들이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법인 모양입니다. 2주 전부터 기자들은 코스를 짜고 예약을 하느라 부산했고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해 보다 편안하고 의미있는 여행지를 선정하고자 이리저리 시간계산도 하고 골머리를 쌌습니다.
3월 마지막 토요일 아침 8시30분 부산시민회관 앞에서 집결하여 9시정각에 출발했습니다. 역시 코리안 타임을 염두에 두길 잘했습니다. 메마른 체형이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서글서글하니 사람좋은 운전기사님(태평양관광 모범운전기사 박운갑님)이 일단 맘에 들었습니다.
 
버스 옆구리에 난 창고문을 열고 준비해온 음식들과 선물을 꽉꽉 밀어넣었습니다. 준비해온 손길들은 버스에 오르자마자 하나씩 나눠주기에 바빴습니다. 생수에, 따뜻한 음료에, 과일과 먹음직한 떡 도시락까지 아침을 거르고 달려왔을 위원님들을 위해 벌써부터 보따리 몇 개를 풀었습니다.
 
버스에 올라 인사를 나누기 바쁘게 이윽고 가덕도 휴게소. 아, 출발전 정은아위원님이 발목을 삐어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가덕도에 이르자 주말 나들이에 나선 자가용과 대형관광버스들로 입구부터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속이 불편하다며 휴게소까지 정은아위원님은 절룩거리는 발로 걸어서 갔고 느릿느릿 휴게소에 다다르니 화장실이 밀려 난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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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습니까. 자매애를 발휘해 넓직한 장애우화장실에 서너명씩 들어가 해결하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널널한 남자 화장실을 엿보며 어떤이는 후다닥 볼일을 보고 오기도 했습니다. 주책없이 남자 화장실을 힐끔거리다가 볼일보던 남자이용자들의 얼굴을 홍당무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첫 코스는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와 기념박물관이었습니다. 동백꽃 길따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해안 마을에 접어드니 오른쪽 양지바른 곳에 생가가 보기좋게 자리잡았습니다. 보기좋게 단체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기념관에 들어가 대통령 흉내도 내보았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실물 모형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어릴적 공부하던 모습, 국회의원 시절, 대통령 당시 모습 등 그의 특별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역사가 되었습니다. 아늑한 생가는 기와집으로 별채까지 딸려있고, 솟을 대문도 기와로 지붕을 올려 위용있어 보였습니다. 돌아나오는 길 관광지라 그런지 장사꾼들이 참 많이 있었습니다.
 
나물파는 할머니, 거제특산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돌아나오는 버스안에 낯선 사나이가 올라타 울금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충북 옥천에서 왔다는 조합원은 울금이 이러이러한 것이란 걸 기억만 해달라며 영상을 틀어주고 덤으로 울금비누와 환을 선물로 하나씩주었습니다. 물건을 팔지않고 선물만 주고가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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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좋아진 우리 위원님들 버스에 오르는 장사치들의 제품을 하나둘사줍니다. 벌써 짐이 무거워 보입니다.남해안시대 포럼 이영 상임의장의 주선으로 점심은 거제시장님이 예약해놓은 웅아횟집에 40여명이 둘러앉아 맛있는 멍게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이영의장님이 합석하고 음식을 맛나게 비울무렵 멋진 권민호 거제시장님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거제 특산물인 건어물을 한패키지씩 나눠주며 열렬히 부산여성들을 환영했습니다. 점심을 먹고나니 1시 15분. 거제포로수용소가 바로 앞이었습니다.
 
경비절감차원에서 경로우대? 위원은 자진 신고를 하고 일반위원들과 두 줄로 나누어 유치원생들처럼 줄을 맞춰 입장하고 50분 관람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떻게 둘러 보았는지 모두들 40여분도 채 못되어 돌아오는 바람에 미리 예약해놓은 구조라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외도를 보기위해서입니다.남해 푸른바다위에 아름답게 가꾼 이국적인 섬을 여직 못봤다는 분들이 많아 설레이는 기분으로 구조라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3시30분 예약이 되어있어 시간이 넉넉했지만, 일찍 오면 빠른 배편을 이용할 수 있다기에 서둘러 도착하니 2시 15분. 승선인원과 연락처를 파악하고 접수를 했는데 기다리랍니다. 간이 대합실에 들어가 바람을 피하고 있는데 사람이 많아 3시50분 배를 타야한다고 합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예약문화가 통하지 않는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어떤 관광버스 손님들은 오다가 버스기사가 예약했다는데 우리보다 빨리 배에 오르고 있는게 아닙니까? 명색이 신문사에서 왔는데 우리 위원님들을 뭘로 보고...무법천지 제멋대로 목청좋은 선착장 소장? 아저씨와 실갱이가 벌어졌습니다.
 
“40분 승선자는 40분 정시에 타는데 30분 예약자는 왜 50분에 타는거냐?” 고 따졌습니다. 그건 소장아저씨 맘이었습니다. “이것 보세요. 노트에 예약전화번호가 적혀있는건 1~2주전에 예약한 것이고, 전화번호가 없는 것은 한 달전에 예약한 겁니다. 저 사람들은 한달전에 예약했습니다.”
“어라?” 배를 타기위해 줄을 섰던 아주머니 관광객의 말과는 달랐습니다. 대합실이 누더기처럼 낡고 차가운 쇳덩어리 간이 의자가 불편했지만 이보다 더 차갑고 불친절한 사람들은 매표소 직원들이었습니다.
 
급작스럽게 환경이 변하고 관광객이 몰려들어서인지 서비스는 관광지로서 제로점수에 가까울만큼 후진을 면치 못했습니다.어쨌든 예정시간보다 20분 늦은 배를 타고 해금강을 유람하다가 외도에 오르니 지상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외도를 아름답게 가꾼 최호숙 고 이창호부부의 섬은 감동과 기적의 드라마 그 자체였습니다. 어떻게 저많은 자재를 이 섬으로 옮겨 놓았는지, 섬 전체가 커다란 정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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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섬을 가꾸던 바깥주인은 몇해 전 세상을 달리하고 안주인 혼자서 아직도 미완성인냥 섬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동화속 같은 정원을 거닐며 이국적 정취에 푹 빠져 일행을 놓칠세라구석구석 눈도장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6시 15분 마지막 배를 타고 나오는 길, 입담좋은 선장아저씨가 서비스정신을 발휘하여 멋들어지게 뽕짝 세곡을 선사합니다. 몇가구 안되는외도 출신이라는 선장은 인기짱이었습니다.
돌아가는 길 다시마로 만든 젤리, 과자 등 3종에 1만원하는 선물 파는것도 잊고 열심히 노래한 덕에 판매는 조금 부진했습니다만 우리는 유쾌했습니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 실력좋은 운전기사님 덕분에 구불구불 시골 골목길을 아슬하게 돌고 돌아 그 유명하다는 하청면 실전리 굴구이(하청굴구이 마당 055-635-2717)도 배불리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돌아가며 노래솜씨를 경청하고 고상한 우리 위원님들 7080무대로 만들었습니다.
 
준비해간 선물과 현지에서 담아온 자연의 풍취까지 풍성한 보따리 가득안고 돌아온 화기애애한 나들이였습니다. / 유순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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