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계사년(癸巳年)
제주도에선 ‘수호신’극진한 술 대접도
부를 지켜준 가신, 영험한 동물 다산 상징
부를 지켜준 가신, 영험한 동물 다산 상징
새해는 단기 4346년 , 서기는 2013년인데 60갑자로 말하자면 ‘계사년’이다. 흔히 사(巳)가 들어가면 ‘뱀해’라고 하며 이 해에 태어난 사람을 ‘뱀띠’라고 한다.
뱀 사 자를 오행에 적용시키면 불(火)에 해당한다. 그리고 앞에 붙는 10간(干)의 계(癸)는 물(水)에속한다. 그래서 계수(癸水)와 사화(巳火)의 만남이다. 이것을 다시 주역의 64괘에 배대하면 수화기제괘(水火旣濟卦)가 된다.
이 괘상(卦像)은 이렇다. 위에가 육감수(六坎水)이고 아래가 삼리화(三離火)이다. 이러니 ‘물과 불’의 만남이며 중첩이다. 그래서 기제(旣濟)가 된다. 물과 불이란, 극과 극이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물과 불이 있어야 한다. 불위에 물을 올려 놓고 익히거나, 삶거나 그리고끓여야 사람이 먹고 살 수가 있다.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익혀야 하고, 끓여야 하지 않는가? 그래야 만이 삶이 윤택해지고 건강해 진다. 이런 의미에서 ‘기제’는 ‘이미 건너왔다’는 뜻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군자는 그런 상황을 본받아서 닥쳐올 환란을 생각하며 미리 방비해야한다“는 암시를 던져 주고있다.
무슨 일이든 다 된 끝에 조심을 하지 않거나 미리 대비를 못해서 곤란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 기제괘에서는 무엇보다 그 환란(患亂)을 미리 대비해라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운도 새 대통령이 뽑히어 새로운 국정을 열고 펼쳐나가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무엇보다 조심하고 경계해야 나라가 편하고백성이 안락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뱀(구렁이)이 가지고 있는 설화는 그 어떤 설화보다도 많다. 뱀을근신(謹愼)하는 표상이 된다. 뱀이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을 보고 몸을 ‘사린다’라고 한다. 그렇듯이 우리사람도 무슨일에 있어서 함부로 하지 않고 조심하는 경우를 두고 ‘몸을 사린다’고 흔히 쓴다.
그리고 뱀은 절대로 죽은 것은 먹지 않는다. 반드시 살아있는 쥐나 개구리등을 잡아 먹는다.이것은 부패한 것을 먹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공자도 논어향당편에서 “음식 색이 변했거나 냄새나는 것은 드시지 않으셨다”고말씀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병이 “개입어구(皆入於口)”라고 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병이 되는 원인이다 입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뱀에 대한 좋은 설화가 통감이라는 역사책에 실려 있어서 소개한다. “한고조(유방)가 항우와 전투가 벌어져 전쟁터로 나가는데 큰 구렁이가 길을 막으므로 유방이 칼을뽑아 베서 죽였다.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다시 오게 되었는데 구렁이를 죽인 그 장소에서 한 늙은 노파가 비통하게 울고 있었다.
그래서 유방이 ”왜 울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노파가 말하길 ”우리 아들이 하늘의 백제자(白帝子) 아들로써 뱀으로 변해있는데 적제자(赤帝子)가 지나가면서 우리 백제자를 죽여서 그래서 울고 있소이다“라 했다” 이 얘기는 백(白)과 적(赤)의 싸움에서 적이 이겼다는 뜻으로, 한고조가 항우를 쳐서 이겨 한나라를세웠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한나라는 깃발을 붉은 색으로 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중국에서는 붉은색으로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 그 이유라 하겠다. 그만큼 뱀은 미래를 알려주는 화신(化身)이라는 의미이다.
또 우리나라에도 이런 야담(野談)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조 500년에 가장 절개 곧은 선비인 남명조식선생과 구렁이에 관한 얘기이다.
