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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꽃으로 소통하는 아파트공동체

 
해운대 더샵 아델리스 꽃예술모임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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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같은 경비와 미로같은 복도, 꽉 닫힌 개인 출입문이 성냥갑처럼 들어선 대형아파트공동체에서 이웃과 부대끼며 소통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세상. 내 가족얼굴도 서로 마주하기 어려운 세태에 일주일에한번 꽃을 꽂으며 소통하는 이웃이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내 '더샾아델리스 아파트(오피스텔)' 꽃꽂이 모임(지도강사 황민자 동주대학 평생교육원 꽃예술아카데미 지도교수) 여성들.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해 일주일에 한번 전문강사를 초빙해 꽃예술 세계를 탐구하고,직접 실습하며 정을 나누어 온지 벌써 1년째다.
 
다행히 이곳 아파트의 경우 최신시설의 복합건물답게 아파트 입주민들이 필요시소모임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공간(비지니스룸)이 마련돼 있어, 소형 아카데미를 운영하기에 제격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일이다보니 여느 모임처럼 회장도 총무도 재무나 간사도 없지만 모임은 순조롭게 잘 굴러간다. 40대부터 50~6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회원은 10여명.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꽃을 꽂으며 이야기를 나눌때면 하나같이 소녀가 된다.
 
“다른 꽃예술 단체에서도 꽃꽂이를 해보았지만 여기처럼 재미있는 곳은 없어요.서로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장단점을 배워가며 수다를 떨다보면 스트레스가 확풀리기도 하죠. 다른 아카데미처럼 강사가 일방적으로 이론과 기술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잘못된 부분을 수정해나가다 보면 실력도 느는 것 같아요.” 김정이씨는 이웃끼리 함께하는시간이 더 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식들도 유학이다 뭐다해서 부모 곁을 다 떠나고 이 나이되면 집에는 다들 부부밖에 없어요. 꽃을 꽂아두면서부터 남편과 화젯거리도 많이 생기고 대화도 늘어났다”는 황연실 주부는 단지 집안에 없던 꽃만 꽂아두었을 뿐인데 방문하는 지인들은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고.
 
“꽃을 꽂으면 정서도 순화되고 가정의 분위기도 좋아지니 자녀교육에도 좋은 것같아요.” 어린 자녀들을 학교보내고 짬을 내 참여하는 신기수씨는 이들중 가장 어린 회원. 황신혜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 모임의 얼짱 패셔니스타다.
 
썰렁하던 거실 분위기를 걷어내고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꽃이야말로 행복전도사라는 이들은 1년여 꽃을 꽂으면서 기법과 요령도 늘어 꽃 재료가 말라 시들어갈때까지 화기(花器)를 달리하며 재활용하는 방법도 능숙하다.
 
때마침 방문했을 때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송년파티에 어울리는 테이블 셋팅과 꽃꽂이법을 한창 배우고 있던 중. 송년기분을 내기위해 각자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한가지씩과 케익에 와인, 디저트와 과일까지 푸짐한 상차림을 해놓고 연말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이번 연말에는 아파트 주민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대형 트리작품을 한번 해볼까 생각중이예요. 그동안 배운 기량도 뽐내고 이웃들도 아름다운 꽃예술을 감상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것도 예술기부가 아닌가요? ㅎㅎㅎ”
 
보석장식을 좋아해서 일명 보석사모님,처음과 끝이 한결같아서 도도 싸모님, 아는게 많고 바른생활을 좋아하는 교감선생님, 얼굴이 예쁜 젊은 새댁 일명 황신혜에 이르기까지 별별난 별명을 서로 붙여주며 밀착도를 높여가는 이들은 이곳에서만큼은 또 다른 가족이다.
 
“누가 그러데요? 어릴 때는 국,영,수학으로 살고, 우리같은 중년의 연령대에는음, 미, 체로 산다고요. 그리고 더 나이가들어서는 역, 세, 철학으로 산다는 데 꼭 맞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음, 미, 체를 즐길 때인 것 같아요. 꽃예술이야 말로 예능이니 우리는 잘 살고 있는거죠?”
 
꽃을 꽂으며 작은 자연을 재발견한다는 순박한 아줌마들. 그러나 꽃꽂이가 끝나고수다가 이어질 때면 여느 아카데미 모임보다 진지하다. 저출산 고령화사회 걱정, 턱없이 부족한 복지예산, 세금정책에 이르기까지 세상이 던지는 화두에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제 아파트 공동체도 벽을 허물고 소통의 기회를 확대해야 따뜻한 사회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요.”이웃과의 벽을 허물고 단절된 커뮤니티를 꽃으로 소통하는 여성들의 조용한 나눔이 바이러스처럼 이 사회에 온기를 퍼트리길...

유순희 편집국장
[2010년 12월 16일 제1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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