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3일

종합

일감 〞뚝〟! 그들은 가고 걱정만 남았다

▷희망버스 이후... 한진중공업은 지금
 
 
 
위기의 조선업... 1년여간 투쟁으로 실적 저조
수주없어 절반의 근로자 6개월 돌아가며 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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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철회와 노동자 생존권을 외치며 1년 가까이 농성을 펼쳐온 한진중공업사태, 그 결과는 지금 어찌되었을까.
 
아찔아찔 위태한 고공시위를 하던 농성인은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노동자들은 오랜 투쟁으로 낯설어진 업무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그들은 지금 행복할까. 1년여 간의투쟁 끝에 소기의 목적은 이루었지만 그결과는 그리 지속가능한 희망의 결실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37년,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발전과 부산경제의 큰 축이 되어온 한진중공업(옛 조선중공업)은 최근 유럽 발재정위기와 세계 경기 불황의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아 발주 취소, 선박가격의 폭락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일감이 소진돼, 영도조선소 내부에는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선박 수주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일손을 놀릴 수 밖에 없는 근로자들은 6개월씩 돌아가며 쉬는 지경에 처했다.정리해고라는 파고를 넘어온 노동자들 스스로 노동권을 확보했지만 결과는 기업도 사원도 함께 몰락의 위기에 처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세계경제불황에 따른 여파로 대부분의 조선업계도 위기를 맞고 있지만 지난 한해파업에 따른 계약실적이 미흡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경우 일이 없어 생산직절반이 넘는 434명이 현재 부분 휴업 중이다. 현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는 희망버스 이후 간신히 특수선 몇 척만 만들고 있다.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희망버스' 라는 이름으로 영도조선소를 찾았던 많은 단체와 시위참여자들은 그동안 무엇을 걱정했던것일까. 진실로 기업과 노동자를 함께 걱정했다면 간신히 일터로 복귀한 그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여건과 환경인가도 관심을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회사원은 “일감이 없어 휴업하고 있는 이때 국가산업을 지탱해왔던 거대 기업이 휘청거리고 그렇게 열렬히 관심을 갖고 '감 놔라' '콩 놔라' 하던 사람들은 아무런관심도 없고 아예 외면하고 있다"며 "출근도장 찍듯 내려왔던 정치인사들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자 더 이상 내려오는 이도 없고 기업사정이 현재 어떠한지물어보는 사람조차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사회적 이슈를 기회삼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자한개인적 정치 쇼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오직 회사원들만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밤낮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 임직원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특히 영업부서 직원들은 수주 물꼬를 트기위해 전 세계 선주사 관계자를 만나며 영업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적을 담아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정리해고 철회를 외쳤던 김진숙씨는 가급국가보안시설인 영도조선소에 들어가(무단침입) 크레인을 1년 가까이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면서, 진보단체와 노동권의 영웅이 됐으나 정작 한진중공업과 노조 조합원측은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해 세계를 주목하게 만든 한 여성의 크레인 농성에 대한 평가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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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파업과 농성으로 건조하던 선박의 납품기일을 어겨 수 백 억 원의 벌금을물었고 희망버스 측이 "미리 수주해 놓고 회사가 사기 쳤다"고 선동하던 4척의 컨테이너선건조 의향서(LOI)도 물거품이 되었다고 기업은 한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설날 전 민주노총계열의 기존 노조에 맞서 유연한 복수 노조가 생겨, 기존 노조의 잦은 정치파업과 강경노선에 반발한 조합원들은 새 노조로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순식간에 518명(2월 1일자, 전체 조합원 703명의74%)이 새노조로 옮기면서 유연한 대처를 앞세우는 민주적이고 합리적 노동권확보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진중사태는 우리사회에 많은 것을 남겼다. "구조조정이라는 자본의 횡포에 승리한 역사
적인 사건", "떼법에 굴복한 미봉책" 등 해석도 분분하지만, 급변하는 세계경제 질서하에 기업환경의 변화와 인권에 대한 높은시민의식, 윈윈하는 바람직한 노사정책에대해서도 다시한번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온 국민이 걱정했던 것은 기업이기주의와 횡포, 무분별한 집단행위로 질서를 위협하고 지역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 집단이기주의였다. 기업이 살기위해 노동자들을 죽이는 제살깎기 작업은 유실수의 가지치기와도 같은 일이지만, 기업도 이제 더 이상 필요악인 '구조조정' 정리 과정에서 원만하지못한 의사소통의 과오로 큰 손해를 불러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실제 알짜배기 흑자기업, 상장도 하지 않은 채 앉은자리에서 수십억씩 이윤을 남기던 굴지의 기업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폐업을 해, 하루아침에 노동자와 그 가족들 수백 명의 삶을 길거리로 내몬 일도 비일비재하다.노사간 민주적 절차에 따른 바람직한 협상과 논의 없이 일방적인 기업주의 행태는물론 도에 지나친 집단행위의 근절도 절실하다.
 
어쨌든 지금 국가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어왔던 역사속의 한진중공업이 위기를 맞고있다. 노동자들의 일터복귀를 도왔던 많은 시민단체와 정치권, 그리고 희망버스에동승했던 선량한? 국민들이 이제, 이들의일터가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으로 일할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데도 일말의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기획취재팀
 
[2012년 2월 17일 제2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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