남명선생이 과거보려 한양을 가는데 날이 저물어 ‘문경새재’ 밑의 어느 주막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게 되었는데 그 주막집에 예쁜 딸이 한명 있었다. 남명선생의 그 출중하고 장부다운 기상을 보고 그 주막집의 딸이 첫눈에 반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사연이 있었으리라고 여겨 진다. 남명선생이 “내 급제하고 돌아오면서 너를 찾겠다”고 해놓고, 돌아오는 길에 그 곳을 찾지 않고 다른 길로 오게 되었다.
아무리기다려도 오지 않자, 그 처녀가 구렁이로 변해서 산청의 남명선생 서당인 ‘산천재(山天齋)’로 찾아 왔다. 남명선생은 그 구렁이를 큰 궤짝에 넣어 놓고 먹을 것을 챙겨 넣어 주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 본 제자 래암(萊庵)정인홍이 이상히 여기다가 스승 남명선생이 잠시 출타하고 집을 비운 사이에 그 궤짝을 열어 보니 큰 구렁이가 들어 있었다.
이를 본 래암 정인홍이 선생님이 이상한 짓을 한다고 여겨 그 구렁이를 마당에 꺼내서 죽여 버린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인조반정(仁組反政)”이 일어났고 정인홍이광해군 밑에 큰 신하로 있었다는 이유로 환란을 당하게 되었다는 설화다.
이 얘기는 어디까지나 설화이고 야담일 뿐인데 지금도 이런얘기를 알고 있는 유학자가 많이있다. 한고조와 남명선생, 그리고 정인홍 사건에서 보듯이 뱀은, 큰 구렁이는 영물(靈物)이다. 미래사를 예시해주는 신비의 동물임에 틀림없다 하겠다.
그리고 민간 신화에 “큰 구렁이를 보게 되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말이 있는데 구렁이가 일기예보를 하는 것은 참으로 신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어슬렁 넘어가는일에 대하여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간다”고 한다. 이 말은 슬그머니 슬쩍 어떤 곤란한 일을 피해가는 경우를 두고 하는 속담이다.
뱀을 제주도에서는 수호신으로 믿고 뱀이 나오면 술을 부어 주기도 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하기도 했다. 또 부스럭 거리는 상황을 두고 “짚단에 구렁이 싸놓은 것처럼부스럭 거린다”고 한다. 사람이 정신적 육체적 피곤하면 몸을 뒤척이게 된다. 이 뒤척이는 것이 부스럭 거리는 것이며, 볏짚에 구렁이 싸놓은 것처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다.
인생은 삶을 뒤척이게 되어 있다. 뭔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뒤척여 보는 것이지 않을까. 적연부동(寂然不動)한 세계도 좋겠지만, 어데 삶이란 그런가, 때로는 뒤척거리고, 부스럭 거리면서 살게되어 있다.
뱀은 간교한 동물인 것으로 알고있는데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이 계사년을 맞으며 되뇌이어 볼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뱀은 고가(古家)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오랜 고가와 부잣집에는 반드시 큰 구렁이가 살고 있다. 이 구렁이를 두고 “부잣집 업”이라고 한다. 그래서 부자가 망하는 경우를 두고 “부잣집 업 떠나듯이 떠난다”고 한다. 부잣집에 큰 구렁이가 숨어 있으면서 그 부자의 살림살이를 지켜 주는 것이다.
구렁이와 부잣집, 참으로 은밀하고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뱀은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옛적에는 집에서 피리를 불면 뱀 나온다고 어른들은 불지 못하게 했다. 뱀이어떻게 음악을 좋아할까 생각해 볼일이다.
올해는 계사년, 수화기제괘의 해로써 환란을 미리 방비해야 하는 유비무환정신을 잠시도 잊지 않고 살아가면 훌륭한 한 해가 될 것을 염원 해 본다.
글 그림
추전 김화수(소설주역저자,화가)
추전 김화수(소설주역저자,화가)
[2012년 12월 21일 제37호 13면]